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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os

쉬면서 근래 불만스러운 일이 없으니 세상만사 다 좋아 보인다. 집시촌인 제주 타시텔레에 가니 결국은 사람 사는 세상이었다. 세상 욕심없는 사람들이 모여 살 줄 알았던 곳에 사실 별다른 이슈거리나 돈이 부족하니 되래 구성원들이 그런 것에 허덕이는 것을 보았다. 그 안에서 혼자 고고하고 세속에서 벗어나 사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았다. 어찌 보면 별거 아닌 일로 이구동 성하는 한국의 시골 동네를 보는 거 같기도 했다. 프랑스인 엘만의 삶을 보니 복잡하고 고민 많은 삶이 잘 정리되는 듯했다. 언어 때문에 별로 어수선한 이야기들은 스킵해서 듣고 반응하는 듯 하지만 본인은 또 답답할 것이다. 내가 외국에서 지낼 때 루틴을 정해서 적당하게 살던 것과 같아 보인다. 게르라고 웬 천 때기를 붙여서 만든 커다란 유목민 텐트..

2018년 12월 연말이다. 올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리를 해보려는데.. 기억이 안난다. 기록하지 않는자의 말로다. 그래도 근황이라도 적어보겠다. - 9월에 퇴사를 했었고 10월에 제주랑 일본을 다녀왔다. 일본 오사카와 도쿄 10일을 갔다. 도쿄는 거리가 정갈하고 노인들이 멋있었다. 다음에는 '가마쿠라'라는 곳에 가서 십일정도 머물 생각이다. 도쿄는 이박삼일정도. 내가 본 도쿄는 작은 주택단지도 이쁘고 작은 정원도 아름답고 좁은 길도 깔끔했는데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핸드폰만 보고 다니는데 안타까웠다. 전철에서도 마찬가지. 사람들 얼굴 옷차림 매번 서는 역의 풍경도 좋고 신비로웠는데 현지인들은 관심이 없다. 반대로 나도 한국에서 똑같이 하겠지 여행 온 마음으로 삶을 누..

2018.7.8 수제안경공방 오늘은 blankof 대표이신 원덕현님께서 마지막 작업을 하고 가셨다. 가방으로 시작해 지금은 의류, 생활잡화까지 영역을 확대. 국내 좋은 거리에 가게까지 꽤 내신 분이다. 나와 나이차는 크게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대표 자리를 지키며 브랜드를 성장시키신 분이라 5번 정도 만나면서 알고 팔아야한다는 마인드, 좋은 제품에 대한 개인적인 정의 그리고 상당한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공방은 나와 다른 업계에 계신 분들 (고수이든 성장기의 사람이든 뉴비든) 모일 수 있는 어떤 플랫폼 같은 곳이다. 긴 시간 작업실에 있으면 물론 빤한 작업 과정과 지루함. 불규칙한 수입으로 인해 생활고에 허덕여야 하지만, 낚시를 하듯 의미있는 분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지금은 회사원이므로..

현재 디자인 팀장이 된 후 예전에 썼던 글을 읽으니 부끄러운 점이 있다. 웃기는 건 저 때 사원이었던 나와 지금 나와 같이 일하는 사원, 그리고 지금 내 위치였던 나의 상사였던 사람과 지금 나의 마음과 상황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누가 더 낫거나 내가 잘한다는 게 아니다. 그냥 다르다는 것. 20180906 퇴사 2주전 중소기업보다도 작은 회사. 아무튼 이익집단을 다니면서 드는 생각을 정리한다. 퇴사를 앞두고 나보다 먼저 있던 내 또래, 나보다 약간은 어리거나, 열정적인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 것. 그들은 왜 나갔을까. 왜 오래 전부터 남아있던 사람들 (좀비)은 새로 들어온 신선한 자들을 공격하면서 끝까지 살아남는지 의문이었다. 내 상사의 경우 부정적인 언어를 많이 쓰는 사람이다. 물 고문 중 한 방울씩..

인생은 무엇을 시작하든 끝을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시간은 중요치 않다.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깔끔하게 끝을 낸 일이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게 될 일들은 반드시 매듭을 짓고 넘어가자. 중간에 생각을 바꾸려고 한다면(언제나 그렇듯) 그 건 그저 당장의 안락함을 위한 두뇌의 수작일 뿐이다. 2018-08-20 20:23

2010년 내가 대학도 휴학하고 임베디드 거쳐서 앱 개발한다고 깝죽거릴 때의 일이다. 당시 삼선동 꼭대기층에서 보증 3000에 월 30짜리 널찍한 집에서 자취하면서 놀던 시기였는데 미대 다니던 친구가 소개해 준 카페에서 죽치는 게 또 내 삶의 행복이었다 이후 서른이 넘은 지금도 모든 영감의 시작은 그곳이랄까. 나중에 내가 만들 작업실의 롤 모델이다. 난 아직 그때에 머물러있다. 혜화동 cafe office. 이제는 사라진 공간이지만 기억을 더듬어서 설명을 써본다. 높은 천정에 필로티 식으로 앞 테이블이 있어서 커피 찌꺼기에 담배를 터는 맛이 있었다. 그 동네는 적당히 부유한 집들이 많아서 큰 개들을 끌고 다니는 노 신사나 레깅스 (당시에 그렇게 입지 않았거든 2010년)를 입고 산보하는 아가씨들이 눈에 ..

출근하는데 물에 푹 젖은 듯 몸이 쭉쭉 나가지 않는다. 꿈속에서 몸이 앞으로 안 나가던, 그런 느낌. 아니면 팔 힘이 쭉 빠진 상태에서 수영하는 그런 거. 살이 쪘거나 근육이 빠졌거나 나이가 들어서다. 아마 셋 다겠지. 근래 머릿속은 혼탁하다. 학창 시절 골대를 누비던 기억. 이십 대 옥탑이나 자취방으로 놀러 오던 수많은 친구들과 사건들. 꿈이라고 달려들던 열정. 운우지정 등등 이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랬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지금의 나에게는 생길 리가 없는 일들 뿐이라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만 든다. 인셉션에서 림보에 빠진 노인과 같다. 디카프리오가 림보 속으로 구하러 가자 '그랬던 거 같은데...' 라던 노인의 말. 자극적이거나 창의적인 하루가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실제로 뇌는 점점 죽어가기..

우리는 소주에 냉면을 좋아한다. 겨울철 온천이 즐겁듯, 뜨거운 소주에 배 부르지 않고 시원한 냉면을 먹는 게 좋다. 나는 냉면 종류도 잘 모르고 디테일은 잘 모르지만 그냥 내 취향에 맞게 먹는 편이라 생각한다. 을밀대도 좋았고 을지면옥도 좋고 부원 면옥도 좋아한다. 동무 밥상도 맛있었다. 대구에서 먹었던 회물비냉도 진귀했다. 고깃집 냉면도 가끔 프랜차이즈의 맛이 필요할 때 먹으면 좋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냉면을 즐기는 것이 문화처럼 번지면서 냉면에 대해 평하기 시작했다. 가격도 뛰어올랐다. 왜 곱창이나 삼겹살은 그런 디테일한 평가들이나 원조격 가게들이 있다는 것에 조용하면서 냉면은 유독 그런 문화가 자리잡았을까? 함흥이 맞네, 평양이 맞네 말들이 많다. 월남한 분 왈 '집집마다 국밥맛이 다 다른거지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