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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본문
"이 돌의 부스러기 하나하나, 어둠 가득한 이 산의 광물적 광채 하나하나가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세계를 형성한다. 산정을 향한 투쟁 그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가득 채우기에 충분하다. 행복한 시지프를 마음속에 그려보지 않으면 안된다." -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투쟁이 어떻게 행복이 될 수 있는지, 나는 오래 이해하지 못했다.
카뮈는 말했다. 산꼭대기를 향한 투쟁만으로도 인간의 마음을 채우기에 충분하다고. 처음엔 그냥 멋있는 말처럼 들렸다. 철학자들은 원래 그런 말을 잘 한다. 근데 오래 들고 있다 보면 이게 위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카뮈는 뭔가를 발견한 거다. 그리고 그걸 설명하는 대신 시지프를 데려왔다.
시지프는 바위를 민다. 바위는 떨어진다. 그는 다시 내려간다. 신들이 설계한 이 형벌이 잔인한 이유는 바위가 무거워서가 아니다. 그가 알기 때문이다. 올라가면서도, 내려오면서도 이게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영원히. 예외 없이. 그 앎이 그를 멈추게 하지 않는다는 게 카뮈가 주목한 지점이다.
카뮈는 시지프 앞에 세 가지 길을 놓는다. 포기하거나, 신이나 다른 의미에 기대거나, 아니면 그냥 밀거나. 처음 두 가지는 결국 도망이다. 부조리를 부조리로 보지 않으려는 것. 세 번째만이 정직하다. 무의미함을 알면서도 그래도 밀기로 하는 것. 거창하지 않다. 그냥 내려가서 다시 민다.
나는 가끔 이 장면이 아주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매일 직장을 가고 도로위에서 시간을 쏟으며 돌을 민다. 무의미에서 의미를 찾으려 노력한다. 그게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는 걸 안다. 언젠가 사라질 거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한다. 딱히 이유를 댈 수 없는데 그냥 한다. 시지프와 다르지 않다. 다만 시지프는 바위고 나는 다른 무언가일 뿐이다. 그의 바위는 둥글게 생겼을 뿐이다.
카뮈가 말하는 반항은 거창한 게 아니다. 무의미함 앞에서 억지로 의미를 만들어내려는 게 아니다. 그냥 알면서도 하는 것. 눈 딱 감고 하는 것도 아니고,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한다. 그 선택 자체가 반항이고, 카뮈는 그게 충분하다고 했다.
왜 그게 행복인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상상하라고 한다. 나는 그 침묵이 정직하다고 생각한다. 행복이라는 건 원래 설명되는 순간 이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이니까. 잡으려 하면 없고, 그냥 밀다 보면 어느 순간 거기 있다. 그게 왜 행복인지는 살면서 더 알아보기로 한다.
그게 전부다. 허무주의도 아니고 그 미는 행위에 대해 분노할 때도 있겠지만, 그런 에고를 떨어져서 나는 관찰하고 그냥 민다.
시지프는 지금 바위를 밀고 있다. 손바닥이 거칠고, 종아리가 타들어가고, 정상은 아직 멀다. 내일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걸 안다. 알면서 밀기로 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