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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에 시작했던 작업실은 나의 결혼과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1년 차로 접어들고 있다. 작년 겨울에 보일러를 과다하게 틀었음에도 굉장히 추웠던 기억이 있는지라 이번엔 허겁지겁 기름난로 몇 개와 전기난로를 각자 사방팔방 구했고, 지인에게 구매하기도 했다. 원래는 온풍기를 둘 예정이었으나, 구하려던 온풍기가 고장이라 연소할 때 냄새는 좀 나지만 효율은 좋은 것들 위주로 구해보았다. 아직까진 이 것들로 괜찮은 것 같다. 많이 추운 날은 기름을 많이 쓰지 뭐. 방열비만 개인적으로 달에 30 정도 예상한다. 거실 쪽은 전시나 미팅에 맞도록 약간 넉넉하게 뺐고, 컴퓨터 자리는 부엌 쪽으로 옮겼다. 처음엔 이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계속 꺼려하던 그였으나 막상 자리를 잘 배치하니 쓸만한 모양이다. 볕도 가..

안경회사 퇴사와 재입사 (2) 퇴사를 하고 일본으로 날아간 이유는 후쿠이현에 있는 일본 안경 공장에 꼭 가보고 싶었던 것과 조만간 도쿄에서 있을 ioft2018에 가서 일본 프레임들의 진수를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짧게 ioft beos.kr 위 글에 쓰인 간략한 명신이에 대한 소개다. 명신이는 내가 2015년 안경 공방에서 일을 시작할 때쯤 수제안경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찾아온 대학생이었다... .. 그 쯤 명신이도 우리와 같은 길을 가고 싶다고 공방에서 일한다길래 열심히 말렸다. 공방은 돈 내고 네 거 만들고, 일은 회사에서 하렴. 투자자 만나서 브랜드 내는 게 맞는 거 같다고.. 라치오랩의 태현이와 주말인가 평일 새벽인가 어쩌다 만나서 커피 마시면서 수다를 떨었는데, 회사에 자신을 좀 도와주면서 생..

브랜드 런칭기 1화를 쓰고 미팅은 이후 2번, 메시지와 통화는 몇 번 오고 갔다. 많은 대화를 하고 느낀 점은 업체가 이 업계를 너무 모르면 서로 어렵다 였다. 새로운 사람들이 안경 업계로 들어오면서 최저가 사이트에서 공산품 가격을 비교하듯 몇몇 안경 공장을 돌며 가장 낮은 단가를 본다. 공장에서는 본인들이 만든 샘플을 꺼내거나 브랜드를 내세우지만, 새로 시작하는 그들은 무엇이 잘 만들어진 테인지, 무엇이 싸게 만들어진 건지 모른다. 새로 접근하는 그 사람들이 아는 거라곤 요즘 인터넷에서 마케팅으로 하는 말인 '마추켈리 시트', '티타늄', '독일산 나사', '30년 장인의 피팅' 등 썩 중요하지 않으면서도 중요하게 언급해 둔 텍스트들을 나에게 열거했다. 그건 기본이기도, 기본이 아니기도 하다. 남자 고..

그녀와 함께 대구로 출장을 갔다. KTX를 예매할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아침 8시 서울역 출발, 저녁 7시 대구 출발로 잡으라신다. 세팅만 다 해놓고 가면 공장에서 그렇게 까지 시간을 쓸 일은 없는데 고생 좀 하겠구나 했다. 집에 가면 밤 10시가 넘겠구나. 만삭인 아내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출장을 간 그 날은 날이 무척 주웠다. 수능이 다가오고 있구나 란 생각을 했었고, 코로나 때문에 시험들은 어떻게 보나 까지 의식이 흘렀던 것 같다. (뒤늦게 안 거지만 12월 수능이란다.) 그녀는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는 플랫폼으로 들어가는데 바닥에 엑스가 그려진 출구로 앞장서서 걸어간다. 바닥엔 분명히 진입금지라고 쓰여 있고 방역 직원이 손님! 손님! 하며 소리를 쳐도 막무가내다. 달려가서 팔을 잡아끌고 발열..

홈트레이닝이 유행이다. 스트레칭하려고 힙으뜸 티비로 틀어놓고 오분쯤 따라 하다가 옆으로 드러누워서 그냥 구경만 한다. 잘하네.. 집사람에게 혼난다. 요즘 수영을 못 가서 몸이 뻐근하고 자꾸 아픈 거 같다. 팔굽혀펴기 집에서 하고 나가서 달리기 하면 된다지만, 난 도서관이나 독서실 파다. 집에서 못한다. 혼자 식단 짜서 체중 감량하고 시간 맞춰서 잘 뛰는 친구들 보면 무조건 인생 성공하겠다 싶다. 나는 망한 거 같다. 집사람이 헝거게임을 안 봤다길래 틀어놓고 맥주도 들고 간식도 챙겨서 앉는다. 기대된다! 내가 좋아하는 제니퍼 로렌스! 물을 떠 오란다. 냉큼 가져와서 앉자마자 알람을 맞춰야 하니 핸드폰 가져오란다. 갖다 줬더니 이내 영화는 귀로 들으면서 폰 삼매경이다. 그리고 딴 소리를 한다. 나중엔 걔 언..

무던한 날이었다. 소연이는 만삭의 몸을 이끌고 향진과 민지 약속이 있다며 선유도로 가는 길이었고, 난 뚝섬 작업실에 가려던 차였다. 임산부 혼자 가는것도 신경쓰이고 선물을 사야한다길래 내가 원두사러 갈 겸 합정까지는 같이 가기로 했다. 경모형의 아내인 민지씨는 커피를 좋아한다기에 사는 김에 하나 더 사고 소연이가 들고갔다. 이런 합정의 골목으로도 커피를 사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니. 우리 작업실인 뚝섬도 입지는 좋은 편인데, 저런 식으로 활용이 가능하지는 않을까 싶었다. 작업만 하기엔 너무 아깝다. 소연이를 바래다주고 나는 뚝섬 작업실로 왔다. 앞으로 작업실 계획 중 하나는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있지만 수강생도 받아야 우리 월세라도 뽑으므로 수강생용 테이블을 짰다. 그리고 11월 말 경에는 4미리 심..

때는 2013년. 중고등학교 동창인 툴정이 '스퀘어드'란 필명으로 활동하며 RnB 비슷한 일렉트릭 사운드를 뽑기 시작할 때다. 당시 나는 기타 치는 또래들 중 톤과 리듬감이 좋아 fender telecaster를 곧 잘 치던 복학생이었다.2인조 듀오가 성행하던 시절이었는데 다프트 펑크부터 10cm까지. 우리는 그 중간 어디 즈음에서 일정 사운드는 루프를 돌리면서 기타나 건반은 라이브로 해내는 형태를 구상했다. 짬짬이 학업 중 공연도 했는데 서울의 작은 카페에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제주도에서 콜이 들어온 상황. 전액 다 대주면서 2박 3일간 제주 까멜리아 힐에서 숙박과 음식을 제공받는 대신 하루 공연만 뛰기로 조건이 들어왔다. 사실 스퀘어드가 곡 만들고 반주하는 둥 다 하는데, 공연 혼자 가기 심심..

‘돈 쓰고 시간 쓰더라도 만들고 싶은 안경을 만들어보자'는게 작업실을 계약한 이유다. 다른 일들도 더 생기면 좋고. 회사에선 만들고 싶은 모양으로 억지로 만들어봐야 안 팔릴 테고, 회사의 브랜드 결도 그렇지 않으니 그런 식으로 전개할 수가 없다. 철저하게 돈을 물고 올 제품들을 좋은 가격과 맞는 수량, 적절한 시기에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하여 지난 몇 년은 디자인에 할애는 안 하고 부속 값에 제품값, 입고 시기를 정하고 공장을 쉬지 않게 굴려야 하는 등 디자인 외적인 일을 하면서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었다. 뻔한 물건만 만들어야 하는 좋지 않은 사이클에 들어가 있었다. 여기서 에너지가 빼앗기니 작업실에서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들지도 못하면서 기력이 빠지고 있었다. 그러나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알음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