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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좋게 속이는 기술

beos 2020. 8. 12. 23:29

포테토헤드에서 바라본 미시시피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는데, 한 아이가 병원에 갈 때까지 화장실에 앉지를 않더라. 며칠이 지나도록 화장실에 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미용실에도 갔는데 머리 깎는 것도 무섭다는 아이를 보면서 의문이 있었다. 장이 꽉 찰 때까지 버티다가 병원행. 결론은 변기의 차고 딱딱한 의자가 맨살에 닿는 게 싫었고, 미용실의 바리깡이 머리에 닿는 게 무서웠던 것인데 그 두 가지의 연관성 '이질적인 무엇인가가 갑자기 닿는 것'을 과연 누가 알아 챌 수 있을까. 

상관없는 일 들 사이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일은 어지간한 전문가 혹은 호기심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아니고는 어려운 일이다. 혹은 이미 결과는 병원에서 알아놓고 오 선생이 기상천외한 두 가지를 짜 맞춘듯한 각본으로 보인 걸지도. 한편으로 호기심을 유발해 시청자들이 안달 나 채널을 고정하도록 만들었다 할 수 있다. 

다른 이야기지만 오늘 회사로 신제품들이 도착했는데, 공장에서 가격 tag을 실수로 싸게 달아왔다. 뭐 평소대로라면 다시 공장으로 내려서 새로 바꿔껴주세요, 할 텐데 오늘따라 고민이 되었다. 제품이 컬러나 품질이 좋긴 하나 이전에 팔던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가격을 15%나 더 받을 정도인가 혹은 소비자들이 이 가격을 이해하고 구매할지. 결국 공장에 연락해 납품가를 줄여달라 하고, 우리도 마진을 줄여서 적게 온 가격대로 판매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자 왠지 원래 그 가격의 제품처럼 보인다.

그러면서 내가 예상한 단어 그대로 공장이 말한다. '다음에 다른 테에서 마진 좀 더 볼게요.' 

이 공장은 영업을 잘한다고 느껴지는 것이 내가 할 말을 먼저 나의 말투로 내 귀에 던진다. 혹은 내가 공장에게서 배웠던가. 우리는 같은 언어를 쓴다. 주파수를 맞춤으로 쉽게 마음을 트는 방법이다. 상대를 파악한다면 쉬운 일이다. 혹은 이미 나를 홀리게 만들었던가. 애초에 납품가니 뭐니 다 작전이었을지도, 잘하는 공장에서 가격 tag을 잘못 단 것부터가...

이런 몇 가지 사람들을 기분 좋은 속임수들에 대해 이야기하면 소연이는 내가 너무 꼬아서 세상을 본다고 말한다.

 

응 너도 속아서 결혼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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