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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함에 대하여 본문
머릿속 소음을 잠재우는 법
머릿속이 잠시도 쉬지 않는 날이 있다. 어제 한 말이 떠오르고, 내일 일어날 일이 걱정되고, 그 틈새로 자책이 슬며시 끼어든다. 이 생각을 어떻게 끌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마저 또 하나의 생각이 되어버린다.
데이비드 호킨스는 이걸 훈련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생각을 멈추는 건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라, '안전함'을 어떻게 맥락화하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상태의 변화라고 했다.
우리가 끊임없이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불안해서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에고는 모든 걸 알아야 안전하다고 믿는다. 분석하고 예측하고 대비해야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그런데 그건 착각에 가깝다.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내가 몰라도, 옆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세상은 내가 모든 걸 알지 않아도 이미 돌아가고 있다. 내가 이 거대한 흐름 안에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는 순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던 생각의 소음은 조금씩 잦아든다.
신을 달래거나 조종하려는 마음도 결국 같은 불안의 다른 얼굴이다. 호킨스는 신을 거대한 정전기장 같은 것이라 표현했다. 협상이나 조종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는 법칙. '알아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아도, 그 안전망은 이미 거기 있다.
생각해보면 과거도 다르지 않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이런 되새김은 사실 에고가 과거에서 육즙을 짜내는 행위에 가깝다. 자학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려는 것.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과거는 이미 편집되고 왜곡된 버전이지, 실제 그 순간이 아니다.
AA의 창시자 빌 윌슨의 방식이 여기서 떠오른다. 재를 뒤집어쓰고 죄책감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게 아니라, 적절한 후회를 한 번 하고, 거기서 배움을 얻고, 다음부터는 다르게 살겠다고 다짐한 뒤 — 그냥 놓아버리는 것. 과거의 실수는 대부분 악의가 아니라 무지에서 비롯된다. 무지는 인간의 조건일 뿐, 죄가 아니다. 진심 어린 후회 한 번이면 그 사슬은 끊긴다.
미래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성경 구절을 계산하고, 피라미드 돌의 개수를 세고, 종말의 날짜를 맞추려 한다. 그게 지금 나의 안전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생존은 에고가 치밀하게 짠 계획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미래를 내어맡길 때 오히려 평온이 온다. 과거의 짐을 등에 지지 않고, 현재에 머물며 미래를 내어맡길 때, 안전이라는 건 머리로 이해하는 개념이 아니라 몸으로 느껴지는 감각이 된다.
그래서 생각이 멈추면 삶이 엉망이 될까 — 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싶다. 생각이 멈춘 자리를 채우는 건 무능함이 아니라 오히려 영적인 이끌림이다. 호킨스는 비타민을 챙기는 것, 밥을 먹는 것 같은 일상의 일들도 에고의 불안한 계획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관리된다고 했다. 몸의 안위에 집착하지 않아도, 필요한 건 결국 어떻게든 채워진다고.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마음은 자동으로 고요해진다. 마음은 필요할 때만 도구로 작동하면 된다. 마르코 폴로가 자신이 본 것을 그저 기록했듯, 생각과 싸우지 않고 그냥 목격하면서 걷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영적인 길이라는 게 거창한 무언가는 아닐 것이다. 몸을 꼬거나 복잡한 호흡법을 익히는 게 아니라, 그냥 진실에 근거한 존재 방식으로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 모든 존재의 신성함을 알아보고, 세상 곳곳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때, 삶의 무게는 조금 달라진다.
안전함은 책에서 배우는 개념이 아니었다. 과거와 미래라는 허상을 걷어낼 때 비로소 드러나는, 지금 여기의 상태였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통제권을 내려놓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