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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실험 - 이런 모습의 나는 어떠한가 일이 지나간 뒤 일주일 정도 한가해진 적이 있다. 평소에는 하루가 모자랄 만큼 움직이는데 할 일이 줄어드니 시간이 남았고, 조금 지루했다. 쉴 겸 다른 생각을 하려고 생긴 시간인데, 정작 쉬는 사람처럼 앉아 있지는 못했고 생각도 뻔한 리서치에서 맴돌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해 계속 무언가를 하게 되는 상태에 가깝다. 생각해 보니 나도 꽤 잘 훈련되어 있었다. 일이 많으면 힘들다고 하면서도 일이 없으면 금방 다른 일을 찾는다. 일은 직업이라기보다 습관에 가까운 것 같다. 그 일주일 동안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건 지루함이 아니었다. 아무도 나에게 무엇을 하라고 하지 않는데도 멀리 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메신저는..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인연에도 때가 있다는 뜻이다. 오랜만에 연락처를 정리하다가 이 말이 떠올랐다.SNS는 3년 동안 교류가 없으면 지웠다. (인스타 계정 자체를 지우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는 없었다) 집을 꾸며야 했을 때는 인테리어 업체, 빈티지 가구 회사, 브랜드, 공사 관계자를 팔로우하고 연락처를 저장해두었는데 이제 모두 지웠다. 빈티지 안경 계정도 지웠고, 입지 않는 옷은 모아서 종이백에 넣었다. 관계 디톡스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하고 나서 보니 사람을 끊어낸 것보다 그 시절의 관심을 하나씩 보내준 느낌에 가까웠다.그때는 그것들이 내 취향이고 나라고 생각했다. 지금 보면 그 시절에 나를 지나간 관심이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고 따라간 것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때는 분명 필요했고, 그 ..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작성한 "미래는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The Future is for Everyone)"라는 제목의 에세이. 소수 기관의 권력 독점을 비판하고, AI(초지능)가 모든 개인에게 널리 보급되어야만 긍정적인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메타의 철학과 비전을 담고 있다. 미래는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The Future is for Everyone)긍정적인 AI 미래를 향한 길 (The Path to a Positive AI Future)우리는 역사의 놀라운 순간에 살고 있는 행운아들입니다. 향후 몇 년 안에 사람들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활용하여 특별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 및 발견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축하며, 새로운 아..
요즘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 신내림을 받은 사람들의 삶을 따라가는 작품인데, 이야기가 성립하려면 하나의 전제가 필요하다. 영혼이 존재하고, 죽음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믿음이다. 무속에서는 억울하게 죽거나 깊은 한을 품고 떠난 영혼을 원혼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머무르며, 굿이나 천도재를 통해서야 비로소 놓여난다고 말한다. 죽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살아서 풀지 못한 것은 죽어서도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우리가 느끼는 분노, 두려움, 슬픔, 질투, 자존심 같은 감정들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 깊이 들어가 보면 하나의 뿌리를 공유한다. '나는 부족하다', '나는 위협받고 있다', '세상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결핍과 분리감이다. ..
2025.02.04 - [read, think, write] - 결심 결심성장은 즐거움의 원천이다. 재정적인 면과 실력, 능력의 발전을 향해 나아가는 일. 큰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작은 단계로 쪼개어 하나씩 이루어가는 과정, 그 자체가 삶을 채우는 방식이다.의미beos.kr 앞서 짚었듯, 뇌력과 심력과 신력이 조화를 이루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세 힘은 어디까지나 도구다. 도구가 아무리 정교해도 그것을 쥔 손이 방향을 모르면 정교함은 오히려 위험해진다. 그래서 다음 단계로 필요한 것은 그 세 힘을 지켜보는 시선, 곧 메타인지다.메타인지는 결국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고, 왜 이것을 원한다고 느끼는가"를 관찰하는 능력이 아닐까. 내가 나를 어떤 조건이나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것. 지금 내..
누군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때, 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순수한지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할 때가 있다. 타인의 성취를 기뻐하는 마음 밑에, 그가 잘 되면 나에게도 무언가 돌아올 거라는 계산이 조용히 섞여 있지 않을까. 어쩌면 온전히 누군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란, 처음부터 완성된 채로 주어지는 게 아닌 것 같다. 셈이 보일 때마다 도망치지 않고 계속 들여다보는 반복 속에서, 아주 천천히 옅어져 가는 무언가에 가깝다. 완전히 순수해지는 날이 오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그 계산을 숨기지 않고 마주하는 태도 자체가 이미 거기서 조금씩 풀려나는 길이라는 것이다. 없애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는 것
문제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는 태도는 최근 여러 자기계발 담론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어려운 상황이나 실패를 자신의 존재 가치와 분리해서 바라보라는 조언이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는 한 가지 오해가 자주 생긴다. 문제와 거리를 두려는 태도가 문제 자체에 대한 무관심으로 변하는 것이다.동일시와 무관심은 서로 반대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같은 자리에서 갈라져 나온 두 갈래일 뿐이다. 하나는 대상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 나를 잃어버리고, 다른 하나는 대상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그것을 놓쳐버린다. 방향은 반대지만,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는 결과는 똑같다.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문제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다. 문제를 분명히 인식하되 그것을 자신의 존재 가치와 연결하지 않는 태..
요즘 피드를 켜면 비슷한 장면이 자꾸 보인다. 누군가는 바다 앞에서 차를 마시고, 누군가는 새벽에 일어나 요가 매트를 펴고, 누군가는 휴대폰을 끄고 일주일을 보냈다며 사진을 올린다. "진짜 휴식을 되찾는 법"이라는 문구를 피드로 읽는다. 그 글을 읽는 동안 나는 조금도 쉬고 있지 않았다. 다음 게시물로, 다음 할 일로 계속 넘어가고 있었다. 휴식을 검색하는 일이 어느새 또 하나의 일이 되어 있었다. 20세기 독일 철학자 요제프 피퍼는 이 이상한 모순을 진작에 짚어낸 적이 있다. 그는 게으름, 라틴어로 '아케디아(acedia)'라는 말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로 설명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는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상태. 멈추면 자기 자신과 마주해야 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