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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os
면접은 9시였다. 오전에는 주로 대표 면접이 많은 듯했다. 사옥으로 오라고 했고 10분 15분 전까지 사옥 앞에 도착했다. 본사를 들어가려면 지문을 찍고 들어가야 해서 나는 밖에서 서성댔는데, 젊은 경비가 면접이라 하니 메시지를 보여달라 했고, 보여줬고 안에 들어가서 앉아 기다렸다. 다를 담당하는 부서의 직원이 안내해서 2층인가 3층에 있는 시계가 빨리 지나가는 넓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 앞에는 사람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그 넓은 방안의 악어 모양의 유리 테이블이 인상적이었고 나 외로 브랜딩팀 컬러 담당이라는 한 여자애가 면접을 보러 왔다. 해외 대학 졸업한 지 얼마 안돼 보였고 포트폴리오를 정말 제본하고, 만들었던 커다란 스와치를 엄청 많이 가져왔다. 나는 종이 두장을 가져간 게 다였는데.. 뭐 ..
요즘을 정리해둬야지. 아침에 일어나면 씻고 밤새 지쳐 자고 있는 아내와 애기 사진 한방 찍고 출근한다. 자고 있는 소연이는 든든하고 미안하고 고맙고, 재이는 천진난만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재이나 아내나 나나 밤새 전쟁을 치루고 아침에나 잠들랑 말랑 하면 나는 회사를 가고 둘은 그제서야 푹 잔다. 보통 누가 애기 옆에서 자는가로 다음 날의 컨디션은 정해진다. 주로 아내가 재이 옆에서 자면서 영 안 되겠다 싶으면 나를 깨운다. 나는 그러면 새벽에 일어나서 분유를 타고 먹이고 트림을 시켜준다. 새벽에 두 번 정도 일어나서 하는 거 같다. 아무튼 그 둘이 자는 모습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고 대문을 조심스레 닫고 전철을 향해 총총걸음으로 나간다. 종종 아침에 재이만 깨서 열심히 팔다리 휘두르다가 출근하는 나와 눈..
여러 안경쟁이들이 좋아하는 수제라던가 이베이에서 팔리는 ao나 아넬 빈티지 프레임 혹은 장 폴 고띠에나 까르띠에의 프레임들을 혹은 일본 생산 제품을 떠나 안경사나 유통사에서 일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돈이 되는) 시장이 있다. 그것은 바로 소아용 프레임. 일명 키즈나 주니어용 테의 시장이다. 나는 소아용 프레임으로 10년 넘게 강자의 자리에 있던 회사에서 아이웨어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소재의 혁신으로 인한 급 매출 상승, 엄청난 재고와 라이선스 파기 등 이슈를 간접적으로 보고, 최근 소아용 프레임 디자인을 하면서 팔리는 제품을 내며 느껴 본 경험을 토대로 개략적인 현 시장분위기와 성공 포인트를 몇 가지 정리를 한다. 1. 밸런스 성인용 프레임과 확연하게 다른 밸런스 차이를 갖고 있다. 키즈와 주니어 또..
아기를 보고 있자면 나는 윤회 혹은 환생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뭔가 정신이 있는 듯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대해 나에게 전달을 하고 싶어 했지만, 목소리나 손, 몸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아 답답해하던 그 모습을 나는 잊을 수 없다. 결국 그가 내던 소리라곤 울음 뿐이었으나 이조차 덜 발달된 성대로 인해 미약했고 마치 근육이 다 빠져버린 노인의 몸이 마음 같지 않은 것처럼 생각만 대뇌속에 둥둥 떠다니며 해골 속에 갇힌 듯 보였다. 당시 노인과 같이 쪼글쪼글한 주름과 뻐끔거리는 입모양, 덜 발달된 동공으로 주변을 열심히 살펴보는 그 천진난만함. 또 같이 덜 발달 된 신체의 부자연스러움 덜 자란 건지 다 빠져버린 머리카락. 미약한 가죽 안에 덮인 생명력. 그리고 그..
1 조중균씨가 점심을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한 달이나 지나서 알았다. 내가 무딘 탓도 있겠지만 구내식당 테이블이 육 인용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차피 다 못 앉으니까 여기 없으면 다른 자리에 있겠지 생각했던 것이다. 해란씨는 조중균씨가 오늘만 점심을 안 먹은 것도 아니고 그것만 이상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언니, 모르시겠어요?” 얘는 말할 게 있으면 핵심만 전달하지 뭘 이렇게 떠보듯이 물어? 한 달 전 신입으로 함께 입사한 해란씨는 그 나이치고는 신중하고 성실했지만 살가운 동생 느낌은 확실히 없었다. 하기는 안 그래도 해란씨와 난 가까이하기에 좀 뭐한 관계였다. 석연찮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사이였으니까. 입사해서 파악해보니 회사에서는 일단 수습을 거친 다음 해란씨와 나 중에서 선택할 생각인 것 ..
차별화 전략을 잃어버린 브랜드가 망가지는 수순에 대해 친구가 공유해줬고 공감도 되고, 앞으로 조심하자는 마음에 스크랩해둔다. 마이클 포터의 '경쟁 우위 전략'에서 비용우위, 즉 가격 차별과 함께 한 축으로 다룬 것이 '차별화 전략'입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압도적인 생산량을 토대로 무척 낮은 비용으로 저가 전략을 어느 컨텐츠 등 국내에 들여오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브랜드들도 가격으로 맞불을 놓을 것인지, 차별화된 특성으로 살아남을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기가 이미 지난 감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것이든 일관성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죠. 항상 문제는 오도가도 못하는 어정쩡한 실행에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IMF 이후 글로벌 시장 개방에 따라 차별화라는 낭만이 있던 브랜드들은 어중간하면 다 사라지는..
결국 퇴사의 시기가 왔다. 3월 안에, 늦어도 4월 첫 주 안에 나가야 하는데, 안경 디자이너라를 뽑고 인수인계하고 나가야 한다. 생각보다 회사에 오래 있었고, 많이 배웠고, 엄청나게 많이 얻고 나간다. 자리도 남산 아래 위치한 볕 잘 들고 따듯하고 시원한 통유리 사무실에서 혼자 일 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 무엇보다 조용하고 환기 잘 되는 자리에서 대표가 아니면 건드릴 일이 없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직원으로서 성장할 한계는 선명했고, 익숙하고 편하기 보다는 더 큰 시장, 나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긴 가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그 기회가 왔다. 이제는 지금 다니는 회사가 강력한 한방을 통해 긴 기간 동안 또 그 동력으로 굴러갈 수 있는 구조..
지난주에 과제를 통과하고 이번주 마지막 면접이 남았단다. 얼추 찾아보니 들어가서도 인턴을 해야한다는데 지금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는 최고 대우를 박차고 가야하다니.. 모험이다. 잘 해야지 뭐. 딴 건 잘 모르겠고 면접을 핑계삼아 나의 가치관에 대해 잘 고민해보고 이 김에 정리를 해두는게 내 인생에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회사의 디자인 팀장을 만나는 일들과 과제, 면접 준비는 종종 푹 익어있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몇 번의 미팅을 통해서 본 그는 안경 디자인에서 시작해서 패션 산업과 연관된 이 판을 진짜 좋아하네, 즐기는구나, 말이 통한단 생각에 자극이 됐다. 통하기 보단 나보다 넓은 시장에 있었으니 약간 생각하는게 다르겠지. 아무 생각없이 회사일에 집중해 있다가 그의 이야기를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