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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os

9월 23일인 어제는 해빈이가 월급을 탔다며 저녁을 사준다길래 해피까지 셋이 만났다. 을지로 경일옥에서 퇴근 후 회동을 가졌다. 분명 며칠 전만 해도 선선했는데 이제는 쌀쌀하다고 해야겠다. 경일옥은 화덕 피잣집이었다. 먼저 아주 바쁜데 혼자 일하시는 사장님께서 불친절했지만 맛도 내 입맛엔 걍 그래서 요즘은 불친절하고 맛없는 것도 개성인가 머 이런 이야기를 했던 거 같다. 하지만 그건 한국 피자 입맛에 길들여진 내 입장이고, 이태리에서 꽤 지내다 온 해피의 말에 의하면 이 정도면 거의 오리지널에 가깝다 했다. 오리지널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런가 보다 하고 쩝쩝댔다. 가게의 불친절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물었는데, 홍대에 무슨 타코야키집이 있는데 테이블도 두 팀만 앉을 수 있고, 먹는 거도 제한되어있으며 대..

썩은 시체가 하늘에서 무더기로 떨어지는 꿈을 꾸고 결과를 본 후, 뭔가 기억에 남는 꿈을 꾸면 복권을 사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하지만 아무래도 큰돈이 필요한 시기라 아무래도 요행을 바라게 되었다. 매주 이천 원 정도에서 오천 원 쓰는 정도지만, 그 효과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언제 나에게 10억이나 20억이 생기면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겠는가? 아니면 매달 700씩 나온다면 어디에 쓸지 나름대로 노트에 끄적여본다. 나름 오천 원으로 계획도 세우게 해 주고, 한 주를 즐거운 상상으로 보내게 한다는 정도로 괜찮은 값은 한다. 10억 생기면 아파트 대출금 갚고 인테리어까지 해서 7억, 나머지는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좀 베풀고 유학과 육아를 동시에 해야겠다. 가끔 망해가는 사업체에 대표라고 하면서도..

오늘 다른 안경하는 친구랑 이야기하던 중 생각한 것들이다. 다른 친구의 회사는 보통 안경의 어떤 부분을 개발하고 개량해서 생산하는 형식의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다. 그 제품들도 공장에서 만들고 있던걸 봤는데 조금 신기한 것도 있고 (대부분은 아니지만), 그들의 제품은 포인트가 확실히 '다름, 기능, 혁신, 개발' 이런 키워드들에 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품군도 많지 않다. 다리에 기능이 하나 있으면 프론트는 약간 뻔한 형태로 8가지 정도의 모양을 구색으로 깐다. 컬러도 낭낭하게 6가지 정도. 부품 개발에 돈을 쓰고 히트를 치기 기다리는 대부분 디자이너 혹은 엔지니어에게 기대를 하는 구조의 회사다. 혁신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에서 시작된다. 사실 안경을 썼을 때 큰 변화는 소재의 변화다. 그러나 소재도..

나는 송탄 사람인데, 행정상 평택으로 합쳐진 이제는 이름이 없는 옛날 동네다. 넷플릭스 인간 수업에 나온 학교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토박이다. 20살 이후로 학교 때문에 서울로 올라왔고 군대와 외국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쭉 서울에서 살고 있다. 이번에 브랜드를 기획하면서 막상 '나는 누구인가'를 먼저 해결하자 였는데 이게 아주 어려운 것이다. 대학교 1학년 과제로 받은 적이야 있었지만 그저 과제였지 내 제품을 낸다는 생각을 하면서 맞이한 질문은 아니었지. 덕분에 나의 과거는 어땠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시간이 필요했고, 인간관계와 부모와의 관계 , 성장기의 시대적 분위기, 성장했던 공간과 지역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 사람의 행동과 머리는 무조건 과거에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시대적으로..

사진기나 캠코더에 형상이 들어가기 전에는 현실, 그 순간이 박히고 난 이후에는 예술이나 영화로 기록된다. 준비가 덜 된 사실일 경우에는 다큐, 세팅을 해두고 찍은 경우에는 더욱 상업성을 띄게 된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은 갑자기 들이대서 플래시 터뜨리는 사진을 좋아하는데 이는 마치 예술이나 영화로 넘어가는 찰나를 '순간' 적으로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완벽한 현실이 사진으로 남는다는 것은 나중에 보면 아주 귀한 재산이 된다. 나는 2003년부터 사진기를 들고다니면서 고등 학창 시절까지 찍어서 싸이월들에 마구잡이로 올려댔는데, 아직까지도 전교생의 추억 소환용 사진으로 그때 찍은 그 사진들이 돌고 돈다. 비동의로 찍은 사진들이라 준비도 안되어있고 보정들도 안되어 있지만, 나중에는 결국 그 사진밖에 안..

코받침과 리벳, 장석을 새로 만들었다. 기존에 있는 보통 안경에서 쓰는 기본적인 형태의 부속들도 튼튼하고 좋지만, 아무래도 모든 부속을 새로 만들다 보니 약간 비효율적이어도 해보고 싶었던 방식들을 시도했다. 리벳, 경첩, 템플 심, 코받침까지 메탈을 사용하는 부분은 다 바꿔본다. 세계의 작은 공방에서 만드는 수제안경은 기존의 공장에서 나왔던 부속들을 사용하되 아세테이트는 형태를 마음대로 깎고 다듬고 광내는 분위기였다. 모두들 기본적인 공정과 연마와 광을 내고 피팅을 해서 한동안 써보고 난 후에 만들면 만들수록 드는 디테일들에 신경 쓰기 시작한다. 열 힌지를 삽입하고 얼마나 깨끗하게 마무리가 되는가, 리벳을 달았는데 좌우가 완벽한가, 다리를 접었을 때 얼마나 일치하는가, 엔드피스 쪽 다리와 프론트의 닿는 ..

뭐하는지 모르겠는 일주일이 지나가고 주말에는 작업이 얼추 마무리되어 갈 때쯤 동생들이 놀러 왔다. 밖에서 술 마시기 무섭다며 저녁 먹을 겸 한잔 하러 오겠다기에 두세명 올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코로나 시대라 발열검사와 손씻기 후 꾸역꾸역 몰려들더니 8명이 입장했다. 10인 이상은 벌금이란다. 다 학교 후배들이다. 나 대학생 때 (라떼)는 깔루아 다음에 예거였는데, 애들은 아그와로 시작해서 앱솔루트로 넘어갔다 한다. 학번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돌아가며 DJ로써 음악들을 추천했다. 마음에 드는 곡들은 밴드를 적어가는 훈훈한 자리였다. 스피커를 크게 틀어도 좋으니 그건 다들 좋아하는 듯. 즐겨가던 대학교 밑에 지하세계의 술국집, 작은마을 제육덮밥, 점점점의 재즈와 맥주까지 사라지거나..

회사 제품의 이야기다. 작년 11월인가 홍콩으로 출장 가면서 공장 관계자 만나고 도면을 넘겼었는데, 제품은 이후 8개월이나 지난 7월에 나왔다. 그리고 출시는 한 달 쟁여뒀다가 이번 8월에 했다. 이 공장은 그리면 그린대로 잘 나온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지만 초도수량이 크고 긴 제작기간, 단가가 타 공장에 비해 많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유행과 상관없이 꼭 필요한 제품들은 모았다가 발주한다. 안경 자체의 때깔이 좋은 편이라, 고급테를 지향하는 우리로썬 같이 가고 있지만 나랑 일하는 중국애가 말 많고 까탈스러워서 같이 일하기 굉 장 히 피곤하다. 공장마다 각자의 특징들이 있어 하나만 끌고가기엔 아쉬운 점이 있다. 회사에서는 안경 성수기인 3~5월간 코로나로 인해 기존 전략인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