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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링 3 본문
오늘의 샘플링 테스트, 회사에서 제품 만들때도 공장에서 가장 시간이 많이 드는 부분이다. 샘플링 팀은 따로 있어야하는데 이건 뭔 주말에 몇 시간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일 관두고 딱 삼개월만 몰입하면 뭔가 될텐데.
아닐 확률도 높다! 그러나 요즘은 굳이 사진에 찍지 않은 것들도 많은 상황에서, 긍정적인 가능성들이 엿보인다.


힌지는 나사선까지 잘 만들어졌다. 다음 버전 리벳과 힌지를 그려보는 중이다. 나사도 잘 들어가고 적당한 느낌으로 열고 닫힌다.

만들고 있는 다리를 붙일 프론트를 만드는 중이다. 홈 선 날은 캐나다 밀링머신 장인인 cask에게 주문 제작했다. 평소 쓰던 것보다 깊은 느낌이다. 위의 사진은 리벳 자리를 표시하는 것. 이후 톱질과 줄질들은 생략. cnc 기계를 두면 참 좋을텐데. 난 그리고 도면만 쳐서 설명해 줄테니 다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다듬어준다. 리벳을 뚫기 위한 탭이 아직 준비가 안됐다. 쓰는 김에 구매 요청해둬야지. 0.7파이의 m4

기복이는 우리 제품에 쓸 코받침과 리벳을 모델링하고 있다. 얼굴 각에 맞는 형태들과 구조 사이즈를 평면도로 그리고 말해줬고, 이를 형태 화하는 건 그가 전문이다. 직접 그리면서 감을 잡으니 추후에 본인이 하고 싶은 모양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은 직접 그린 프레임과 부속을 컨펌해달라고 주고받는다. 습득이 빠르다.

이건 내 버전의 리벳. 크게 보면 착각을 할 수 있지만 리벳 사이즈로 줄여서 본다면 그저 리벳처럼 보일 것이다. 의도한 모양은 아닌데 좀 야시꾸리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코카콜라 병과 같이 상업적 가치가 있을 것이다.

아세테이트 안에 들어갈 템플을 만드는 중이다. 때리고 열을 줘 탄성과 강도를 만들어낸다.

두시간 쯤 때렸나.. 이번에는 러프하게 만들어본다.

많은 시간을 들여 위의 사진보다는 더 매끈하고 동글게 다듬었다. 너무 두꺼워도 추후 작업하는데 문제가 된다. 일단 테스트기 때문에 어느 정도 두께까지 맞춰주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대로 매끈하게 다듬어서 써도 좋겠지만, 오늘은 더 어려운 방법을 해본다.

아세테이트 안에 넣는다. 심입기를 쓸 수 없는 방식이라 다른 방법을 쓴다. 그런데 전 세계 수제 만드는 친구들은 다들 이렇게 하고 있단다. 공장에서 다리를 주문해서 쓰던가. 안에 템플을 직접 만든 케이스는 보지 못했다.
안경 작업을 기록 겸 디테일하게 올리는 것에 대해, 방법을 아는 사람들은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게 보기만 하는 것보다 훨씬 시간과 노력이 드는데 결과물은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 것도 있고, 사이에 있던 무수한 에러들을 수정해나가며 정상적으로 나온다는 게, 디자인만 하거나 공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모르는 사람들이 이런 사진과 텍스트로 적당히 지식만 습득하고 대화를 시도하려 할 때 위험하다. 전에 유명한 안경원에서 안경 하나 사려고 마감을 보고 있었는데, 내가 안경 보는 모습에 업자란 걸 알아차렸는지 대표가 왔다.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데, 내가 수제안경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안 했지만, 어느덧 그분은 한국의 핸드메이드를 까내리고 있었다. 템플과 프론트 닿는 각이 일본의 핸드메이드는 45도인데 한국 수제는 그런 거 없다. 허접하다. 등등 (사와구치 핸드메이드는 평평하다) 별소리를 다 하길래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 프런트와 템플이 위에서 봤을 때 있는 각도가 무게를 분산해주기 위함이라 자신 있게 말하는데, 글쎄. 과연 그럴까.
그는 연마는 몇 시간 어떻게 줘야 하고, 안엔 뭐가 들어있고 등등 지식을 뽐냈지만 현실은 텍스트로 보아 온 것과는 너무 다르다. 그가 습도와 계절을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걸까 안에 칩 종류들과 단계별로 어떤 변화들이 오는지는 보름이상 직접 돌려보고 '아 별 차이 없구나'라는 것도 직접 느꼈을지.

와인을 직접 생산해보면 와인에 대해 더 아는 척을 하게 되거나, 다른 와인들이 왜 저런 형태와 맛을 내는지 이해하게 되어 말하기 어려워 지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알면 알 수록 입을 닫아야하고, 사실 그 안다는 것도 내 상황에서 아는거지 다들 상황과 조건들이 다르기 때문에, 무엇 하나 옳다고 말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해야한다. 덕분에 너무 피곤하니 그냥 극히 개인적으로 접근하며 공감해 주는 이들과 교감하며 확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약간 다르긴한데 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 라며 이를 뒷받침해주는 봉감독의 명언도 있지않은가.
한편으로는 나는 해봤는데, 너는 해보고 하는 소리냐! 라고 말하는 나도 꼰대의 범주에 들어간다.

위의 안경원 대표는 왜 그런 소리를 했을까.
반대로 쉽게 만들어 놓고 어렵게 했다고 입을 터는 제작자들도 꽤 있다는 점이다. 아마 거기 홀렸거나 지가 만들어낸 구전적 구라일 것이다. 예전 아이씨 베를린 테가 톡 치면 다 분해되는 것을 영업사원이 '안전'을 위해 분해된다고 말한 것이 강남을 중심으로 대박을 친 적이 있었다. 실수를 포장한 것을 판매자들이 무지몽매한 소비자에게 마치 좋은 것인 양 전달되는 것. 별 거 아닌 것들에 이유가 있다고 아는 척하면서 디자인이고 기술이라고 떠들던 사람들. 팔기 위해 아닌 걸 맞다고 우기는 사람들. 사실 그게 영업이지만.
제작자도 문제지만 품질이 가장 중요하지만 제작자가 이유가 있어 만든 것들에 DM을 보내대면서 퀄, 퀄 대면서 따지는 일부 어린 소비자들도 몰상식하긴 마찬가지다. 그런 품질에는 응당한 가격이 매겨지지만, 그렇게 따지는 사람들 중 걸맞은 값에 좋은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은 잘 보지 못했다. 내가 고 가격대의 시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생각하는 이유 중 30%는 아마 소비자의 수준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긴 활주로가 필요하다. 오래 나는 큰 비행기는 활주로나 연료나 아무튼 뭔가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력을 해 본 사람들은 별거 아닌 것들을 들여다보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한다.
한편 일을 시켜놓고 말없이 기다려 주는 점을 악용해 있는 대로 시간을 끌어놓고 열심히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열심히 한 것은 허겁지겁 먼저 말을 하지 않아도, 결과물이 말을 한다. 노력을 했든, 생각을 열심히 했든, 보인다. 이는 주로 외주, 학교나 직장에서 발생한다.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주로 사람을 봐가며 행동한다. 인격적으로 모독하며 몰아치는 상사나 클라이언트에게 과연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부업이나 하듯 회사에 다니거나 남의 시간과 돈을 갉아먹는 사람들. 나는 주로 이런 수동적인 사람들은 일에 대한 몰입과 관심이 다른 것들이라 여겨 카드게임에서 필요한 패만 남기듯 하나씩 교체한다. 동아리 활동, 팀 활동, 회사생활 모든 인간들이 얽혀있는 일들에서 나타나는 부류들이다. 정작 그들은 본인이 영리하다 생각하지만, 긴 인생의 끝이 어떨지는 나중에 봐야 안다. 물론 잘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

밤엔 친구들이 왔고 저런 이야기들을 했던 것 같다.

나는 적당히 놀다가 막차 끊기기 전에 나왔다.
직장이 좋아 돈을 많이 버는 친구들도 있고 밴드하는 친구들이나 나처럼 약간 가난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주된 대화 내용은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음악이었다.
LP 한장 얹어놓고 tameimpala를 시점으로 예전 fuzz 사운드 시절 얘기를 하면서 지미나 레드 제플린 머 요런 노래들까지 흘러갔다가 왜 그 때 음악이 좋느냐! 그건 겉 멋 좀 든 우리가 좋아한 형들이 그 음악이 좋았다고 하기 때문이다. 라고 결론냈다.
그건 마치 fuzz 사운드가 유행이던 시절 지미 핸드릭스부터 , 데이빗 보위, 비틀즈, 퀸 까지 장수하며 스매싱 펌킨스까지 걸출한 밴드들이 계속 이어갔기 때문에 origin으로 흘러갈 수록 과거 음악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게 우리의 지론이었다. 노땅들의 쌉고인물 월드 락음악! 예전 엠피3나 cd는 음악이 몇 곡 안들어가서 한 앨범만 꽉 채우고 자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앨범 하나를 끝까지 들을 수 있는 지구력이랄까, 그 밴드에 깊게 빠져들 시간들이 더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학창시절을 지나 대학생이 되니 밴드 활동을 위해 기타나 다른 악기를 쳐야했고, 밴드 음악을 듣고 따야해서 무한 반복으로 경청하는 시간을 보냈다. 무식하게 영어사전을 외우고 씹어먹었다는 그런 시절까진 아니지만 준 그정도는 되었다는 느낌이다. 그러고도 가난했다. 아웃라이어즈가 건조한 표정의 엔지니어에게 음악 한 곡 프로듀싱 맡기고 녹음때리는데 70만원은 기본이다. 단 한곡!
요즘은 1인 프로듀싱 시대라 프로듀서가 밴드 그 자체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이돌 음악을 작곡하거나 힙합 빼킹 트랙을 만들면서도 밴드보다는 큰 돈을 만질 수 있다. 그리고 지금 bts나 아이돌들은 30년이 지나면 퀸보다 비틀즈보다 더 큰 영웅이 되어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작곡가들은 탑스타급 호화를 누리겠지. 건물이 통유리로 된 숲과 물이 어우러진 곳에서 외제차를 타며?


윤누나네 의상팀인 '싸이코지만 괜찮아'의 쫑파티를 작업실에서 했다. 유부남은 한잔 얻어먹고 탈출한다.

한때 밴드를 같이하던 해피는 주식과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외국계 법조인 비스무리한게 되었다. 영국 유학이후 정보들은 원문으로 긁어 습득하기 때문에 기술, 법, 디자인 등 무엇이든 트랜드의 정점을 파악하고 있었다. 특유의 입담과 재치있는 상황 묘사로 항상 술자리를 재미있게 만든다. 그는 부동산에 대해 왈가왈부 떠드는 젊은 친구들이 과연 살 생각이 있으면서 하는 소린지, 그냥 어딘가에 욕을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다 한다.
이제 부는 대기업을 다거나 사업을 해 돈을 많이 벌어 축척되는 것이 아닌, 부동산을 소유한 것 만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세상이 되었다는 좋은 회사 다니는 동생의 자조섞인 말이 떠오른다.
이런 세상에서 내가 하는 이 일이 뻘짓이 아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