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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 전략을 잃어버린 브랜드가 망가지는 수순에 대해 친구가 공유해줬고 공감도 되고, 앞으로 조심하자는 마음에 스크랩해둔다. 마이클 포터의 '경쟁 우위 전략'에서 비용우위, 즉 가격 차별과 함께 한 축으로 다룬 것이 '차별화 전략'입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압도적인 생산량을 토대로 무척 낮은 비용으로 저가 전략을 어느 컨텐츠 등 국내에 들여오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브랜드들도 가격으로 맞불을 놓을 것인지, 차별화된 특성으로 살아남을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기가 이미 지난 감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것이든 일관성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죠. 항상 문제는 오도가도 못하는 어정쩡한 실행에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IMF 이후 글로벌 시장 개방에 따라 차별화라는 낭만이 있던 브랜드들은 어중간하면 다 사라지는..

결국 퇴사의 시기가 왔다. 3월 안에, 늦어도 4월 첫 주 안에 나가야 하는데, 안경 디자이너라를 뽑고 인수인계하고 나가야 한다. 생각보다 회사에 오래 있었고, 많이 배웠고, 엄청나게 많이 얻고 나간다. 자리도 남산 아래 위치한 볕 잘 들고 따듯하고 시원한 통유리 사무실에서 혼자 일 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 무엇보다 조용하고 환기 잘 되는 자리에서 대표가 아니면 건드릴 일이 없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직원으로서 성장할 한계는 선명했고, 익숙하고 편하기 보다는 더 큰 시장, 나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긴 가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그 기회가 왔다. 이제는 지금 다니는 회사가 강력한 한방을 통해 긴 기간 동안 또 그 동력으로 굴러갈 수 있는 구조..
지난주에 과제를 통과하고 이번주 마지막 면접이 남았단다. 얼추 찾아보니 들어가서도 인턴을 해야한다는데 지금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는 최고 대우를 박차고 가야하다니.. 모험이다. 잘 해야지 뭐. 딴 건 잘 모르겠고 면접을 핑계삼아 나의 가치관에 대해 잘 고민해보고 이 김에 정리를 해두는게 내 인생에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회사의 디자인 팀장을 만나는 일들과 과제, 면접 준비는 종종 푹 익어있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몇 번의 미팅을 통해서 본 그는 안경 디자인에서 시작해서 패션 산업과 연관된 이 판을 진짜 좋아하네, 즐기는구나, 말이 통한단 생각에 자극이 됐다. 통하기 보단 나보다 넓은 시장에 있었으니 약간 생각하는게 다르겠지. 아무 생각없이 회사일에 집중해 있다가 그의 이야기를 들..

지난주에 상표권 등록했다. '아주' 장기적으로 보고 있는데 일단 고심에 고심 끝에 만든 이름이라 그런지 웬 이상한 브랜드에 뺏기지 않으려고 걸어둔 게 크다. 결에는 몇 가지 사전적 의미가 있다 '결' kyeol나무, 돌, 살갗 따위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성품의 바탕이나 상태 동양적인 이름을 선호하던 것도 있고, 나는 짧은 단어를 유독 좋아했다. 공예스러운 이름이라 같이하는 친구도 좋아했던 거 같다. 영어로 써도 이쁘고. 소재마다 텍스쳐가 다 다르지만, 이를 우리는 각자 맡은 파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로 가꿔보기로 한다. 여기부터는 이름을 정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다. 이름을 정하면서 둘의 생각을 투영하고 싶었다. 근데 술 마시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

오래간만에 쓴다. 1월부터 정말 바쁜 기간이 일단락되고 이번 주말을 끝으로 '일단' 한 숨 돌렸다. 회사에서 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브랜드까지 늘어나고, 작년부터 기존 인원이 교체되면서 이상하게 바다의 부유물이 파도에 밀려들 듯 자연스레 나에게 일들이 밀려들어왔다. 그렇다고 그에 대한 대가가 더 생기지는 않았다. 자고로 책임이란 조금 더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흘러가 쌓이는 것이었다. 보통 조금 더 약은 부류의 직장인들은 그런 부유물이 본인에게 오지 않도록 손을 휘휘 저어 다른 곳으로 흘러가게 만들 뿐이었다. 갓난아기는 사랑스럽지만 나의 신체는 그 넘치는 에너지를 받아들이기에 그리 젊지 않았나 보다. 나의 퇴근 후를 아내가 최대한으로 배려를 해 줘도 우리의 피로가 해소되지 않기는 매한가지였다. 두세 시..

미뤄뒀던 이번 안경업계와 브랜드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한다. 2018년 그니까 3년 전에도 썼었는데, 그때와 지금은 굉장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로 인해 공항으로 갈 일이 없어 면세사업이 망했다는 변수가 있다. 특히 선글라스 판은 여행을 가야 쓰기 때문에 그런 브랜드들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우스 브랜드 1위였던 젠틀몬스터는 9년 10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더 이상 안경 브랜드라 불리기 어색해졌다. 아이웨어라는 캐시카우를 필두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데, 토털 패션 브랜드들과 같이 어깨를 나란히 가는 중이다. 오래된 샤넬, 구찌, 루이비통과는 결이 다른 명품들과 얹혀 있으면 그 테가 난다. 그런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타깃을 겨냥한 듯하다. 그 명품..

편집자란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간단히 말하면 편집자는 기획을 하고 직접 취재를 하거나 저자에게 집필을 의뢰한 다음 그 결과물을 책이나 잡지로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나는 그 중에서 저자가 창작 이외에 다른 부분에 신경 쓰지 않도록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아이웨어 생산 MD란 크게 보면 같은 맥락이다. 사실 MD인지 디렉터인지 용어조차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편집자의 일은 어디까지나 막힘없이 책이 나오도록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다. MD또한 제품이 멈추지 않고 예상하고 기획한 제품이 적기에 나오도록 핸들링 하는 일이다. 그러한 점에서 미술관의 큐레이터와 편집자 그리고 MD는 비슷하다. 큐레이터의 역할은 작가가 홍보나 비용에 신경 쓰지 않고 제작에 전력을 다하도록 돕는 것이다. MD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