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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만 본문
쉬면서 근래 불만스러운 일이 없으니 세상만사 다 좋아 보인다. 집시촌인 제주 타시텔레에 가니 결국은 사람 사는 세상이었다. 세상 욕심없는 사람들이 모여 살 줄 알았던 곳에 사실 별다른 이슈거리나 돈이 부족하니 되래 구성원들이 그런 것에 허덕이는 것을 보았다. 그 안에서 혼자 고고하고 세속에서 벗어나 사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았다. 어찌 보면 별거 아닌 일로 이구동 성하는 한국의 시골 동네를 보는 거 같기도 했다. 프랑스인 엘만의 삶을 보니 복잡하고 고민 많은 삶이 잘 정리되는 듯했다. 언어 때문에 별로 어수선한 이야기들은 스킵해서 듣고 반응하는 듯 하지만 본인은 또 답답할 것이다.
내가 외국에서 지낼 때 루틴을 정해서 적당하게 살던 것과 같아 보인다. 게르라고 웬 천 때기를 붙여서 만든 커다란 유목민 텐트에 아궁이도 있고 침대 테이블 다 나무랑 판자를 주워 와서 만들어서 산다. 땅이 넓으니 아무 데나 무심하게 놔도 근사했다. 작은 집이라 억지로 '미니멀리즘'을 외치며 불편함을 감수하며 짐을 버려대는 것들과는 다른 양상이다. 사실 심플함이란 온갖 군더더기를 버린 상태인 것이지. 아무것도 없는 것을 심플하다 할 수 없는 것처럼. 하튼 그는 태국에 가서는 카르마와 타이 마시지를 배우면서 원석으로 만든 액세서리를 만들었고 인도에 가서는 원석들을 구매하며 남미에서는 원석으로 악세사리를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한국에선 뭐하냐니까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웠다며 웬 울퉁불퉁한 컵에 차를 따라서 줬다. 숙취에 좋단다. 이런 엘만의 삶에 크게 감화를 받고 제주에서 돌아오는 길에 찍어둔 모든 사진이 담겨있는 메모리 칩을 분실해서 있는 사진이라곤 나를 공항에 데려다주는 저 사진뿐이다. 많은 생각이 듦과 동시에 그 생각도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이 내 머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2018-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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