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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저녁에도 회사에서 모니터와 씨름 중이다. 올해 회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뭐가 팔렸고 앞으로 뭘 조심해야 하는지, 개인적으로 바라는 바람도 조금 적어보고 추가도 하면서 천천히 완성 해보려 한다. 새 브랜딩이 완료되었고 (결제 끝, 그러나 사장님은 안 끝남), 브랜딩 제품 사용방법에 맞는 정확한 format은 받지 못했지만 나온 로고와 컬러, 폰트 정리를 이용해서 일단은 order sheet의 새로운 format을 만들었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고전적인 편집 디자인을 한 사람들이 잘하는데.. 여튼 지금은 하루종일 새로운 제품군의 납품 공장가에 따른 도매가, 소비자가를 정리하는 중이다. 어떤 제품은 납품가 대비 더 받는 제품도 있을 것이고 적게 받는 제품도 있을 것이다. 가격 구간이란 그래서 ..

신재이.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50일이 되었다. 그에게 멋진 영감을 주는 인생 선배가 되면 좋겠다. 좋은 작업과 생각과 행동으로 그에게 좋은 영향을 주며 건강한 성장을 지켜봐 주는 것이 앞으로 할 일이다. 최선을 다하되 육아를 핑계로 나와 소연 개인의 삶에 소홀하지 말 것,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항상 찾아야지. 2020년도 며칠 안남았다.

중국 출장 그가 입사하고 2개월이 지나 중국으로 처음 출장을 데려갔다. 그때도 그와 나 그리고 재영 공장 사장님과 함께였다. 복귀하는 날 그 너그럽고 사람 좋은 재영 사장님께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신 과장. 저 친구 일 할 생각이 없어 보여.' 신입이 출장 가서 할 일이란, 선임 따라다니면서 일 하기 편하게 도와주며 어깨너머로 배우기만 하면 된다. 해외의 믿을만한 생산 업체와 거래를 한다는 건 아이웨어 디자이너, MD에게는 굉장한 경쟁력이다. 나는 이 출장을 시작으로 그가 외국이나 공장 관련 일을 자연스레 배워 직접 디자인도 하고 도면도 그리며 공장에 발주도 넣는 위치로 자리 잡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면 나는 경영이나 운영, 자금 흐름, 트렌드나 마케팅 방향을 설정하는 디렉터의 일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이전글 팀장의 고뇌 - 2 [director's cut] beos.kr 홍콩 출장 편 2 나는 친한 공장 사장님과 호텔방을 쓰고 싶었으나, 두 분 다 밤잠이 예민하다 했다. 그리고 그는 이가는 소리를 심하게 내면서 잔다고 미리 이야기했기 때문에 내가 같은 방을 쓰기로 했다. 그와 같은 호텔방을 들어갈 때부터 찜찜했다. 호텔 객실에는 애매하게 일회용 면도기 하나, 일회용 칫솔 두 개 가 있었다. 나는 입실하면서 슬쩍 둘러보고 이따가 들어오면서 하나씩 더 챙겨달라고 해야겠다 생각했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그는 하나만 남으면 그것을 쟁취하고야 마는, 이는 마치 식당에서 고기 한 점이 남으면 참지 못하고 이내 누군가에게 빼앗길 새라 젓가락을 먼저 뻗는 유형의 인간이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는 하나를 더..

이전 글 팀장의 고뇌 - 1 [director's cut] beos.kr 홍콩 출장 사건 1화 매년 11월에는 홍콩에서 안경 전시가 열린다. 나는 회사생활 4년 중 3번 참가했는데, 한 번은 사원으로 내 윗 상사들과, 한 번은 혼자, 마지막은 그와 사장님, 공장 사장 2분을 대동했었다. 당시 직원이 새로 온 지 7개월 차 정도 되었으나 그간 봐 오니 뭘 시키기가 겁나 역할 분담이랄 것도 없이 혼자 준비를 해야 했다. 간이 품목에 대한 세관 통과 및 모든 사람들의 비행기 티켓, 호텔 예약, 동선 및 전시 준비에 필요한 제품 준비. 그리고 외부 업체에게 해외의 전시장을 꾸미기 위한 부스 도면과 포스터, 각종 로고 전달 등등 전시에 가기 전까지 많은 할 일들이 있었다. 그래도 그가 완전히 할 일이 없던 건 아..

그와 일 이야기가 나온 때는 2019년 초 겨울이었다. 그는 젠틀몬스터에 아이웨어 디자이너로 운 좋게 입사했다가 아무래도 짤릴 위기라며 나를 찾았고, 겨울날 합정의 스타벅스에서 차 한잔 사주며 이야기를 들어줬다. 나는 그 때 그를 만나지 말아야 했다. 사람과 일을 시작하는 것은 절대 정으로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오피스 편 내용을 듣자하니 아무래도 따돌림을 당하는 듯했다. 그 회사에 만연한 분위기라며 도면을 아무리 열심히 그려도 반응을 안 하거나 뭐가 자꾸 별로라고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디자인팀은 5층에 위치하는데 자기 자리만 지하 1층 샘플실 앞에 두었다는 것. 디자인 직원들이 자꾸 살살 퇴사하라는 분위기로 몰아간다 했다. 나는 분개했다. 사람을 그런식으로 대하느냐고. 아무래도 니 디자인이 마음에 ..

조금 더 신과장의 시선으로 직설적으로 쓴 director's cut을 따로 구성했습니다. 앞으로 실제 업계의 인물 실명과 회사, 비용, 사건 등 민감한 내용들을 짙게 담기위해 다소 은밀하게 '암호'를 걸어 운영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글이 있는 반면, 저의 주관은 누군가에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 차례 커뮤니티에서 저의 옅은 주관이 있는 글이 돌았다는 연락을 받았기에 이러한 운영 방식을 쓰겠습니다. *안경 산업과 관련이 있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암호를 공유하지 않사오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궁금하신 분들께는 인스타그램 DM으로 비밀번호를 요청시 알려드리겠습니다. 편하게 문의하시고, 재미있게 보시길 바랍니다. @somerounds

아기가 태어나고 아내와 나의 관계에 어느정도 변화가 생겼고 드는 생각을 정리한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또 달라질거 같긴한데, 지금은 그렇다는 것. 연애의 시작은 여자가. 결혼의 스타트는 남자가 끊는 거라 했다. 요즘 유부남 유부녀의 삶의 칼자루는 아내가 쥐고 있는 거 같다. 우리 부모의 세대와는 많이 다르다. 나는 낮에는 일하고 퇴근 후, 아니면 주말에는 작업실로 가 뭔가 실현시켜보려 애썼다. 출근 전이나 점심 시간엔 매일 수영을 다녔다. 혼자 살았으면 몇 년 쓰고 버릴 제품이 아닌 아무래도 둘이 쓰다보니 서로 취향에 맞는 제대로 된 제품들을 구매하기 시작해서 집이 점점 마음에 들어갔다. 그녀나 나는 마음에 드는 거 사고 싶지 애매한 건 딱히 사고 싶은 게 없는 사람들이라 집에 그다지 물건도 없어,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