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os
2018년 9월 본문
20180910 성장
물가 대비 부동산과 같은 것. 아등바등 살지만 고인 물에서 맴돌고 있던 것. 그냥 사는 건 마이너스, 다음 목표가 있다면 평균 이하, 목표를 잡고 그에 따라 할 일을 알고 있다면 평균 이상, 그것들을 이행하는 것은 좋은 상태, 시간이 지나서 목표에 따른 성취가 가시적으로 보일 때 가장 즐거운 것이겠다. 흐렸던 그림을 진하게 다시 덧칠해볼 때가 되었다.
20180914 고적하고 호젓한 삶
서울에서 산다는 것.
서당개에는 서울 출신이 아닌건 나뿐이지만 서른이 넘고 서울에서 10년 넘게 지내보니 완전히 질려버렸다. 월급에 걸맞은 월세집에서 살다 보니 대로에서 두 블록 안쪽에 산다. 역에서 3분 거리 편의점 걸어서 15분이면 영화관이 둘 오분 안에 맛집 세 군데. 서울살이의 좋은 점이란 이런 것들이다. 그러나 창문을 열고 출근하고 저녁에 바닥을 닦아보면 새카맣게 먼지가 묻어 나온다. 워낙 창문 열고 사는 걸 좋아하는데 밤에도 고요하지 않고 자동차 소리들이 파도 소리처럼 출렁인다. 원치 않는 소음에 노출되는데 흡연자들의 담배연기를 의도치 않게 맡는 그런 스트레스를 나는 받는다. 그렇다고 시골에서 안 살아 본 것도 아니다. 초등학생 때는 시골에 밭을 사서 고추도 키우고 수박도 키우면서 살았다. 그곳은 넓고 조용하지만 익명성이랄까 오히려 타인의 관심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노인들은 항상 누구 어디 있냐 찾고 아이들은 그를 찾아다니는데 온 시간을 쏟는다. 외출이라도 하고 오면 대청마루에서 건너집 아저씨들이 냉장고에 있던 막걸리를 까 드시면서 거 어디 다녀오셨냐고 물어보기 일쑤였고 네 것 내 것 없는 공동체 생활의 연속이었다. 작은 동네에서 네 편 내 편 내가 싫어하는 집이니 이런 이슈가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면 스멀스멀 올라오게 기본값으로 세팅이 되어있나 보다. 그래서 최적의 장소는 아마 대도시 안에서 주변에 산이나 물이 있는 조금 조용한 곳이 최적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 관심 갖는 사람도 없고 조용하고 탁 트인 곳. 도시 안에서의 섬. 정말 사람이 많은 곳에서 혼자 있는 것. 아니면 새시를 정말 튼튼한 걸 달아서 바깥소리가 들어오지 않는 것. 이런 생각을 할 때 즈음 책을 읽다가 한 구절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데카르트의 말처럼 "억세고 활동적인 데다가 남의 사정에 궁금해하기보다는 자기 일에 더 골몰하는 그 대단한 백성들의 무리에 섞인 채 사람의 왕래가 가장 잦은 대도시가 갖축고 있는 편리함은 골고루 다 누려가면서 나는 가장 한갓진 사막 한가운데서 사는 것 못지않게 고독하고 호젓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생활을 완전히 개방해 놓음으로써 정신은 자기만의 것으로 간직할 수 있었다. 대도시 안에서 사막과 같은 고적하고 호젓한 생활이라. 미세먼지만 아니면 대안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