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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링 4 + 바렐 제작 본문
코받침과 리벳, 장석을 새로 만들었다.
기존에 있는 보통 안경에서 쓰는 기본적인 형태의 부속들도 튼튼하고 좋지만, 아무래도 모든 부속을 새로 만들다 보니 약간 비효율적이어도 해보고 싶었던 방식들을 시도했다. 리벳, 경첩, 템플 심, 코받침까지 메탈을 사용하는 부분은 다 바꿔본다.
세계의 작은 공방에서 만드는 수제안경은 기존의 공장에서 나왔던 부속들을 사용하되 아세테이트는 형태를 마음대로 깎고 다듬고 광내는 분위기였다. 모두들 기본적인 공정과 연마와 광을 내고 피팅을 해서 한동안 써보고 난 후에 만들면 만들수록 드는 디테일들에 신경 쓰기 시작한다. 열 힌지를 삽입하고 얼마나 깨끗하게 마무리가 되는가, 리벳을 달았는데 좌우가 완벽한가, 다리를 접었을 때 얼마나 일치하는가, 엔드피스 쪽 다리와 프론트의 닿는 면이 완벽한가, 아세테이트 안에 기포는 없는가 등등 만들어 본 사람들만 굉장히 신경 쓰는 그런 부분들 (디테일) 때문에 시간은 두배 정도가 길어졌고 그런 것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경우도 많다.
물론 CNC로 프론트를 까고 다리도 심입기로 잘해서 주는 업체를 찾으면 일은 참 쉬워지고, 요즘은 다들 돈들이 많아서 장비들을 하나씩 가지고 큰 스트레스 없이 작업들을 하고 있어서 위에 나오는 저런 고뇌들에서 멀어 보인다. 거기서는 그냥 일러스트로 프론트를 어떤 모양을 가지고 만들까 정도의 문제와 장비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숙련도 정도가 필요하다.
안경을 만드는데 적합한 바렐과 빠우를 쓰기 위해 아무래도 공간이 필요하지만, 취미 정도라면 딱히 그런 것도 필요가 없는 것 같다. 탁상빠우랑 주얼리 바렐 정도로 혼자 꺼 만들기도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만들게 아니기 때문에..
여튼 길고 긴 드로잉과 모델링 렌더링 후에 샘플링까지 왔다. 전에 나왔던 샘플들보다 더 개선을 시킨 부속들을 또 다듬고 있다.
중국 안경공장 망한 데다도 알아보고, 백만 원 넘는 집진 가능 빠우기계도 알아봤는데 너무 무거워서 기동성이 떨어지고.. 우린 그냥 이렇게 클래식한 게 맞는 거 같다. 속도 조절은 나중에 달 예정이다.
그리고 가랑을 만들고 있다. 벌써 한번 실패했다. 내가 시간을 내서 청계천 돌아다녀서 부속을 사면 끝난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지금 전혀 못 움직이고 있다. 토요일에 갔더니 필요한 데는 다 닫았더라. 수확이 없던 하루.
통은 기복이랑 같이 도면 치고 재료 아끼면서 효율적으로 만들어봤다. 이제 구동부와 전기 부분만 내가 만지면 정말 끝이다.
사진 올리다 보니 볼트 너트 더 구매해야 했던 게 생각났다. 뚜껑은 투명이라 바렐 도는 동안 안을 볼 수 있다.
안경도 몇 개 동시에 작업 중이긴 하다.
피곤한 날이었다. 부속도 그냥 다 주문하고 장비들도 다 살걸 이란 생각이 99 프로지만, 느려도 쭉 하기만 하면 된다. 어차피 남들이랑 겹치는 거 할 생각은 없었다. 이런 식으로 들어올 사람들도 없겠지. 맘이 급하면 넘어지는 법이다. 작업실 사람들이랑 능이백숙 하나 해야 하는 지치는 8월이다. 장어라도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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