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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와 나 요즘의 업계를 보고있으면 2000년대 중반 이말년, 주호민, 기안84 등의 웹툰 작가들의 초기작들이 생각난다. 2000년대 초반의 한국 만화계는 처참하기 이를데 없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이미지 파일이 어느 정도 준수한 속도로 다운로드가 가능해지자 불법 스캔본이 사설 와레즈를 떠돌기 시작했고 그나마 근근히 버티던 주간지, 월간지가 폐간 위기로 몰렸으며 만화가들은 만화 대여점에 특화된 김성모식 공장형 만화(그림은 큼지막하고 강건마의 108계단을 108장에 걸쳐서 묘사해놓는 등 만화책 권수를 늘리는 온갖 꼼수를 사용함)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 시절 만화가를 꿈꿨던 이들은 거의 80, 90년대 황금기에 쏟아져나왔던 일본의 명작들을 바라보며 꿈을 키웠던 사람들이니, 한국에선 현실적으로 그런 만화들이 ..

디지털 노마드두 세달 정도는 제주나 발리에서 내 일을 끊기지않고 일하고싶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품을 쌓아놓고 팔아야하는 일이다. 제품을 보관하고 판매하기 위해 매장이나 창고를 갖고, 사람을 살피고, 공간을 꾸며야만 한다. 공간과 시야를 보정하는 아이템 중1.빛2.소리3.향기4.안경 을 메인 테마로 정했건만 결국 이것들은 공간이라는 제약을 둘 수 밖에 없던 것. 나는 그 공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디자이너는 그야말로 컴퓨터로 드로잉만 가능하면 되는 일인데. 디렉터는 전체를 MD는 제품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주기를 다뤄야한다. 이게 제한된 공간에 앉아서가 아니라 밖에서 가능한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보자.그리고 과거 postitpaper로 그림을 올렸던 인스타그램 계정은 온전히 flat satur..

뭘 사서 늘어놓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데 안경, 음반, 책은 취향껏 고심 끝에 사는 편이다. 에어팟으로 애플 뮤직을 듣고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데 바이닐을 살 이유가 있는지, 책은 전자책으로 가능하고 대부분 지식이나 글은 온라인으로 얻는데 굳이 돈 주고 종이책을 살 이유가 있는지. 고민해봤는데 답을 내렸다. '취향의 시각화'라고 할 수 있겠다. 향에 예민하고 좋은 향을 찾아다니는 사람은 여러가지 향수를 사서 뿌려도 보고 자기가 좋아하는 자리에 늘어놓고 흐뭇해 할 수 있다. 향이 그냥 좋다면 향수병이 그렇게 아름다울 필요가 있을까. 마찬가지로 바이닐도 면적이 꽤 되기 때문에 이미지를 노출할 좋은 도구라 생각된다. '나 이거 알아, 나 이거 들어'라는 취향을 시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고 아는 사람끼리 공감해주는..

나는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를 '끼인 세대'라 말한다. 뭐냐면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 끼었다.. 뭐 이 정돈데 이는 또한 대단한 경험이라 생각한다. LP시대와 플로피디스크, 카세트테이프를 다 향유하면서 어떤 학생에 의해 mp3파일이 개발되어 급격한 음악 디지털 시대로 넘어갔다. 덕분에 모든 장비들이 바뀌고 플레이어들의 외형과 사이즈가 바뀌었으며 음반을 구매하는 가게들은 사라지게 되고 본격적인 음악 공유의 세상으로 빨려 들어간다. 덕분에 공유 플랫폼이 생기면서 책도, 만화도, 비디오도 '소리바다'에 넘치게 된다. 비디오나 만화책 대여점은 망하고 와레즈에는 비번 걸린 압축파일들이 부유했다. 기술의 발달은 디자인의 급격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충분한 시기였다. 나는 왜 브라운관과 초기 lcd 모니터..

출근하는 지하철을 탔는데 1250원이 찍혔다.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구나. 월요일, 1일, 2020년의 중간 달. - 결혼 결혼에 골인하기 위해 소비자(상대)에게 인생 최고의 영업을 해야 한다. 이것은 연애라 생각한다. 나는 두 사람과 가족들이 합쳐지는 형태를 기업 간의 M&A 인수합병과 같다고 생각했다. 심리적인 부분을 어느 정도 충족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금전과 미래에 대한 약속. 이것은 결혼식이다. 그리고 곧 불공정 거래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것은 결혼 생활이고 이후 삶은 상식, 이치와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는 중이었고 꽤 당황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이가 생기면서 나를 온전히 내려놓고 가족에게 나의 에너지와 시간을 상대에게 온전히 쏟는 경험을 하게 된다. 18세 넘어서 얻는 성인이란 ..

회사에서 유통하고 판매하는 프레임들은 어느정도 범주의 정형화된 사이즈가 있다. 대량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를 줄이기 위한,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디자인이나 재질들은 굉장히 좁은 범주에 있기 때문이다. 대량이라 함은 최소 300~500 장 부터 시작. 한 모델에. 덕분에 매니아들을 위한 프레임을 제작하기는 쉽지않다. 생산이라는건 판매를 위한 것이고, 디자이너와 공장, 디스트리뷰터들은 자선사업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종종 부자 브랜드나 강력한 팬 층을 거느린 회사들은 만든다. 그 자리까지 가는데 니치를 공략한 곳 / 대중적으로 벌고 아이덴티티에 쏟는 사례는 브랜드마다 다르다. 난 회사에서 디자인 하고 다음 먹거리를 기획하며 일하는건 너무 재미있으나, 나만의 제품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