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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0.09.03

beos 2020. 9. 3. 12:19

 

사진기나 캠코더에 형상이 들어가기 전에는 현실, 그 순간이 박히고 난 이후에는 예술이나 영화로 기록된다. 준비가 덜 된 사실일 경우에는 다큐, 세팅을 해두고 찍은 경우에는 더욱 상업성을 띄게 된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은 갑자기 들이대서 플래시 터뜨리는 사진을 좋아하는데 이는 마치 예술이나 영화로 넘어가는 찰나를 '순간' 적으로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완벽한 현실이 사진으로 남는다는 것은 나중에 보면 아주 귀한 재산이 된다. 

나는 2003년부터 사진기를 들고다니면서 고등 학창 시절까지 찍어서 싸이월들에 마구잡이로 올려댔는데, 아직까지도 전교생의 추억 소환용 사진으로 그때 찍은 그 사진들이 돌고 돈다. 비동의로 찍은 사진들이라 준비도 안되어있고 보정들도 안되어 있지만, 나중에는 결국 그 사진밖에 안 남는단다.

위에 있는 히피 커플은 지금은 연애 중일지 헤어졌을지 알 수가 없지만 그들이 저 땡볕에서 시장을 돌던 때를 내가 기억한다. 너무 준비되지 않은 사진들도 중요하다.

 

오늘은 구월 삼일 태풍이 지나가자 하늘이 맑은 가을 날씨가 되었다.

아침마다 시간 들여서 원두를 갈아 마시는데 오늘은 아이스가 차다 느꼈다. 어디 인터뷰 보다가 읽었던 문장인데, 수많은 물방울이 물병에서 흐르지 않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 했다. 요즘의 싱숭생숭한 분위기로는 조만간 물이 넘칠 것 같다. 주식시장이든 부동산이든 경제든 코로나든 의료계든 정치든, 난리다. 사람들은 그저 예측 가능한 상황을 좋아하지만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겠나. 다 환상이지. 요즘 왓챠로 전쟁 드라마랑, 체르노빌 관련된 드라마를 정주행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이 살기 좋은 세상이다. 그리고 코로나의 진원지도 결국 밝혀지겠지. 체르노빌처럼.

 

어제는 드디어 기복이와 같이 할 브랜드의 이름을 정했다. 반년 간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간 후로 나온 이름은 다소 기운 빠지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안다. 단순하기 위해서는 가장 복잡한 것 까지 갔다가 와야 한다는 걸. 네이밍 동안 또 그와 나의 다름을 알아가는데 이것이 사는 거요 결혼생활이요 직장생활이자 인간사회다. 누구는 키워드로, 누구는 이미지들을 뭉텡이로 던지면서 이게 좋다 하고, 누구는 예술 사조나 이 시대의 역사가 좋다하고 상대가 썩 관심 없는 딴 소리들만 '내가 좋아한다'며 상대에게 던지고 설파한다. 

그러나 그 친구와 나도 보통이 아닌 고집인지라 절대 맘에 안 드는 것은 상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초이스를 안 하더라. 아주 지치는 과정이었지만 차라리 양보가 없는 편이 나중을 위해서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앞으로 피드를 올리는 사진이나 말투, 태그를 다네마네까지 티격태격하겠지만 이것은 다 배우는 과정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간사회다. 

요즘 과로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말이 아니다. 매일 병원에가고 작업실 일주일 안가고 당분간 집에 바로 가자마자 취침하는 생활을 중이다. 지치는 지독한 여름이었다. 다음주 부터는 일선으로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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