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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 본문
지난주에 과제를 통과하고 이번주 마지막 면접이 남았단다. 얼추 찾아보니 들어가서도 인턴을 해야한다는데 지금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는 최고 대우를 박차고 가야하다니.. 모험이다. 잘 해야지 뭐. 딴 건 잘 모르겠고 면접을 핑계삼아 나의 가치관에 대해 잘 고민해보고 이 김에 정리를 해두는게 내 인생에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회사의 디자인 팀장을 만나는 일들과 과제, 면접 준비는 종종 푹 익어있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몇 번의 미팅을 통해서 본 그는 안경 디자인에서 시작해서 패션 산업과 연관된 이 판을 진짜 좋아하네, 즐기는구나, 말이 통한단 생각에 자극이 됐다. 통하기 보단 나보다 넓은 시장에 있었으니 약간 생각하는게 다르겠지. 아무 생각없이 회사일에 집중해 있다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번쯤은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튼 과제까지 와서 컨셉부터 이미지가 나온 경위를 정리하고 드로잉, 공장 도면까지 몇 페이지를 만들어내면, 그리고 그에 파생 된 다른 디자인들도 쟁여두게 되면 내가 얼마나 안경 디자인을 즐거워했는지 깨닫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과제들이 꽉 차 있는 생활은 열라 피곤하겠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요즘처럼 죽어있는 느낌보다는 백번 낫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지금 이 과정들을 즐겁다 생각하는가? 그리고 왜 안되면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는가, 아직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서 우선 가치관이란 단어의 정의를 알아보았다.
가치관은 세계관과 인생관을 토대로 이제부터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적당히 시류의 흐름에 타협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어떤 가치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아 세상과 맞서면서 살 것인가? 등을 결정해 주는 인생의 좌표, 잣대, 무게중심이며, 더 나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가치관은 인생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 그리고 어디로 나아 갈 지를 제시하는 방향키와 같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가치관(價値觀))]
안된다기 보다 될 이유를 찾고 되도록 만드는 사람
그리고 몇 가지 질문들을 정리하면서 키워드와 내 가치관이 뭔지 찾아보기로 한다.
면접보고 왔는데 큰 압박 보다는 관심없는 표정으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 하고싶은 말 해봐 '
예 저는 안경 그리고 만들면서 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가려운 부분을 긁어드리겠습니다. 아이웨어에 선글라스와 도수테 파트 중 도수테파트에서 이 회사가 지향하는 바를 캐치하고 제품에 그런 아이덴티티를 넣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안그래도 팀장님께 고민하시는 부분이 어떤건지 여쭤보았고,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마음에 든 것인지 가능성을 본 것인지는 제가 아직은 상상만으로 방향을 잡고 만든건데, 추후 사소한 대화들 속에서 대표님께서나 파트장님께서 보는 시각을 이해하면서 반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그런거 말고'
정말 느낌상 5분은 그냥 지나갔던 것 같다. 그래서 힘들었던 기억과 이를 극복했던 점을 이야기했다.
제가 안경이야기 빼고는 할게 없는데, 그럼 좀 가난했던 여행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때는 졸업하고 대기업 몇 군데 최종면접에서 다 떨어지고 일년을 또 취업준비를 했는데 그 때도 다 최종에서 떨어졌습니다. 내 인성에 문제있나 자존감도 굉장히 낮아지고, 왠지 한 끝 차이로 자꾸 떨어지는거 같은데 열도받고 돈도 없고 29살인가 그랬을겁니다. 당시 그래도 정신건강 때문에 시작했던 아침 수영덕분에 온전한 멘탈로 버틴거같긴합니다만, 본가로 내려가서 친구도 없는 방바닥에 드러누워서 생각해보니 25살인가에 가려고했던 호주 워홀이 너무 가고싶더라고요. 당시 여친이 비자 다 받아놨는데 가면 아쉬울것 같다 라는 말에 딱 안갔는데 걔는 바로 유학갔습니다. 아무튼 다시는 그런 잘못을 하지 않겠다고 (타인의 결정으로 나에게 후회와 미련을 남기지 말자고, 면접에서도 후회없이 임했다 생각하지만 결과를 듣고 힘들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나.) 생각하면서 벌떡 일어나서 못갔던 워홀을 신청하고, 비행기값 벌어야해서 택배상하차하고 이런저런 일 딱 2달해서 모은게 한달 생활비 180만원, LCC로 편도 하나 끊고, 계속 사고싶던 안네발렌틴 펙토리원 (프랑스 안경테) 하나 사서 시드니로 날아갔습니다. 그때는 그냥 생존이 목표였습니다. 영어도 못했거든요, 스피킹이나 토익 성적이 쭉 별로였어요. 가서 한 이주?는 나름 고급스럽게 말하는거 연습하면서 이력서도 돌리고 했는데 돈이 다 떨어져가니까 사람이 절실해져요. 그리고 어디 뿌려둔데서 갑자기 못알아듣겠는데 당장와서 하래요? 거기서 일하던 프랑스인이 그날 빵꾸냈는데 그 김에 그냥 절 불렀고 외국인들이 다 뭐라는데 못알아듣겠고 걍 열심히 설거지 했어요. 셔츠입고 갔는데 옷 쉰내에 음쓰냄새나고, 내일부터 나오라대요. 하튼 영어가 안되니까 입사하는 서류 준비도 너무 어려웠어요. 당황해서 투마로우를 투데이라고 자꾸 말했다고도 하고요. 못알아들으니까 웬 방글라데시 홍콩애들도 저 놀리고는 저놈 못알아듣는다! 하면서 또 조롱해요. 기가막히게 그건 알아듣거든요. 상사도 엄청 갈구고. 하튼 딱 한달 버티니까 뭐라는지 대충 알아듣겠고 그 순서를 이해하니까, 걔들이 필요한거 다 준비해두고 눈치껏 가져다주고 하니 언제부턴가 자기 근무시간엔 꼭 저를 넣는 애도 생기고요. 그렇게 네 달 일하면서 학원도 다니고 맥북도 사고 카메라도 사고 차도 샀는데도 돈이 쪼금 남아서 지내면서 친해진 애들이랑 호주 여행을 다니기로 합니다. 저는 핀트에 몰리면 생존력이 강해지더라고요.
여행 중 호스텔이나 백패커에서 머물 수 있었는데 일주일인가 이주를 그냥 차에서 자거나 텐트에서 자면 한 40만원을 아낍니다. 그걸로 안경사고, 모스콧 램토쉬 100주년 별주모델. 여행다니면서 농장들어가서 일하고 돈벌고 또 이동하고 그렇게 한달반 지났나, 다시정착하기로 하고 적도에 가까운 캐서린이라는 동네에 국립공원 호텔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바쁘고 눈치보던 도시생활에서 얻은것도 많지만 그 곳의 유유자적한 삶에서도 큰 것들을 느꼈던거 같아요. 공동 주거라고 해야하나.. 각자 안에서의 직업들이 있었거든요. 청소일이었는데 일 제시간 안에 빡세게 끝내면 낮 2시면 일이 끝납니다. 그 이후는 자기 시간이에요. 보통은 낮잠 자거나 미드보는데 그러고도 시간이 많이 남으니 '내가 좋아하는것,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많은 사색을 하게 됩니다.' 제가 좋아하던건 딱 두가지. 음악이랑 안경이었는데
-이후에 계속
- 강점
안경을 좋아한다. 고로 국내의 열악한 안경회사에서 버틸 수 있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바를 캐치하고 대화를 통해 머릿속에 있는 형상을 구현할 정도의 이해력과 안경에 대한 지식,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맡은바 본인과 같이 일 하는 사람들 모두 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책임감 있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어왔다.
황희정승 처럼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각자의 상황이 있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내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연하고 흡수를 잘 하는 편이지만 단점으로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택지가 너무 넓어 선택을 어려워하는 편. 살면서 점점 선택을 좁혀나갈 줄 알았으나 더 모르겠다.
-효과적인 시간관리
개인적 할 일을 메모하는 to do 리스트를 매일 작성하는 편. 관리자가 되면서는 나 대신 이만큼의 부분을 온전히 맡길 수 있는 사람에게 위임하는 방법도 쓰고있다. 그 시간동안 나의 일에 더욱 집중 할 수 있다.
- 즐거웠던 일
일본 ioft와 파리 silmo에 갔던 일들이 즐거웠다. 가기 어려운 환경의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운좋게 추석 연휴에 휴가를 붙혀서 갔고, 다음엔 아예 퇴사하고 일본 여행을 하면서 여유롭게 즐겼다. 나름 혼자 다니는 가난한 여행을 즐기는데 거기에 세계의 온갖 브랜드가 모여있는 안경 전시회라 최고였다.
- 가장 짜증나고 스트레스 받던 일
대기업 최종 면접들에서 떨어졌던 일. 거기까지 몇 번이고 올라가도 이상하게 자꾸 끝에서 떨어지더라, 한 끗 차이라 생각되었고 이후 다른 면접에서는 실력으로 압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나는 공학전공을 실력으로 바르고싶은 열정이 없었다. 면접 들 이후 한참 방황했던 기억. 마지막은 지금 면접보는 회사에서 2년 전 실무진 면접에서 떨어진 것. 회사와 깔이 안맞는다고 떨어뜨린거 같은데 그 때도 스트레스가 상당했음. 여튼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기간이 길었는데 그 때 가장 스트레스 받았다. 나는 일하는게 좋다.
- 슬펐던 일
여자친구랑 헤어졌을 때? 잘 기억 안남
- 신명나고 호기심 나던 일
돌아보니 뭐든 새로운 기획을 하고 시작할 때 즐거웠음. 공동 작업실을 시작할 때. 드디어 회사에서 원하는 안경이 아니라 내가 상상하는 안경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음. 그에 관련돼서 컨셉과 제작까지 고민을 해 가면서 하나씩 해결 해 나갈 때가 가장 에너지가 넘쳤음. 혹은 안경공방에 문하생 안받는다고 했는데, 삼고초려 끝에 수락 해 줬을 때. 그리고 그 에너지가 아직까지 내 인생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 무엇보다 작업실과 공방이나 으쌰으쌰 하던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고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함.
- 요즘 내가 하는 생각
1. 수영하고싶다.
2. 어떻게 해야 안경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가.
- 꿈, 하고 싶은 거
안경계의 디터람스, 쿠엔틴 타란티노, 크리스토퍼 놀란. (본인 컬러 뚜렷, 자기 철학, 흥행) 안경 부속 부분에서 특이점을 갖고 가고싶고 이를 높은 수준의 사람들이 알아보고 추후에는 모두 알 수 있는 그런 안경을 만들고 싶다. 그동안은 빠르고 강도높게 살고 싶음.
그러나 나에겐 여가도 중요해. 시간이 긴게 중요하지 않고 여가의 밀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나무가 가까운 서울에서 살면서 레일 25미터되는 수영장 있는 호텔 연간 이용권 갖기. 헬스와 조식과 사우나도 오전 호텔에서 해결하고 출근 할 수 있는 조건. 친구 몇 명에게 그런 혜택 줄 수 있는 능력. 조용한 길, 디자이너가 만든 건물에 요가원과 작업실, 실버 관련 편집샵 소유.
내면적으로는 주변의 이야기를 잘 수용하지만 나의 가치관은 흔들리지 않고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강인한 사람이 되는 것.
1년간 시간동안 가족들과 세계여행도 가고싶고, 해외 지사에서 안경 디자이너로 근무도 해보고싶다.이런 일들은 이미 큰 돈을 벌었거나, 벌고 있거나,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라 그런 것들을 어떻게 현실화 해야하는지 고민중이다.
- 십년 뒤
만약 살아남았다면 아이웨어 사업의 지금과는 다른 한 파트를 담당하고 있지 않을까. 크게 아이웨어에서 세분화돼 부속 디자인이나, 가능의 범위를 넘어가거나, 안경의 편리함 파트만 독자적으로 만들어 질 수도 있으니. 그게 아마 전통적인 우리가 생각하는 아이웨어일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개념일수도 있다. 아예 장신구라던가 하는 영역으로.
- 이 회사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 좋아하는 브랜드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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