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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일 이야기가 나온 때는 2019년 초 겨울이었다. 그는 젠틀몬스터에 아이웨어 디자이너로 운 좋게 입사했다가 아무래도 짤릴 위기라며 나를 찾았고, 겨울날 합정의 스타벅스에서 차 한잔 사주며 이야기를 들어줬다. 나는 그 때 그를 만나지 말아야 했다. 사람과 일을 시작하는 것은 절대 정으로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오피스 편 내용을 듣자하니 아무래도 따돌림을 당하는 듯했다. 그 회사에 만연한 분위기라며 도면을 아무리 열심히 그려도 반응을 안 하거나 뭐가 자꾸 별로라고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디자인팀은 5층에 위치하는데 자기 자리만 지하 1층 샘플실 앞에 두었다는 것. 디자인 직원들이 자꾸 살살 퇴사하라는 분위기로 몰아간다 했다. 나는 분개했다. 사람을 그런식으로 대하느냐고. 아무래도 니 디자인이 마음에 ..
조금 더 신과장의 시선으로 직설적으로 쓴 director's cut을 따로 구성했습니다. 앞으로 실제 업계의 인물 실명과 회사, 비용, 사건 등 민감한 내용들을 짙게 담기위해 다소 은밀하게 '암호'를 걸어 운영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글이 있는 반면, 저의 주관은 누군가에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 차례 커뮤니티에서 저의 옅은 주관이 있는 글이 돌았다는 연락을 받았기에 이러한 운영 방식을 쓰겠습니다. *안경 산업과 관련이 있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암호를 공유하지 않사오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궁금하신 분들께는 인스타그램 DM으로 비밀번호를 요청시 알려드리겠습니다. 편하게 문의하시고, 재미있게 보시길 바랍니다. @somerounds
아기가 태어나고 아내와 나의 관계에 어느정도 변화가 생겼고 드는 생각을 정리한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또 달라질거 같긴한데, 지금은 그렇다는 것. 연애의 시작은 여자가. 결혼의 스타트는 남자가 끊는 거라 했다. 요즘 유부남 유부녀의 삶의 칼자루는 아내가 쥐고 있는 거 같다. 우리 부모의 세대와는 많이 다르다. 나는 낮에는 일하고 퇴근 후, 아니면 주말에는 작업실로 가 뭔가 실현시켜보려 애썼다. 출근 전이나 점심 시간엔 매일 수영을 다녔다. 혼자 살았으면 몇 년 쓰고 버릴 제품이 아닌 아무래도 둘이 쓰다보니 서로 취향에 맞는 제대로 된 제품들을 구매하기 시작해서 집이 점점 마음에 들어갔다. 그녀나 나는 마음에 드는 거 사고 싶지 애매한 건 딱히 사고 싶은 게 없는 사람들이라 집에 그다지 물건도 없어, 서울..
작업실을 계약한 지 1년 정도 되었다. 2019년 겨울. 시작을 했고 한 해가 지나 그만큼 사람이 새로 들어왔다. 애초에 계약서에 있던 초창기 멤버 한 명이 나가면서 이름은 자연스레 신상균, 이윤, 박기복을 줄여 신윤복으로 정리가 되었다. 예술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고 깔끔하다. 처음엔 쉽게 각자 '작업을 위해 공간이 필요하다'였다. 기복이도 메탈 작업과 주얼리, 유튜브 작업을, 누나는 본인의 사무실과 작업 다이가 필요했다. 다들 명확하게 할 일들이 있었고 나야 단순하게 그림도 그리고 안경을 만들자 였는데, 국내에 있던 여타 공방들처럼 아세테이트 깎고 다리도 심 박힌 거 구해와서 깎아서 넣고, 연마하는 것들에 회의감이 있었다. 아무래도 공장에서 CNC로 깎은 것처럼 정확하지 않고, 공산품처럼 수치상 0.5..
많은 실패와 스트레스 끝에 바렐을 완성했다. 바렐 영상 로그인 • Instagram www.instagram.com 원래 틀은 수치에 맞춰서 메탈로 제작하려고 했으나 그전에 거실에 있던 책상을 분해하면서 쓸만한 목재들이 나왔고 이걸로 그냥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메탈로 수치에 맞게 주문하는 것도 완전히 일이다. 큰 바렐이 돌아가는데 힘이 받도록, 체인 바퀴를 4륜차처럼 전륜 후륜이 동시에 돌아가도록 체인을 하나 더 구매하고 연결했다. 가운데를 비운 이유는 바렐이 안정적으로 올라가려면 파이프 거리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원통이 바닥 높이보다는 내려가니 바닥과의 차이를 주고 파이프 사이 거리를 뒀다. 가장 신경 쓰이던 바렐이 돌아가면서 한쪽으로 기우는 현상은 완벽하게 파이프가 평행하면 ..
작년 겨울에 시작했던 작업실은 나의 결혼과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1년 차로 접어들고 있다. 작년 겨울에 보일러를 과다하게 틀었음에도 굉장히 추웠던 기억이 있는지라 이번엔 허겁지겁 기름난로 몇 개와 전기난로를 각자 사방팔방 구했고, 지인에게 구매하기도 했다. 원래는 온풍기를 둘 예정이었으나, 구하려던 온풍기가 고장이라 연소할 때 냄새는 좀 나지만 효율은 좋은 것들 위주로 구해보았다. 아직까진 이 것들로 괜찮은 것 같다. 많이 추운 날은 기름을 많이 쓰지 뭐. 방열비만 개인적으로 달에 30 정도 예상한다. 거실 쪽은 전시나 미팅에 맞도록 약간 넉넉하게 뺐고, 컴퓨터 자리는 부엌 쪽으로 옮겼다. 처음엔 이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계속 꺼려하던 그였으나 막상 자리를 잘 배치하니 쓸만한 모양이다. 볕도 가..
안경회사 퇴사와 재입사 (2) 퇴사를 하고 일본으로 날아간 이유는 후쿠이현에 있는 일본 안경 공장에 꼭 가보고 싶었던 것과 조만간 도쿄에서 있을 ioft2018에 가서 일본 프레임들의 진수를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짧게 ioft beos.kr 위 글에 쓰인 간략한 명신이에 대한 소개다. 명신이는 내가 2015년 안경 공방에서 일을 시작할 때쯤 수제안경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찾아온 대학생이었다... .. 그 쯤 명신이도 우리와 같은 길을 가고 싶다고 공방에서 일한다길래 열심히 말렸다. 공방은 돈 내고 네 거 만들고, 일은 회사에서 하렴. 투자자 만나서 브랜드 내는 게 맞는 거 같다고.. 라치오랩의 태현이와 주말인가 평일 새벽인가 어쩌다 만나서 커피 마시면서 수다를 떨었는데, 회사에 자신을 좀 도와주면서 생..
브랜드 런칭기 1화를 쓰고 미팅은 이후 2번, 메시지와 통화는 몇 번 오고 갔다. 많은 대화를 하고 느낀 점은 업체가 이 업계를 너무 모르면 서로 어렵다 였다. 새로운 사람들이 안경 업계로 들어오면서 최저가 사이트에서 공산품 가격을 비교하듯 몇몇 안경 공장을 돌며 가장 낮은 단가를 본다. 공장에서는 본인들이 만든 샘플을 꺼내거나 브랜드를 내세우지만, 새로 시작하는 그들은 무엇이 잘 만들어진 테인지, 무엇이 싸게 만들어진 건지 모른다. 새로 접근하는 그 사람들이 아는 거라곤 요즘 인터넷에서 마케팅으로 하는 말인 '마추켈리 시트', '티타늄', '독일산 나사', '30년 장인의 피팅' 등 썩 중요하지 않으면서도 중요하게 언급해 둔 텍스트들을 나에게 열거했다. 그건 기본이기도, 기본이 아니기도 하다. 남자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