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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라면 모두 명확한 성공의 비전으로 무장하고 회사를 시작한다.경이로운 환경을 창조하고 가장 능력 있는 직원들을 고용할 것이다.그리하여 함께 아름다운 제품을 창출해 고객을 기쁘게 하며 작으나마 세상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분명 기막히게 멋진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하지만 그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어느 날, 상황이 계획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이상하게도 회사는 창업 박람회장에서 들었던 트위터의 창시자 잭 도시(Jack Dorsey)의 기조연설처럼 굴러가지 않는다. 제품은 고치기 어려운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마땅히 형성되리라 예상됐던 시장은 잘 보이질 않는다. 직원들은 자신감을 잃고 있고 일부는 이미 그만둔 상태다. 그만둔 친구들이 비교적 유능했던 직원들인지..

확정적 질문과 비확정적 질문은 어떻게 구분하고 이해해야 하는가? 이때 이용하는 몇 가지 틀이 있다. 수학적인 틀에서 보면 이 둘은 미적분학과 통계학의 관계와 같다. 확정적 세계에서는 미적분학이 우위를 차지한다. 그것으로 특정 상황을 정확하고 확실하게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켓을 달에 보내는 경우, 처음 부터 끝까지 경로를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하지만 '로켓'을 일단 쏜 뒤 전개 상황을 단계별로 파악하는 스타트업 세계는 이와 사뭇 다르다. 달까지 가게 될까? 혹은 목성? 아니면 그저 우주 미아가 되는 거 아냐? 실제로 90년대에는 출범팀은 있어도 착륙팀은 없는 회사들이 많았다.비확정적인 미래와 관련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확률과 통계가 세상을 이해하는 지배적인 양식이 된다. 종형곡선과 랜덤워크(rando..

출근 버스는 송파 헬리오시티를 지나간다. 그 앞을 지나는 동안 여럿 호갱노노를 틀고 시세를 확인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겉 보기엔 시장바구니 든 아주머니들 같아 보여도 매수할만한 여유가 있을거 같다. 호갱노노와 주식창을 들척이는 아주머니들.요즘 주가는 슬슬 오르더니 최고점에 가까워지는 상황이다. 뭔 글을 읽었는데 대한민국은 환율조작국이 될 수도 있다는 글이었다. 한때만 해도 주가조작 얘기는 익숙했지만, 환율조작이라는 말은 생경하다.최근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약 4,160억 달러. 숫자만 놓고 보면 단단해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그중 단기적으로 바로 쓸 수 있는 ‘실탄’은 훨씬 적다고 말한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위기 때 서로의 통화를 긴급 교환하는 협정에 대한 필요성도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정식 체결 ..

이것이 진짜 세상이야, 친구. 학교는 끝났어.그들이 네 꿈을 훔쳐갔어, 너는 누가 그랬는지 모르지.—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고저스(Gorgeous)>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중얼거리곤 한다.“그래, 무슨 소린지 알겠는데, 진짜 어려운 문제는 그게 아니잖아.”비즈니스에서 ‘난제’란 크고 대담한 목표를 세우는 게 아니다. 바로 그런 목표가 실패로 돌아왔을 때 직원을 해고하는 일이다.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권리의식을 키우며 지나친 요구를 늘어놓는 것에 대처하는 일이다. 회사의 조직도를 마련하는 일이 아니라, 그렇게 구성해놓은 조직 내에서 사람들이 서로 의사소통하게 만드는 일이다. 원대한 꿈을 갖는 게 아니라, 그 꿈이 악몽으로 변했을 때 식은땀을 흘..

이제 갓 입사해서 일 년 차가 안 된 친구들이 많이 물어보는 게 어떻게 해야 이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생존할 수 있는지다.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내가 아는 건 몇 가지 방법이 있다.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자청해서 내 장점과 섞어 끝까지 해내는 방법회사에서 기대하고 있는 내 특징을 잘 살려 디자인적으로 인정받는 방법기본적으로 이해되지 않거나 불합리하고 공정하지 않더라도 견디는 것.누구나 2번을 상상하며 회사생활을 시작하지만 그게 그렇게 녹록치 않다. 녹록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 각자 비슷하지만 다른 상황들을 보며 비교하고 힘들어한다. 다른 성향의 상사를 포함한 직원, 다른 사람들과 맞춰나가는 과정은 즐겁기도 힘들기도 하다. 결론적으로는 모르는 척 시간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요즘 나름 자수..

먹잇감을 쫓던 수렵민족의 삶을 떠올리면,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집념이다. 사냥감의 발자취를 따라 숲속 깊이 들어가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추적을 이어가던 그들의 하루는 늘 배고픔과 실패의 가능성 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포기란 곧 가족의 굶주림, 공동체의 파멸이었다.오늘날 우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먹잇감 대신 우리는 ‘목표’와 ‘성공’을 추적한다. 프로젝트가 끝없이 연기될 때, 투자가 허무하게 무너질 때, 관계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잠시 멈춰 서고 싶어진다. 그러나 멈춘다는 건 곧 스스로를 굶기겠다는 것과 같다. 생존은 끝까지 걸어가는 자의 몫이다.수렵민족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며칠간 허탕을 쳐도 다시 길을 나섰다. 그 과정에..

죽음을 생각할 때마다 늘 느끼는 건, 그건 결국 남아 있는 사람들의 문제라는 점이다. 죽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 순간 그는 단지 더 이상 ‘이곳’에 존재하지 않을 뿐이고, 아마도 다른 체험의 장으로 옮겨갈 것이다. 우리가 “죽음 이후엔 무엇이 있을까?”라며 설왕설래하는 시간들 역시, 사실은 살아 있는 자들의 몫이다.우린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상상할 수 없나? 사실 우리는 늘 그것을 어렴풋이 체험해왔다. 깊은 잠에 빠진 순간, 기억이 사라진 순간, 그리고 의식이 전혀 닿지 않는 경험. 그 공백의 시간을 외부 시선으로 돌아보면, 죽음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영원히 이어진다’는 점만이 차이가 된다. 당사자는 느끼지도 못한다.그렇다면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는 어..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아이들의 교육과정은 잘게 쪼개지고, 내신은 요령 싸움이 되었으며, 수능은 피할 길만 찾는 방식으로 변했다. 공부의 회피가 어느새 습관처럼, 마치 패시브 스킬처럼 몸에 배어버렸다. 시험 범위는 줄지만 난이도는 더 높아지고, 학습량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결국 무엇이든 어렵게만 느껴지고, 끝까지 붙잡고 갈 힘은 점점 사라진다.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붙들고 간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 많다. 요약본을 찾고, 누군가 대신 정리해주길 바라며, 도움에 기대는 태도에 익숙하다. 하지만 정작 시험은 누구도 대신 치러줄 수 없다. 그러니 시험장에서는 핑계만 남는다. 사탐을 피하고, 수학을 피하고, 기하를 피한다. 하지만 대학에 가서는 어디로 피할 수 있을까. 기본적인 학습 능력과 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