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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링 2 본문
이전에 컴퓨터로 할 일은 해서 기록해뒀는데, 리벳과 템플을 제외한 힌지는 주물을 뜨기 위해 렌더링을 했었다. 전에 주물에서 나왔고 그걸 다듬을 차례, 그리고 템플을 만들려 한다.
템플을 만드는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1. 전부 메탈로 된 템플과, 2. 코어는 메탈 아세테이트로 된 템플 두 종류가 있다.
간단한 상식으로 안경의 여러 소재 중 템플을 아세테이트로 하기 위해서는 안에 심이 있어야 한다. 아세테이트는 200도 내외에 연화점이 있다는데, 그보다는 적은 온도에도 휘기 때문에 안에 메탈 코어가 있어야 한다. 아세테이트는 발색이 좋고, 벌레 먹지 않는 셀룰로오스가 아세틸화 된, 그러니까 물성 자체는 면이나 견과 유사하다고 본다 고 알고 있다. (아닐 수도) 여하튼 아래 템플은 최근에 한 모델 제작을 위해서 공장에 발주하고 들어온 템플이다. 안에 메탈 심을 보여주기 위해 투명한 시트를 사진 찍었다. 저 심 끝이 뾰족한 이유는 아세테이트 안에 메탈 심을 바늘처럼 넣기 위함인데, 기계를 우리는 '슈팅기'라 부른다. 안경 공장을 하지 않는 이상 공방 수준에서는 가지고 있기 어려운 장비다. 너무 크고 안경 열개 만들자고 신품 USD 8000이 넘는 기계를 외국에서 싣고 오기는 미친 짓이다 이거다. 그래도 그걸 중국으로 배 타고 가서 갖고 온 게 로코 안경공방, 지금은 주라 안경공방이다. 다시 생각해도 대단하다.
위에 사진들은 공장에 주문해서 들어 온 템플들이고 저것도 평생 안경다리만 연마한 사람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되래 첨보는 어중이떠중이들이 수제라며 만드는 것과는 안정성이 다르다. 그러나 공장 특성상 수량이 되어야 작업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희소성을 잃는다. 그래서 보통 안경 공장을 돌리는 1 모델 최소 단위인 300장이 한정수량으로 풀리는 이유다. 그러나 안경 자체는 300장이 최소 수량이지만, 템플이나 브릿지, 엔드피스와 같은 공용 부속들은 1000 단위로 주문을 해주는 것이 업계에서는 신사적인 플레이다. 암묵적인 룰. 그러나 주물 값을 내놓는다면 그것도 많이 줄어드는 듯하다. 아 1000개 이상 주문하면 주물 값을 안 받는 게 관례다. 덕분에 300장을 만들든 1000장을 만들든, 주물 값을 섞으면, 팔 자신이 있다면 그냥 벌크로 제품을 만들어 버리는 게 낫다는 거다.
글을 쓰고보니 한국에서 수제안경을 만드는 분들을 어중이떠중이라고 표현한 듯 오해할 소지가 있지만, 그런 건 아니고 정말 장난처럼 아세테이트랑 부속 몇 개 천우에서 사거나 인스타로 영업 치는 인도산 물소뿔을 수입해다가 집에서 만드는 취미 정도로 인스타에 수제안경 작가니 안경의 어쩌고니 태그 달고 맞팔 다니는 게 보기 불편하다는 정도다.
누구는 일들을 다 관두고 먹고살기 위해 열심히 핸드메이드 수제안경에 인생을 던진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수제안경 작가니 그런 타이틀은 50~100개 이상 손으로 만들고 팔고 피드백을 받고 직접 써보기도 하며 충분히 개선해나가며 더 좋은 방법으로 나아가는 사람쯤 되어야 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이 붙여줘야 하는 말이 아닐까 한다. 물론 시작단계에 조금씩 아카이브를 쌓아가면서 노출도 시키고 재미를 붙혀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세상만사 실력과 제품, 철학과 하고 싶은 말에 대해 고민들 없이 너무 어그로 끄는 작태로 가고 있는 세상이 안타까울 뿐이다. 나의 작은 식견으로 부산 해운대에 오또안경 길수행님이나, 주라의 정미누나나 방콕의 GIMM이나 얼마나 열심히들 하고 계시는가! 물론 일세대 김종필 선생님도 상업과 어떤.. 작가의 접점 사이에서 어느정도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중이시지만, 비즈니스 플레이에 대한 개인적인 사견이지 디자인이 어떻고 퀄리티가 어떻고 가격이 어떻다는건 나 따위가 할 말이 아니므로 함구한다.
위의 많은 사례들을 보며 판매와 제작자는 달라야한다고 항상 느끼지만, 제작자만이 느끼는 감정을 판매하는 사람을 알 수 없다. 만들어 본 사람들은 말을 많이 하지만 소비자는 잡음으로 들릴 뿐이고.
말이 샜는데, 하는김에 한 마디 더 해야겠다. 너무 커머셜 한 상품들이 판치고 있다는 거다. 안경도 사실 그냥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들어간 지 오래라 (나도 회사에선 그러고 있다!) 디렉터니 헤어, 메이크업, 모델, 촬영들을 붙여서 적당한 셀럽들을 씌워 파는 자태들이 지긋지긋하다. 이게 철학이나 '나 브랜드로 니네한테 뭘 보여줄거야' 가 아니라 그냥 팔리는 제품을 팔기 위한 이미지 홍수에 지쳤다. 대안이 필요하다. 이제 소비자들도 똑똑해져서 본인에게 맞는 브랜드를 선택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드라마나 광고에 올렸던 제품들의 판매 추이를 보면 아직 대중들을 너무 과대평가하긴 이른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요즘은 확실히 생각 있는 작은 브랜드들이 잘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서울에 작은 음식점들 생기면 얼마나 잘하는가? 작은 공간 안에 브랜드와 아이덴티티, 분위기와 맛, 심리적인 요소들도 충족시켜주되 가격은 약간 더 비싼 정도.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만족감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요즘 작업실 근처 뚝섬이나 성수에 생기는 맛집들을 보며 한국의 브랜드들도 저렇게 되어야 하는데 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어디엔가 맛집을 디렉팅 하는 그룹이 있나 의심이 들 정도다. 없다면 해도 좋겠다. 프랜차이즈 그런 거 말고 진짜 사장을 트레이닝하고 공간까지 세팅해주는 식으로.
팔리는 제품에 관해 가장 더러운 짓거리가 요즘은 펀딩에서들 판치고있다. 국뽕섞은 모스콧 램토쉬 카피나, 허접한 마케팅문구에 그놈에 티타늄과 신소재 레진 이라는 워딩을 들고나온 브랜드들 여지없이 한글, 애체 뭐 이런 단어들을 섞어가며 최근 우후죽순 등장했다. (판매량도 짭짤하다고 펀딩사이트 자체에는 표기되어있다!) 2019년부터 내가 회사에서 대구까지, 공장에서 서울까지 뻔질나게 들고 다니면서 진행하던 방식이 홍콩 쇼에도 가져갔다가 우리 품질에 부합. (공장능력 보다는 인간성이 안맞다 판단) 공장에서 두 손 들어놓고 일년 쯤 지나자 마치 세계에서 처음 개발했다며 국뽕안경 이라 이름만 바꿔서 낸 펀딩은 몇 천만원을 넘기며 순항중이다. 게다가 거긴 한국에 납품하지 않고 일본에만 전량 납품하는 공장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수출길이 막히자 어디서 유치하게 클라우드 펀딩으로 게다가 태극기 펄럭이는 마케팅으로 팔겠다니 말이 앞뒤가 너무 안맞는데 덥썩 물었다. 물론 공장에 오래 해 온 식구들이 굶고있으니 영혼을 팔 수 밖에 없었을게다. 뭐... 나쁜건 아니고 살다보니 그럴 수 있는 일인데 내가 너무 신랄했나 싶다. 레진이라기 보다 옛날부터 있던 옵틸 소재라고 업계에선 알고있고, 이는 나중에 똑 부러지므로 추후 어떻게 진행되는지 봐야겠다. 아무튼 이런 커머셜한 긴급 브랜드들에 회의를 느낀다는게 나의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굶고.
오늘은 은으로 된 다리를 만들 예정이다. Regards에도 은으로 된 안경이 있는데 그들은 은의 변색은 자연스러운거라 말한다. 안경업계에서는 (특히 도매 쪽) 안경을 쓰다 보면 생기는 수리나 변색 스크레치들에 민감하다. 저렴할수록 그러려니 해야 하는데, 외제는 아끼고 조심하니 별 문제가 안 생기고 국산은 만만하니 막 쓰고 생기는 문제들에 말들이 많다.
물론 제작자가 정말 별로이게 만드는 경우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진상이 많다고 생각한다. 일단 우리는 일에 2~300장 정도 나가는 브랜든데 한달로 치면 크고 작은 컴플레인들이 엄청나게 쌓인다. 불만은 항상 크게 들린다. 전에 유니클로에서 일하는 반품받던 친구가 한달내 환불 가능을 이용해 택 안 떼고 사용하던 제품을 환불해달라는 손님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또 일 년 넘게 쓴 우산을 들고 와 교환해달라던 손님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또 교환해줘야 했다던 이야기들.
내가 보기에 도매가와 소비자가의 갭에서 나오는 괴리감이 위에 언급한 모든 문제점을 발생하는게 아닌가 싶다. 고로 내가 브랜드를 내면 절대 *도매를 안 할 거다. 예를 들어 유통회사에선 3만 원에 제품을 안경원에 팔았는데, 소비자에겐 30만 원에 판다. (예를 든 거다) 소비자는 비싸게 주고 샀는데 제품에 하자가 생겼다고 한다. 안경원에선 유통회사에 안경을 되돌려주며 컴플레인을 건다. 우리는 3만 원짜리 테를 팔았는데 30만 원짜리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라니 이게 환장할 노릇이라는 거다. 배달업체가 동네 만원에 짜장 탕수육 세트로 주는 집에서 떼다가 그릇 바꿔서 손님한테 10만 원에 팔아놓고 만 원짜리 맛 난다고 컴플레인을 걸면 동네 짜장면집으로 돌아와 양파가 싱싱하지 않다는 둥 싸구려라는 둥 (진짜 싼 거긴 하다) 그런 소리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이런 업계의 구조는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 믿는다. 이쯤에 안경업계가 망할 거라고들 말하지만 내가 봤을 땐 정확한 안정화로 가는 길이다. 그리고 그 비 합리적인 구조를 이해하고 이미 세팅하고 가는 게 언커먼 아이웨어, 미완경이다. 아무튼 비상식적이지만 이 판에선 저런 게 비일비재하다. 다 망하고 새로 시작해야한다! 마블 영웅물에 나오는 악당같네.
일단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건 사장이 할 일이고, 나는 디자인과 디렉팅이 즐거운 사람이다. 미래적이지만 현실적이고 똑똑한, 사람의 심리를 꿰고 넓은 마음으로 사람을 다룰 줄 아는, 돈을 적재 적소에 맞게 시원하게 쓰고 아낄 부분에선 현명하게 아끼는, 명확한 지시를 하고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장이 있다면 같이하고 싶다. 아 남 탓 안 하기나 했던 말 또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노이로제 걸리기 전, 아니 이미 걸린 거 같다. 노이로제가 뭔진 모르겠지만.
*도매- 안경유통회사에서 oem 방식으로 공장에 발주한 프레임을 안경원, 업계 말로 소매점으로 파는 방식
3미리 은 선에 수 차례 열을 주고 때리면서 강성을 만든다. 때릴수록 단단해진단다. 이 파트는 기복이가 선수기 때문에 나는 사진사 역할만 충실히 이행하면 된다. 때리고 삐져 나온 부분들은 갈아낸다. 공장 제품처럼 템플의 양쪽 모양이 정확히 같지는 않겠으나, 나름 우리들도 선수인지라 그 정도 발란스는 눈과 손으로 잡아가며 진행한다. 앞으로 나올 프레임들이 기대되는 요즘이다. 휴가쓰고 이틀간 안경 제작에 힘을 쓰도록 한다.
전에 나온 silver hinge다. 다듬어서 사용 가능하게 만든다. 최초의 샘플링 제품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엄청난 의미가 있는 부속이다. 이를 위해 몇개월을 보냈는가!
굿굿 우리가 원하던 모양이 나왔다. 정확히 아다리가 맞는 모습에 흡족하다. 5단경첩인데 너무 빡빡하지 않았으면, 아니 일단 제대로 들어가줬으면 좋겠다. 라이노로 작업하면서 어느정도의 공차는 주고 들어갔으나, 너무 헐렁한 것도 또한 문제기 때문에 공차는 미세하게 주는 정도로 진행했다.
기본 리벳을 끼워보았다. 구멍이 좁을까봐 걱정했는데 헐렁하지 않고 꽉 끼지않게 잘 들어가는 편이다. 다행이다. 수치를 제대로 잘 잡고 들어갔다는 점에 안도감을 느낀다. 사실 주물로 뽑으면 오차가 크지 않을까 했는데 기복이 말로는 2프로 정도의 수축률 정도의 차이라 한다. 역시 기본 세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ㄷ
이게 완벽한 수제 경첩이다. 단 두 명의 노력으로 이런 작은 부속까지 만드는 팀은 안경판 서울에 아마 없지 않을까.. 공장에서는 가능하다. 그리고 젠틀몬스터 샘플팀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렇게 하나하나 3D로 따내서 한다는건 회사 차원에서도 쉽지 않겠지 2D도면화해서 공장에 보내면 시간을 들여서 샘플이 돌아오겠지. 자본이 빠방한 기업이란게 그런게 좋다. 요즘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픈데 상업판이면 진하게 상업적인 곳으로 가거나 작가주의 위주면.. 그것 또한 나름 매력이 있는데 더 이상은 좋아하는걸 한다고 가난하고 싶지는 않다. 좋아하는게 일이면 돈을 잘 벌어야 맞다고 본다. 다들 자신감있게 직진합시다. 그저 타이밍 문제일 뿐.
나사선을 내기 위해 탭 기리를 사용해야 한다. 다들 나사선이 원래 있는 부속을 쓰는지 알았을 텐데 공장에서도 손 굴렁쇠로 탭 기리를 사용 선을 낸다. 이 작은 공정에 실패하면 여태 만들었던 부속을 날려야 하는 일이 생긴다. 어설프게 했다간, 나중에 나사 헤드가 야마 나는 불상사를 볼 수 있다. 다음에는 아세테이트 안에 메탈 코어를 심어봐야겠다.
수많은 곡들 중 beatles는 michelle, Nirvana는 Lithium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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