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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os 2021. 2. 10. 11:26

 

'결' 2021

 

지난주에 상표권 등록했다. '아주' 장기적으로 보고 있는데 일단 고심에 고심 끝에 만든 이름이라 그런지 웬 이상한 브랜드에 뺏기지 않으려고 걸어둔 게 크다. 

결에는 몇 가지 사전적 의미가 있다

'결' kyeol

나무, 돌, 살갗 따위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

성품의 바탕이나 상태

동양적인 이름을 선호하던 것도 있고, 나는 짧은 단어를 유독 좋아했다. 공예스러운 이름이라 같이하는 친구도 좋아했던 거 같다. 영어로 써도 이쁘고. 소재마다 텍스쳐가 다 다르지만, 이를 우리는 각자 맡은 파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로 가꿔보기로 한다.

 

여기부터는 이름을 정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다.

이름을 정하면서 둘의 생각을 투영하고 싶었다. 근데 술 마시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때는 완전히 하나였던 둘이 제품을 기획하는 기본 베이스가 너무 달라서 어려웠다. 큰 틀로 말하자면 그는 예술대학 출신의 공예가 (디자인은 공예 혹은 예술 안에 포함된다고 생각)고 나는 공대 출신의 디자이너 (제품은 수치와 효율성이 중요하고 제작은 그를 뒷받침하는 거라고, 혹은 제작 가능성에 맞춰 디자인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이다. 좋아하는 무드가 달라서 같은 이름이지만 생각하는 그림이 달랐다. 이렇듯 생각의 기본 전제 부터 다르기 때문에 많이 고생했다. 둘 다 양보 잘하는 편인데, 딱 고집 센 부분에서 만났다.

여하튼 만나서 술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1년이 지나 이러쿵저러쿵 많은 대화를 했고, 여러 후보가 지나갔다. 가을인가 여름인가 밤에 같이 서울숲을 거닐면서 갑론을박을 하다가 결국 손으로 나온다는 공예적인 입장에 손을 들어 서로가 생각하는 '결'은 다르지만 좋은 '결'에 대한 갈증은 같지 않느냐로 귀결. 이를 프로젝트의 네임으로 정하고 천천히 브랜드까지 가기로 했다. 

둘의 차이점을 활용해 두 가지 사이드로 진행해야 하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다. 브랜드명은 같지만 디렉터 라인은 다르게 가는게 어떨까 하는 거지. 공통적인 의견을 낸 제품이 기본 라인이고, 조금 더 그와 가까운 것, 조금 더 나 다운 것을 내고 싶은 욕심이 있지 않겠는가? 거기선 촬영이나 무드도 서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될 거 같다. 그리고 서로 최선을 다해 도와주면 된다. 동업도, 부부도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이다. 브랜드가 커 나갈 장기적인 계획도 세워봐야지. 즐거운 과정이다.

 

원래는 2년 전인가 즐겁게 elo 라는 가제로 시작을 했었다. easy life object라고 대충 인생 쉽게 만들어 주는 소품들을 만들어보자 였다. 테이블도 있겠고, 사무용품도 있었겠다. 쉽게는 옷걸이라던가 볼펜 뚜껑이라던가. 난 오디오랑 조명을 좋아해서 그런 것들도 만들고 싶었다. 이 이야기가 나온 게 문래에서 알짱대던 3년 전인데 미드 센츄리 풍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쯤이었고, 4560 디자인이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입소문을 타던 시기였다. 그런데 그런 무드의 빈티지 제품은 내구성이 취약하고 브랜드 이름 때문에 사는 것이지, 이케아처럼 가볍게 소비자가 인테리어를 위해 구매할만한 제품들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아무튼 만들거나 디피할 공간이 필요하니 덕분에 작업실도 차린 거다. 그 전초단계로 '서로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자' 가 이렇게 일이 커졌다.


2021년 시간이 지나면서 사무엘 스몰스라던가 그런 풍의 이미지 위주 소품샵이 넘쳐나고 자체적으로 제작해서 파는 업체들도 늘어났다. 오늘의 집이 히트를 치면서 유행하는 분위기들은 더 빠르게 소비가 되어간다. 인스타 스토리가 유행하면서 모듈식 테이블도 끝물을 향해 달려간다. 아마 당시 유행하겠다는 걸 조금 더 빨리 눈치챘던 것 같고, 이제는 유행 안하고 매니악한 걸로 가려고 하는 거다. 큰 틀은 비슷하다. 아마 blankof 라는 가방 브랜드로 시작해서 편집샵이 된 benedef 이노베이션 처럼 되고싶은가보다. 그 철학은 닿아있겠지.

 

'kyeol - 취향이 확고한 라이프 스타일 샵'

우리가 잘하는 안경과 주얼리로 시작한다. 소재는 시즌마다 공통점을 갖고 전개해 갈 예정이다. 덕분에 컬러는 1가지 톤의 적은 수의 모델라인. 기본에 충실하지만 컨셉이나 생산 방식 자체가 유니크 하기 때문에 트랜드와 관련 없이, 차분하게 일관된 톤을 강조하면서 아시아 코끼리처럼 지면을 꾹꾹 밟아 나아갈 예정이다.

 
아직 그래서 언제 어떻게 전개할거냐? 기약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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