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os

때는 2013년. 중고등학교 동창인 툴정이 '스퀘어드'란 필명으로 활동하며 RnB 비슷한 일렉트릭 사운드를 뽑기 시작할 때다. 당시 나는 기타 치는 또래들 중 톤과 리듬감이 좋아 fender telecaster를 곧 잘 치던 복학생이었다.2인조 듀오가 성행하던 시절이었는데 다프트 펑크부터 10cm까지. 우리는 그 중간 어디 즈음에서 일정 사운드는 루프를 돌리면서 기타나 건반은 라이브로 해내는 형태를 구상했다. 짬짬이 학업 중 공연도 했는데 서울의 작은 카페에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제주도에서 콜이 들어온 상황. 전액 다 대주면서 2박 3일간 제주 까멜리아 힐에서 숙박과 음식을 제공받는 대신 하루 공연만 뛰기로 조건이 들어왔다. 사실 스퀘어드가 곡 만들고 반주하는 둥 다 하는데, 공연 혼자 가기 심심..

‘돈 쓰고 시간 쓰더라도 만들고 싶은 안경을 만들어보자'는게 작업실을 계약한 이유다. 다른 일들도 더 생기면 좋고. 회사에선 만들고 싶은 모양으로 억지로 만들어봐야 안 팔릴 테고, 회사의 브랜드 결도 그렇지 않으니 그런 식으로 전개할 수가 없다. 철저하게 돈을 물고 올 제품들을 좋은 가격과 맞는 수량, 적절한 시기에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하여 지난 몇 년은 디자인에 할애는 안 하고 부속 값에 제품값, 입고 시기를 정하고 공장을 쉬지 않게 굴려야 하는 등 디자인 외적인 일을 하면서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었다. 뻔한 물건만 만들어야 하는 좋지 않은 사이클에 들어가 있었다. 여기서 에너지가 빼앗기니 작업실에서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들지도 못하면서 기력이 빠지고 있었다. 그러나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알음알..

토요일에 결혼식이랑 미팅이 있어서 작업실에 못 갔다. 평소 작업실이 너무 더러워서 혼자라도 치워야지 맘먹고 있던 터라 점심 전에 부리나케 갔다. 세 시간쯤 치웠나 보다. 다 치우고 여유가 생겼다. 최근에 기획부터 생산까지 의뢰가 들어와서 견적을 어떻게 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하나? 이것도 하고요, 저것도 하고요 가 사실이긴 하나 최악의 시나리오. 전문성 없어 보임. 디자인하는데 생산 관여도 해요 라기엔 관여를 너무 많이 하고. 기획을 한다기엔 브랜드 철학 잡고 가지 쳐서 쭉쭉 나가서 타당성을 제품까지 이어가는데 까지는 부족하고. 어떻게 소개해야 온전한 지금의 나를 소개하고 몸값을 받을 수 있을까. 마케터, 머천다이저, 디자이너 그리고 개발자는 전달자 혹은 창조자에 속한다. 대중에게..

플로리안 (줄여서 flo라고 부름)은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프랑스인이었다. 또래도 맞고 같이 반년쯤 일하면서 수다를 많이 떨었다. 다른 호주나 영국 애들과는 조크나 던지면서 놀았다면 플로랑은 그래도 많은 대화를 나눴고 꽤 재미있었다. 지금이야 연락을 안 하지만. 일과는 일찍 일어나서 식사, 4시간 일, 점심 먹으면 일과 끝. 매일 운동하고 씻고 저녁 먹고 삼삼오오 모여서 weed나 돌려 피던 때가 내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참 평화로운 시절의 기억이다. 정확히 이때부터 일과 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적게 일하고 시간이 남아도는데 돈도 풍족하고 다들 행복하다니? 오래간만에 생각해봐도 경이롭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며 워홀 하듯 살자는 마음으로 왔는데, 어느덧 그 삶과는 정 반대로 살고 있다. ..

오늘은 알람 없이 아침에 일어났는데 웬 새소리도 들리고 평소보다 밝고 아이들 뛰노는 소리가 들렸다. 아찔한 느낌에 시간을 봤는데 그냥 내가 일찍 일어난 거였다. 샤워하고 아침 먹고 커피를 갈까 말까 고민하면서 멍하게 시간 좀 죽치다 출근길을 나섰다. 현관문을 여니 겨울 냄새가 스쳤다. 자라는 건 손톱과 머리카락뿐이요 짧아지는 건 낮과 내 햄스트링이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났나 살짝 서글퍼진다. 곧 내년이다. 스트레칭 열심히 합시다. 출근길에 인스타나 휙휙 넘기면서 이런 것도 팔리나, 많은 게 있네 생각하며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 설명들을 들여다본다. 기가 찬다. 원래 있는 제품 카피해놓고 해설들이 분분하다. 달의 표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둥, 인간의 실존과 내면에 대한 고찰에서 나왔다는 등등. 인간의 팔..

그를 만난 건 내가 2015년 말 문래의 안경 공방에서 선생질을 할 때였다. 나는 공방 형 누나들이 필요로 하는 걸 서포트했다. 2013~15년은 ,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시간이 지나 안경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결정했던 시기다. 한국에 공예라 할 만안 안경은 황순찬 선배님의 '얼굴에 선을 긋다', 뿔테로는 김종필 선생님의 '수작전', 브랜드는 없지만 손님들의 프레임을 맞춤으로 깎아 만드는 '로코 안경 공방'이 있었다. '얼굴에 선을 긋다'는 작가와 안경원 대표가 만나서 라디오 아이즈라는 안경원이 되어 사업화가 되었다고 들었으며 당시 애쉬크로프트라는 브랜드가 블로그 감성 글을 필두로 치고 나오고 있던 시기였다. 그리고 백개가 넘는 하우스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피어나는 시기였다. 손님으로 온 노태현은 깐깐하고 ..

말이 바렐 제작 3이지 근황 잡담이다. 아래 링크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가 내가 하는 거 같다고 보낸 링크. 겸사겸사 네이버 블로그 하는 사람들 분위기를 봤는데, 폰으로 찍은 사진들과 그 날의 캡처들, 짧은 글을 섞어 정리하는 정도의 소화하기 쉬운 메모들이 주를 이루었고 보기 편하고 좋았다. 나는 사진기로 찍은 사진을 올리니 시간 걸림, 번잡하고, 글이 긴데 정리하지 않으니 말이 많다. 제대로 보는 사람은 없을 거 같은데 이것 또 티스토리 맛이 아닌가. 기자의 사설처럼 전문성을 갖고 하루를 되돌아볼 시선과 이를 설명할 필력을 갖고 싶다. 많이 읽고 보고 쓰는 것이 방법이겠지. 1 나중에 글 보니 현대카드? 스테이지에서 한 것 같은데..물론 영상은 볼 생각도 안했음 그냥 신기해서..N... blog.nav..

주말에 을지로 대다수의 상가들은 열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 다니면서 평일에 깔짝깔짝. 그나마 멀지 않으므로 틈틈이 바렐 제작에 맞는 부속들을 구해야지 했는데 영 시간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 날은 흔치 않게 평일 조금 더 시간을 내 부속들을 구하러 갔다. 우리 젊은 친구들은 을지로는 평균율의 음악이 좋다는 둥 맥주는 만선호프 아니냐는 둥, 을지냉면의 면이 어쩌고 헛소리를 할 수 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가난한 미대생이나 공대생이 직접 설계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졸업작품'쯤 되는 것을 만들기 위해 왔다면 이내 눈물을 질질 흘리며 을지로3가와 청계천, 세운상가 등등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을게다. 나는 학창 시절 지독하게 느껴보고 이번에 바렐을 만들기 위해 던젼으러 다시 찾아왔다. 다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