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os

국가의 손이 향하는 곳에 돈을 놓아라 본문

카테고리 없음

국가의 손이 향하는 곳에 돈을 놓아라

beos 2026. 5. 24. 11:35

피터 틸, 케빈 워시, JD 밴스 — 세 힘이 재편하는 미국 경제의 지형도

 

2026년 5월 22일, 클라렌스 토머스 대법관 앞에서 선서를 마친 케빈 워시가 제17대 연방준비제도 의장 자리에 올랐다. 불과 며칠 전까지도 제롬 파월은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며 버텼고, 트럼프는 그를 "멍청이", "고집스러운 노새"라고 불렀다. 그 자리에 이제 워시가 앉았다.

같은 시각, 부통령 JD 밴스는 반도체와 기술 패권을 걸고 중국과 직접 담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워싱턴 D.C. 전역에서는 피터 틸의 Palantir가 국방부, 국토안보부, 보건부를 포함한 12개 연방 부처와 총 13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하며 조용히 미국 정부의 디지털 신경계가 되어가고 있었다.

세 인물. 세 가지 사상. 그리고 하나의 방향.

이 글은 그 방향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피터 틸: "선거로 못 바꾸면, 기술로 바꾼다"

피터 틸을 단순한 억만장자 투자자로 보는 것은 오해다. 그는 철학자에 가깝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자신의 철학을 현실에 강제로 이식하려는 혁명가다.

그의 핵심 명제는 단순하다. 지난 50년간 인류의 기술 발전은 제도권력, 즉 규제·관료제·기득권 엘리트에 의해 인위적으로 억압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투표로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들을 기술로 일방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PayPal로 기존 금융 시스템을 흔들었고, Palantir로 국가의 정보 독점을 민간화했으며, JD 밴스와 같은 정치인을 직접 키워 워싱턴에 심었다.

모순처럼 보인다. 국가 해체를 원하는 사람이 정부 계약으로 먹고사는 기업을 운영한다? 그러나 이것이 틸 사상의 핵심적 역설이자 정수다. 국가를 해체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국가를 민간 기술 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싱가포르의 리콴유를 영웅으로 삼고, 기업처럼 운영되는 정부를 꿈꾸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현실에서 이 실험은 이미 진행 중이다. Palantir는 ICE가 이민자 동선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플랫폼을 구축했고, HHS의 CIO 자리에는 Palantir 출신 엔지니어가 앉아 있다. 미국 정부의 데이터 인프라는 빠르게 특정 민간 기업의 아키텍처 위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틸이 만드는 세계의 투자 언어: 정부 계약이 곧 매출이 되는 기업들. 방위산업, AI 감시·분석, 데이터 인프라. 이 영역은 경기 사이클과 무관하게 정책 자본이 흘러드는 구조다.

(금리와 상관없이 국가 수주로 매출을 내는 팔란티어와 현금이 넘치는 엔비디아는 다음 시나리오에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보인다.)


케빈 워시: "AI가 인플레를 죽였다, 금리를 내려라"

워시는 2011년 연준을 떠나면서 양적완화 2차를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남겼다. 시장은 그를 '인플레 매파'로 기억했다. 그런데 2026년 그가 돌아왔을 때, 그는 다른 말을 했다.

"인공지능이 생산성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경제 모델이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해도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이 그가 트럼프의 금리 인하 요구에 정치적으로 굴복하지 않으면서도 이론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지적 출구다. 이름하여 "stronger, not hotter" — 뜨거운 성장이 아니라 강한 성장, AI 생산성이 공급을 확대해 물가를 잡는다는 논리.

동시에 그는 매우 중요한 다른 신호를 보냈다. "연준은 자신의 영역을 지켜야 한다(The Fed must stay in its lane)." 양적완화로 불어난 6조 7천억 달러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겠다는 의지다. 이것은 시장에 흘러넘치던 유동성이 회수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가 취임한 날,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했고, 인플레이션은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모기지 금리는 9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시장은 2026년 하반기 두 차례의 0.25%p 인하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것이 실현될지는 유가와 관세라는 두 변수에 달려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생긴다.

워시의 AI 생산성 테제가 맞다면, 우리는 1990년대 후반의 재현을 본다. 클린턴 시대의 앨런 그린스펀이 기술혁명을 등에 업고 금리를 내리면서 비인플레이션 성장을 10년간 이어갔듯이, AI가 인플레를 억제하는 구조적 힘이 된다면 지금의 기술 인프라 투자는 정당화된다.

그러나 관세와 유가가 더 강하다면, 워시는 딜레마에 빠진다. 금리를 내리지 못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게 되고, 채권 시장에서 '채권 자경단'이 깨어난다. 장기금리가 연준의 의도와 무관하게 오르고, 고밸류에이션 성장주들이 동시에 무너지는 시나리오다. 

위 시나리오에 대해서 방어 시나리오는 다음 글에 정리하겠다.


JD 밴스: "레이건은 틀렸다, 국가가 산업을 골라야 한다"

밴스의 경제 철학은 보수주의 내에서 진짜 이단이다. 자유시장과 작은 정부를 교리처럼 믿어온 공화당에서, 그는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우리는 게을러졌다. 40년간 값싼 노동과 자유무역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었다. 설계는 미국에서 하고 생산은 중국에서 하면 된다는 환상이 미국 산업의 근육을 녹였다."

그의 해법은 명확하다. 관세로 외부를 막고, 세금 감면과 규제 철폐로 내부를 열고, 에너지 가격을 낮춰 제조업의 비용 구조를 바꾼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 정부가 전략 산업을 직접 지목하고 지원한다. 반도체, AI, 에너지, 국방. 이 네 영역은 밴스의 세계에서 민간이 하되 국가가 뒷받침하는 구조다.

이미 숫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9,000개의 신규 자동차 일자리, 1조 7천억 달러의 투자 유입 발표. 물론 이것이 진짜 제조업 부활인지, 아니면 관세 압박에 놀란 기업들의 PR성 발표인지는 2027~2028년에 판가름 난다. 그러나 방향성은 분명하다. 미국 내 생산 인프라에 돈이 몰리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세 힘이 교차하면: "선택적 호황"의 시대

틸의 철학, 워시의 통화정책, 밴스의 산업정책이 만나는 교점에서 하나의 새로운 경제 질서가 만들어진다. 나는 이것을 **"선택적 호황(Selective Boom)"**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모두가 잘되는 호황이 아니다. 국가의 손이 향하는 곳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이분법적 지형이다.

국가의 손이 향하는 곳: AI 컴퓨팅 인프라(NVIDIA), 데이터센터 냉각·전력(Vertiv), 전력망 건설(Quanta Services), 원자력·에너지(Constellation Energy), AI 분배·클라우드(Alphabet·AWS), 그리고 정부 자체가 클라이언트인 방위·감시 기술(Palantir).

손이 닿지 않는 곳: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소비재 기업,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 저금리를 전제로 한 장기 SaaS 성장주.

세 인물이 공통적으로 믿는 것이 있다. 기술이 이 모든 모순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틸은 기술로 국가를 대체하고, 워시는 AI 생산성으로 인플레를 잡고, 밴스는 기술로 노동자를 강화한다. 이 세 믿음이 동시에 맞다면, 지금은 역사적 투자 기회의 초입이다. 그러나 하나라도 틀린다면, 그 믿음의 댓가는 막대한 부채와 과잉 투자로 돌아온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은 기술 섹터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향후 수년간 최대 1조 5천억 달러의 신규 부채가 필요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 돈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닷컴 버블과 다른 이름의 같은 이야기를 쓰게 된다.


결론: S&P 500을 사야 할까, 아니면 더 좁게 골라야 할까

여기서 많은 투자자들이 자연스럽게 가장 쉬운 선택지를 떠올린다. "그냥 S&P 500을 사면 되는 거 아닌가?"

이 질문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내면을 품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그 복잡함은 특히 중요하다.

S&P 500은 현재 상위 10개 종목이 지수 전체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극단적 집중 구조다. 사실상 NVIDIA, Microsoft, Apple, Alphabet, Amazon을 사는 것이 S&P 500을 사는 것과 거의 같다. 이 구조가 틸-워시-밴스 시대에 불리하지 않다. 오히려 이 시대의 승자 기업들이 정확히 S&P 500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변수가 다가오고 있다.

SpaceX의 상장 가능성. 현재 기업가치 약 3,500억 달러로 평가되는 SpaceX가 IPO를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기업 공개가 아니다. S&P 500 편입 조건을 충족하는 순간, 수조 원에 달하는 인덱스 펀드 자금이 자동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시나리오는 S&P 500 자체를 재정의할 사건이다.

Anthropic의 상장 가능성. AI 인프라의 소프트웨어 레이어를 장악한 기업이 공개 시장에 나온다면, 이것 역시 지수의 성격을 바꿀 사건이다.

이 두 가능성을 고려하면, S&P 500 매수 전략은 단순한 분산 투자가 아니라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미래 편입 종목들에 대한 선행 투자"**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 관점에서 S&P 500 매수는 꽤 영리한 선택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S&P 500이 분산의 안전망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금 이 시대는 선택적 호황의 시대다. 국가의 손이 향하는 곳과 향하지 않는 곳이 극명하게 갈리는 구조에서, 인덱스는 승자와 패자를 동시에 담는다. 역사적으로 테마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시기에 인덱스는 테마 집중 투자보다 항상 수익이 낮았다.

따라서 내 생각은 이렇다.

S&P 500을 기반으로 깔되, AI 인프라와 에너지 인프라에 집중 투자를 얹어라. 인덱스는 SpaceX·Anthropic 상장이라는 X-factor를 포함한 미래를 커버하는 안전망이고, 집중 포지션은 틸-워시-밴스 시대의 선택적 호황을 직접 취하는 공격 수단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지금 이 시대의 방향을 확신한 나머지, 한 방향으로만 베팅하는 것이다. 이 세 인물의 사상이 만들어내는 세계는 틀릴 수 있다. 인플레가 AI 생산성을 이기고, 부채가 혁신을 압도하고, 지정학이 모든 계산을 뒤집을 수 있다. 다음 정권은 ai에 배팅하겠다만 다른 스타일의 민주당이 될 수도 있다.

국가의 손이 향하는 곳을 읽되 그 손이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