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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os

요즘 소연(아내)의 배에 손을 종종 얹어보게 된다. 아기 태명이 ‘나무’인데 나무가 요즘 생선처럼 아내의 자궁에서 탁탁대기 때문이다.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블랙홀에 빠진 아버지 처럼 신의 세계에 더 가까운 나무가 어떤 소스를 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가끔 오는 태동이 이진법은 아닌지 애가 타는 요즘이다. 나무야 기왕이면 로또 번호로 알려주렴. 세상은 니가 한만큼 가져가는 거란다.

작업실에서 나와 박기복 이름으로 나올 안경 부속 샘플이 나왔다. 족히 두 달은 걸린 것 같다. 블로그에 누가 들어와서 보나 싶기도 하고, 올려두면 히스토리가 되겠지 란 마음에 진행 상황들을 가감 없이 정리해본다.우선 소품종 소량생산의 본명을 내건 독립 브랜드가 우리가 '일단' 그어놓은 길이다. 재미로 하는거라 수입은 나중 일이고, 우리의 마음에 드는 물건을 신나게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나름 기복이는 국내에선 메탈계 유명인이고, 나는 안경판에서 이럭저럭 굴러 먹고 있다. 한마디로 둘 다 업자다. 회사에 엉덩이 비비면서 월급 따먹기 할 생각 없는 기복이는 프리랜서가 됐고, 나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좋아하는 안경판에서 일하니 업무 만족도가 아주 높다. 그러나 회사는 일과 상업적 이득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여..

90년대 암시장을 보는듯한 비주얼이다. 새로운 전학생 규동과 태현로가 수다 떨길래 은근 구하기 어려운 타키론 시트를 구경시켜줬다. 지네 브랜드에 써먹겠다며 컬러칩을 요래조래 돌려보는 모습이다. 좌측엔 미스진 햄버거 봉지 일부가 보인다. 내 마음의 모교 미스진.. 여러 시트회사가 있는데, 아무래도 투명 계열은 일본이 발색이 좋다고 생각된다. 그래봐야 잘 팔리는건 따로 있지만. 컬러도 유행이 있다. 과거는 호피, 성인용 프레임은 펄 느낌의 자개패턴, 요즘은 투명이 대세다. 최근 회사에서 마담용 프레임을 만들어서 파스텔톤, 반투명 톤의 아세테이트 시트를 사용했다가 안팔리는 중이다. 어른들의 안경은 변화를 거부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낀다. 아마 마케팅과 유명인사를 필두로 한 위로부터의 혁명이 일어나면 모를까, ..

Gmail에서 뭐 찾다가 예전에 사클에 음악 올리던 링크가 있어서 여기 올려둠. 호주에서 곡 스케치만 해두고 한국가서 레코딩, 마스터링해서 가볍게 앨범하나 내겠다고 마음 먹은지 6년이 지났다. 십년은 더 안할거같으나, 옛날 생각도 나고 괜찮군. 기록은 언제나 좋다. 쌩녹음 나름 로직인가 garage band로 얼렁뚱땅 만들었던 곡들. 계정 비번을 모르겠다. Done With You - whitest boys alive cover soundcloud.com

작업실에 사람을 더 받기로했다. 작은방에 개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들이던가, 아니면 나처럼 메탈이나 안경작업 하는 사람을 받아 큰 작업실에서 다같이 하고 기계들만 작은방에 넣는게 좋을것같다만 디테일은 다같이 만나서 또 상의해봐야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 오는게 좋을까. 고로 활용을 못하던 작은 방을 치우기로했는데, 안에 있던 이층침대를 절단. 책상과 다른 선반을 만드는데 쓰기로했다. 내가 5년전에 산 이케아 이층침대도 기복이 덕분에 새롭게 태어나 다시 활용 될 예정이다. 큰 작업실도 배치도 다시하고 장비들도 더 들여뒀는데 추후 찍어서 올려야겠다. khruangbin 과 leon bridge 의 신보다. 핫한 친구들은 끼리끼리 몰려다닌다. DEAN과 PREP, ZICO와 재범처럼. 작업실의 몇몇 사진과..

건축은 멋진 직업이다. 건축학도들은 멋진 랜드마크를 지은 스타 건축가, 혹은 시대를 변화시키는 건축적 이론을 제시한 유명 건축가처럼 되고 싶어한다. 예를들면 안도 타다오나 꼬르뷔제, 아니면 프리츠커상을 받는 사람 처럼. 엄청난 지식들을 기반으로 외부로 보이는 형태의 이미지를 기획하고 설계해서 이뤄내는 사람들. 그 지식들을 모두 갖고 있기 어려우니 또한 전기, 수도, 법, 자재, 건물주, 지역 공무원 등 들과의 협업으로 하나의 건축물이 세워진다. 같이 의기투합하던 건축학도 형은 졸업과 동시에 몇몇 설계사무소를 전전하다가 30대 중반 빠르게 턴, 일 년 공부하고 9급 건축공무원이 되었다. 20대에 유럽 건축투어를 다녀오고 한국에 유명한 절을 만드는 장인에게 한옥짓는 법을 전수받겠다던 열정 있던 사내가 웬 공..

어제는 퇴근하고 학창시절 형들과 선릉에서 만나러 가는 길에 속보가 떴다. '박원순 서울 시장 실종' 설마 하는 기분으로 한잔 하면서 가끔 기사들을 둘러보는데 성추행 관련이 얽혀서 같이 올라온다. 기자들이란 어떤 단어들을 조합해 인셉션의 팽이처럼 사람들 마음에 던져만 주면 나머지는 알아서 팽창, 세상이 변한다. 댓글들도 예상하던 것처럼 신나서 일렁인다. 인간의 욕망이 관련 된 영역이다. 일어 날 수 있고, 안되는, 민감하고 논쟁적인 이슈들과 사람의 마음이 뒤섞여 여러 배설물들과 무리가 형성된다. 이 세상에 남자 상사가 여성 부하를 성적으로 추행하고 폭행할 수 있고, 여성 부하가 남자 상사를 성적으로 유혹하고 협박할 수도 있기에 개미처럼 통찰력이 없는 나로서는 무엇이 맞다고 말할 수 없다. 혹은 이 쟁점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