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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인물 설명

beos 2020. 8. 2. 06:54

작업실 멤버들의 요즘 상황에 대해 내가 아는 대로 정리를 해보려 한다. 아마 몇 년 뒤에 보면 재미있겠지.

 

부속 작업 해야하는데 기복이는 너무 바쁘다. 스케쥴러가 있는 거 같은데 일을 많이 만들어놓고 몸을 혹사하면서 일하는 스타일이라 판단한다. 거기에서 오는 버거움이 그에게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모양이다. 이 날 내가 오기 전에는 주문제작 손님 하나 만나고, 일상 작업자들 모임 미팅을 진행하고 신윤복 미팅도 참석하고 그 사이에 저렇게 뭔가 땜질을 하고 있다.

나는 11월에 출산인데, 그때부터 1년간 내가 아무래도 거의 못 오지 않겠는가. 내 파트를 전수해주면 내가 육아에 바빠서 빠져있는 일 년간은 어찌어찌하겠지만, 이렇게 바쁜데 찬찬히 안경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최종 디테일은 결국 내 눈으로 검수해야 하는데.. 아무튼 나는 기복이에게 은 관련 부속과 재료의 혼합비율을 뽑아내는 방법을, 기복이는 안경을 수치에 맞게 손으로 만드는 방법을 스왑 해야겠다. 각자의 필살기를 전수한다는 것은 신뢰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무튼 그전까지 열개의 제품을 뽑아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다 만들어지면 제주로 날아가서 안종연이랑 준수 씌워서 가을에 촬영해야겠다. 그리고 쉽게 생산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두고 나는 육아를 하러 떠난다. 역시 마감이 있어야 한다.

 

은서는 대학생 때 밴드 동아리 후배인데 학생 때도 열심이더니 졸업하고도 열심이다. 패션전공에 시각 부전공, 그녀의 작업물들이 좋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친구라 나를 보는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게 이 친구는 실행력이 어마어마하다. 멋있는 여자다. 에너지가 다 어디서 나오는가, 그녀의 유년시절은 어땠는지 한번 물어봐야겠다. 학생 땐 곡도 몇 개 같이하고, 졸작에 안경도 만들어 줬었고. 오늘은 신윤복들과  한번 보고 싶다 하여 소개해 드렸다. 

 

 

윤 누나는 영화 의상이랑 자체 주얼리 브랜드를 론칭하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문제작 때문에 할 일이 많으시다. 저기선 주말임에도 업무상 또 태블릿과 통화를 동시에 하고 있는 모습이다. 원래 기복이랑은 학교 조교와 학생의 관계였다 한다. 이후 기복이에게 자체 브랜드에 들어갈 모델링 외주를 부탁했는데, 그 타이밍에 나랑 기복이는 작업실을 찾고 있어 같이 하게 되었다. 기묘한 인연이다. 오늘 뭐하다가 첫인상 얘기가 나왔는데 나를 빽빠지에 뽀마드 한 보수적인 일본 남성 같았다 회상하신다.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이 날은 규동이가 안와서 빠져있다.)

 

 

오늘은 일찍 집에 왔다. 아주 습하고 더운 날이었다. 

내 옷방 안경들은 처음 찍는 듯. 주로 쓰는 안경들이다. 이만큼을 어디 박스에 짱박아 뒀는데 그게 어딘지 모르겠다. 안경일을 하다 보니 이전에는 브랜드를 사 모았다면 지금은 만든 샘플을 하나씩 쓰고 다니게 된다. 디타랑 마르지엘라 한 두 개씩은 사고 싶단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뒤에 향수는 조말론 몇 개랑 딥디크 다. 겨울에 묵직하게 좋은 dark amber & ginger lily 랑 내가 요즘 애정하는 english peae & freesia 이다. lime basil & mandarin 과 함께 colonge라 씻고 집에서 살살 기분내는 정도로 딱 좋다. Oyedo Diptyque는 소연이가 제주도 다녀오면서 사준 오 드 뚜왈렛인데 곤충이 좋아할 것 같은 달콤한 중성향이다. 소연이가 좋아한다니 왠지 좋은거같다. 소연이는 근검절약하기에 최근에는 문화와 패션을 향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은근 배울 점이 많다. 자본만 좀 생기면 같이 문화를 즐기며 나이 들어가는 재미가 있겠다.

 

16년도 부터 매거진B를 사모았다. 내 브랜드를 내기 위해 다른 잘 된 브랜드들을 정리해놓은 비법서 느낌이랄까. 다른 영역의 브랜드와 제품들도 결국 풀어내는 방법들의 차이지 유사한 부분들이 많다. 재미있게 본 편은 아무래도 요시다 포터. 업계에서 오래 구를수록 보는 눈이 달라지고는, 매거진B는 그렇게 딥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정말 내가 모르는 영역에 있는 것들만 사서 골라 보게 되었다. 안경에 관련된 레이밴과 모스콧 편이 있었는데, 수박 겉 핥기 느낌에 관련없는 사람이 해당 브랜드를 소비했다고 그 사람의 취향을 대변하는 모습들에 지루함을 느겼던 것 같다. 그러나 정말 안경을 모르는 사람들은 읽어보면 어떤 프로세스와 안경 브랜드들이 어떤 역사를 갖고 있는지,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무엇과 매치하는지, 직업이 뭔지 간접적으로 볼 수 있겠다. 물론 다 진짜는 아니겠지만.

여하튼 매거진B 이후에 한 직업당 한 권으로 이뤄진 JOBS는 나에게 딱 좋았다. 구매를 강요하지도 않고, 한 사람을 깊게 인터뷰하기 때문에 수박 겉 핥는 느낌도 없었다. 아주 흥미로운 것. 책도 작아서 가방에 꼭 넣고 다니기 좋은데, 여기선 명문을 찾는 게 재미 포인트다. 어떤 직업이든 정점으로 가면 다들 비슷한 결론을 내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정점으로 갔거나, 가는 중이거나, 가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나와있다. 그런 사람들의 삶에 태도에는 어느정도 공통점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이를 찾는것도 즐거운 포인트다. 물론 큐레이터나 에디터의 입맛에 맞게 세팅 된 인터뷰글이기 때문에 이를 엮는이의 주관이 강하게 개입 되어 있겠지만. 그렇게 백종원처럼 우리를 컨트롤하는 영역의 사람들은 대부분 머리가 좋고 대중을 흔드는 위치를 알아채고 그 자리를 꿰고 있는 것이다. 다시 JOBS로 돌아가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성공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돈을 번 사람? 자기 일을 천직이라 여기고 즐기면서 하는 사람? 직업에서 강한 자리까지 갔다가 다 내려놓은 사람? 마치 이효리처럼? 그래 이효리도 세기의 아이콘이었다가 돌연 제주도로 가서 수련을 하며 내적 평화를 찾으며 살았지만, 다시 속세로 돌아왔지. 그녀는 과거에 돈도 많이 벌었다. 돈이란 맛있지만 제육볶음처럼 자극적이어서 밥을 비비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 그들은 제육볶음이었다가 나중엔 밥이 되는 것 같다. 제육이 돈으로 파괴되는 모든 것이라면 환경 보호단체라던가 유니세프라던가 이런걸 밥이라고 표현한거다.

한 권은 '장자', 또 한권은 '노먼포터-디자이너란 무엇인가'. 비움을 찬양하는 동양적 철학과 뺄수록 좋은 디자인이란 닿아있다. 공대생때 디자이너가 되고싶어서 군대에서 사서 8번은 읽고 읽었나보다. 장자는 호주에 들고간 단 한권의 책이다. 아직도 가끔 무작위로 한 편을 펴서 읽는다. '책과 세계'는 작가의 환상을 책을 근거로 삼아 우리에게 철학을 주입하는 책이다. 매거진 B처럼 어떤 분야에서 초보자들에게 시작하기 좋은 가이드가 될 만한 책인 것 같다. 개똥철학을 근거 삼아 그럴싸하게 설명하는 연습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아무튼 이거 나 좋아한다.

 

 

그러고 보니 3년 전에 모은서랑 팀이었다. 당시엔 썩 알려지지 않았던 세션이었던 톰 미쉬. 그는 이제 탑 스타다. 모자가 나 건반에 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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