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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소비 본문
오늘 다른 안경하는 친구랑 이야기하던 중 생각한 것들이다.
다른 친구의 회사는 보통 안경의 어떤 부분을 개발하고 개량해서 생산하는 형식의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다. 그 제품들도 공장에서 만들고 있던걸 봤는데 조금 신기한 것도 있고 (대부분은 아니지만), 그들의 제품은 포인트가 확실히 '다름, 기능, 혁신, 개발' 이런 키워드들에 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품군도 많지 않다. 다리에 기능이 하나 있으면 프론트는 약간 뻔한 형태로 8가지 정도의 모양을 구색으로 깐다. 컬러도 낭낭하게 6가지 정도. 부품 개발에 돈을 쓰고 히트를 치기 기다리는 대부분 디자이너 혹은 엔지니어에게 기대를 하는 구조의 회사다. 혁신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에서 시작된다.
사실 안경을 썼을 때 큰 변화는 소재의 변화다. 그러나 소재도 유행이 있다. 지금은 메탈에서 아세테이트로 살짝 갔다가 애매모호한 상황인데 전에도 언급했듯 혁신적인 울템이나 TR이 안경 소재로 쓰이면서 빅 머니들이 돌았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제품군은 주로 안정성과 속도, 정확한 주문량과 품종의 다양성에 집중하고있다. 처음부터 디자인을 하면 샘플 개발비가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든다. 그러고 생각처럼 안 나오면 다 날아가는 거지만 돈을 투자하지 않는 대표들의 경우 보통 기회비용이란 개념이 없다. 무조건 100을 넣으면 120을 얻을 거라는 생각에서 혁신의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다. 고로 이 회사의 경우에는 팔렸던 물건, 안 팔리던 물건에 대한 데이터가 쌓여 점점 한쪽으로 쏠려 노잼 제품들이 주를 이루게 된다.
혁신을 일으킨 회사는 보통 사기꾼이거나 크게 튀었다가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그를 잘 정리하고 보완해서 나오는 2차의 제품들이 표준화 제품이나 시스템을 만들어 안정적인 문화를 만든다. 미시시피 회사의 루이지애나 개발관련 주식이 그랬고, 혁신적인 에너지 회사인 엔론 사태가 그랬다.
요즘 운동화나 의류의 리셀들이 유행이다. 이들이 히트를 치는 이유는 또 뭔가. 의류 브랜드들의 신제품들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혁신적인 제품은 없고 (의류라는게 사실 소재 말고는 혁신할 게 있을까) 예전에 있던 컬러나 형태로 돌리고 돌리는 수준이다 보니 그냥 오리지널을 복각해서 한정판으로 만드는 시장이 활개일지도 모르겠다.
뱅 앤 울룹슨 계정을 팔로우 중인데 내 블로그 이름의 모태인 초기 턴테이블 beogram을 리셀할지도 모른다는 스토리가 올라와 내심 기대를 했었다. 사실 이처럼 디자인은 과거에 다 완성되었고, 이제는 그걸 더 폭넓게 알고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아는 편집자 (요즘은 디자이너로 불릴 듯)가 먹고사는 세상이다. 아, 마케팅도 채널이 다양하고 더 똑똑해졌다.
혁신과 유행을 만들어야 기업들이 돈을 번다. 과소비를 불러 일으키는 것. 그들의 원하는 세상이다. 과소비는 때처럼 다른 부산물을 만들어낸다. 철 지난 좋은 것들이라던가..
사람들이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많은 빚을 내고, 그로 인해 통화의 양적완화가 일어나 물가는 80년대부터 2020년대인 지금까지 잠시 떨어진 적도 있지만 계속 상승하고 있다. 주식도 큰 주식은 계속 상승이다. 같은 가치의 상품에 가격은 계속 오른다는 것은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진다는 것. 인건비가 상승하는 요인도 시장 상황이라던가 인권신장이라기 보단 그냥 돈의 가치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아닐까.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것을 찾아야하는데 그건 우리 안에 있을 것. 아니면 저 공식과 틀 밖에서 놀던가. 하지만 성인군자나 이 사회에서 사는 게 아닌 한 어려운 일이다. 마음을 고쳐먹으면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요즘은 머리에서 손을 통해 세상으로 나오는 컨텐츠나 소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느껴진다. 하지만 이 또한 강한 상업성을 갖지
글과는 상관없이 지난 주말 작업실에서 간만에 셋이 만났다. 덩달아 은서와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도 작업실 구경 겸 왔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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