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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브랜드 본문
일본에서 바스키야의 전시를 보면서 느낀건 일본인들이 서양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혹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마치 잘 노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아이를 보는듯 하다고 해야 하나. 일본도 충분히 묵직하고 값어치 있는 문화와 사고와 정신을 갖고 있는데, 너무 떠벌리기 좋아한다는 것이다. 마치 점점 유치해지는 노인들을 보는 듯 하다.
전시에서 일본의 이런 게 프랑스 어디에 소개되었다는 둥, 바스키야가 일본에서 머물면서 영감을 얻었다며 1달러가 아닌 1엔이라 써 놓은 작품을 메인으로 걸어놓는 등 유럽권에 인정받았다는 모습을 쉴새없이 떠드는 것을 보자 실소가 새어 나왔다.



글쎄 뭐라고 할 것이 되는가, 우리나라도 코로나 때문에 외신에서 어수선하자 퍼 나르며 국뽕 고취시키기 여념이 없는데.
문제는 일본의 자랑거리는 언제나 과거였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최고 부흥기였던 미드 센추리 시대에 완성된 디자인들과 무드는 가히 대단하긴 했다. 아마 서양권 따라 하기에 열을 내던 일본은 당시 좋은 본보기를 기가 막히게 흡수했던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완벽하다 느껴지는 그 시절의 탄탄한 디자인을 모태로 80 90년대에는 전자장비들까지 석권했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왕국이었던 일본은 이제 av 야동을 제외한 모든 왕좌를 모두 한국으로 넘겨주고 말았다.


IOFT전시 보러 갔다가 홀로 일주일간 일본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혼자 가는 여행은 외롭지만 자유롭다. 나는 스팟이 나오면 마음에 드는 상황이 나올 때까지 가만히 서있느라 여행을 누구랑 다니면 같이 다니는 사람 신경 쓰느라 사진을 못 찍는다. 전시장에서 안경들은 나중에 국제 전시 관련 포스팅으로 따로 올려보겠다.





노인만 남은 세상. 그러나 우리나라도 곧 그리 될 테지. 세상은 빠르니 일본이 그렇게 된 것보다 더 빨리.
부러운 점, 일본은 전철이나 공공시설에서 활기찬 노인들이 안내를 하거나 티켓을 끊는 등 사회활동을 왠만치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준비된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시스템이 있나보다. 우리나라는 주차장에서 티켓 끊는 일도 60몇세가 넘으면 못한다. 경비일도 녹록치 않은 것. 그냥 세금 많이 걷고 현찰로 주고 남기지 말고 다 쓰라고 하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취득세나 무슨세나 주식이나 부동산 관련 값은 띄워놓고 세금 걷는다는게 다 그런 취지 아니겠는가.












특유의 무드가 있는 나라 일본. 도쿄는 작은 동네조차 작고 정갈하다. 나랑 소연이 사이즈에 맞는 나라같아. 어떤 사람은 이런 정갈함, 규제가 답답하다 느끼겠지만
나에겐 편하게 느껴진다.
이번에 프랑스 LVMH에 가는 사촌동생에게 세계 패션스쿨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유명 대학은 런던, 앤트워프, 뉴욕에 있고 최고 브랜드는 다 이태리와 프랑스라는 점에서 아이러니라 했다. 생각해보니 그도 그렇다. 그런 괴리가 있는 가운데 일본은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수업을 하고 일본에서 브랜드를 만들어도 충분히 먹고 산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거긴 워낙 유행 군이랄 게 다양해서 자기 꺼만 잘하면 누구든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먹고 살만하다. 뭔 만화에 나올법한 안경들도 브랜드를 만들어 파는 판국이다. 이번에 일본 안경 쇼에 가니 에반게리온으로 안경 브랜드를 낸 놈들이 있었다. 웃기는 나라다. 사실 그런 것들이 먹고살아야 다양성이란 게 인정받는 나라가 된다.
일본은 다양한 문화들은 인정받으면서 오피스 문화는 후진국이다. 일본에서 일하는 친구와 연락을 하려면 거의 집에 도착한 시간에만 되더라. 회사에선 메세지를 절대 볼 수가 없다한다. 야근은 당연하고 회식때 건배사 이런건 최대한 오글거리게 준비를 해야한다했다. 겉으로 웃고 속은 다른 일본인들. 호주에서도 많이 당해봤지. 속이 시커멓고 겉으로 환하며 작은거 하나도 계산하기 좋아하는 국민성을 갖고있다. 요즘은 이런게 합리라 하고 세계화라한다. 한국식 매너 입장으로 볼때 정이 없다 느껴지고 너무 일본식으로 국산 매너가 물드는건 아닌지 안타깝다.



일본 내 기본 디자인스쿨은 탄탄해서 굳이 유럽으로 유학을 생각하지 않는다한다. 걔들은 아마 영어를 못하는 것도 크게 한몫할 것이다. 그도 그럴게 외국에서 만나는 아시안은 중국, 홍콩, 한국인이 대부분이다. 이 세 나라는 유명대학에서 타이틀을 따야 그나마 먹힌다. 중국이랑 한국이 비슷한 점이 이 부분이다. 명성이 따르면 가격이 따라온다. 한국이야말로 명성과 타이틀을 가지고 독식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쟁 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날려줘야 먹힌다. 뭐 안 그런 나라가 어디 있겠냐만은 일본은 조금은 독특한 자생이 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느낌이다. 레이 가와쿠보나 요지 야마모토, 이셰이 미야키처럼 세상을 흔든 인물들이 어떻게 일본 스쿨 자체에서 나왔냐 이거다. 물론 졸업을 하고 해외로 나가 비즈니스를 맛보았겠지만 우리나라의 분위기로 보면 쉽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뭐 그래도 동대문 옷 팔이로 시작해 자체 브랜드를 낸 사람들도 있으니 이제는 다른 이야기 아니냐 라고 반문들 하지만. 그건 또 아닌 게 일본은 예술성을 필두로 시작한 브랜드들이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이뤘으니 그건 전혀 다른 영역의 이야기라 생각된다. 패션으로 비즈니스 하겠다고 들어오는 건 자본과 패션스쿨 졸업생을 들고 오거나, 옷을 팔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들어오는 사람들이거나. 한국인들 똘똘해서 파이를 보고 자기가 잘라먹을 수 있는 부분을 들고 들어온다. 이게 JMM이나 factory900, masunaga와 같은 기가차는 제품들을 들고 오는 것도 아니다. 로우로우처럼 무난하고 많이 팔 것들에 감성 한스푼과 합리적 이유를 들고온다.
요즘은 개나 소나 브랜드를 만드는 세상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PB부터 유통, 개인, 연예인부터 유튜버까지 무슨 이메일 계정 파듯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댄다. 이런 판에 나도 뛰어든다는 건 좋은 그림은 아니지만 세상이 그렇게 가는데 별 수 있는가. 아마 이제는 그런 브랜드와 공장 사이의 핸들러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브랜드 제품을 제공하는 쪽이 돈을 벌지 않을까 한다. 최근 회사에서 브랜드를 하나 만들려고 작전 구상 중인데, 브랜드 업자가 제시한 금액이 적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정도면 많이 양보한 거라더라. 조금 더 단가를 낮추면서 일반인에게 브랜딩을 하는 업체, 생산까지 책임지는 라인을 세팅한다면 금상첨화겠다.
일본 여행 갔던 사진은 몇 장 있지도 않고 중요한 사진들은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어딘가 뭉텡이로 있겠지. 그간의 사진들을 올리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저게 작년 쯤일텐데, 일 년도 안되는 시간에 세상은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