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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os

아들 돌잔치가 다음달이다. 돈이 들어올 구멍은 좁지만 나갈 구멍은 크고 많다. 빚지면서 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이 남기는 역사인데 잘은 하고싶고, 딱히 뾰족한 수는 없는 마당에 주말에 집정리를 하면서 안입는 옷들이 잔뜩 나와 팔아 치우자 생각했다. 허리 28사이즈의 생지 청바지들, 폴로셔츠, 핼멧백, 가방 등등 이제는 안입는 스타일이거나 몸뚱이에 맞지 않게 된 것들을 다 올렸다. 사진의 바지는 멜버른 여행 당시 호스텔이나 백배커, 스튜디오에서 묵지 않고 텐트로 한달 살면서 모았던 돈으로 산 역사적인 apc 쁘띠 스탠다드였다. (추후 당시 찍었던 사진들도 보충할 예정) 그때 털보 김어준 양반이 그지였는데 보스 정장을 사서 인생이? 뭔가 달라졌단 이야기에 감명을 받았던 것 같다. 나의 탄탄하던 20대..
정말 오래간만에 밴드 같이하던 친구 만나서 한잔 했다. 와, 이 친구 고집 센건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상대 말 안들으먼서 밀고나가는 친구였나 싶었다. 그에게 나의 의도를 전달하려도 한참 이야기를 했던 거 같다. 딱히 먹히는 느낌도 아니고. 너나 나나 똑같이 고집 센 사람들이었다. 친구는 계속 니가 전처럼 기타치먄서 다음 이야기를 해야한다 하고, 나는 다시 기타잡을 생각 없지만 아이웨어 산업에 빗대서 미래를 이야기했고 그는 그만 이야기하라고 했다. 서로 맞았던 언어가 달라졌다.

내 관심사는 주로 아이웨어랑 음악인데, 이거나 그거나 그 산업을 풀어가는 방법이 비슷한거같아 살짝 정리하려 한다. 아이웨어 디자인의 사고방식 중 ‘잘 팔리는 거 만들자’ 혹은 ‘멋진 거 만들자’, ‘진짜 센 거 한번 해보자’에 따라 접근 방식과 리서치, 생각을 다르게 하고 들어가는 것 같다.(아닐수도) 나는 이전엔 잘 팔리는 제품에는 음악처럼 어느 정도 공식이란 게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또 막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최근 알게 됐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영화나 음악이 히트를 치는 것 처럼. 나는 어렵긴 하지만 그런 걸 진짜 멋지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말이 샜는데, 그래도 베스트가 되기 위해 믿고 가는 공식이란 게 음악이나 아이웨어나 약간은 있긴한 거 같다. 근데 그 공식은 브랜드나 판매하고..
아침에 꽤 선선한 공기가 느껴진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사주를 보고왔는데 못버틴다고 올 해 안에 이직하란다. 얼굴없이 일하는 상이라고. 100을 한 것에 대해 반도 인정받지 못한다고. 이동수가 있을때 안하고 없을 때 억지로 한 사람의 운명이라며. 컨펌은 빡세지만 어찌보면 기회는 매주 온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보여줄 수 있는 성공의 기회도 촘촘하다는 것. 여기서 그만두면 내 삶의 태도가 거기까진거다. 진짜 개 힘들고 억울하고 이해도 안되고 열받는데 앞으로을 위해서 나를 바꾸는 수 밖에 없지 모 잘 팔렸건 못팔렸건 여기서 출시된 모든 디자인을 습득하고 고민해서 더 그려가고 오래 있던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필요로 하는지 왜 시켰는지 내껀 아니라고 하고 어떤건 맞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되면 두..

한여름. 회사에서 고된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면서 택배를 찾아오는데 두 개가 없다고 핀잔을 듣는다. 그거 다시 찾으러 나가는 김에 아기 기저귀로 가득 찬 쓰레기 봉지와 음쓰를 들고 버리러 나갔다 오면서 모기에 물렸다. 이건 아닌데란 생각이 든다. 선망하던 기업의 디자이너가 되면 행복할 것 같던 나의 라이프는 처음 며칠의 기분일 뿐, 강한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그곳만 가면 하나의 매듭을 지을 것 같은 인생의 한 스테이지는 왠지 더 멀어져 가는 것 같다. 옷방에 꾸린 내 작은 컴퓨터 책상도 조만간 굿바이다. 애가 기어다니면서 그 방으로 냉장고를 옮기자고 했기 때문. 책상을 본가에 어떻게 보낼지, 의자는 어떻게 처리할지, 아이맥을 팔고 노트북을 다시 사야 하는지 팔려면 또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고민이다. 남자의..

정리할 건 많은데 쓸 시간이 없다. 전에는 안하던 디자인 프로세스때문이다. 나는 4월에 입사하고 3주 뒤에 정규직이 됐다. 빠르게 된 거라고들 하는데 요즘 나의 성과를 보면 인턴때 운이 좋아서 좋게 보인 듯 하다. 그리고 이제 일한 지 2달이 조금 넘어간다. 패션회사는 발주 마지막까지 계속 디자인을 변경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모두들 끝까지 잡고 늘어진다. 다들 대단하다. 나는 일주일간 디깅 하던 디자인이 오늘 오후에 나가리 나면서 빨리 내일 아침까지 다른 디자인을 뽑아가야 한다. 이게 긴가민가하면 빨리 디자인하고 달려가서 만들어보고 씌워봐서 아니라는 걸 알아채고 다른 디자인으로 틀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공학과는 다른 프로세스다. 공식처럼 맞는 게 없다. 맞을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 하튼 내가..
정신을 차려보니 6월이다. 재이는 태어난 지 7개월 차로 접어들면서 이가 나고 있다. 애기가 새벽에 계속 깨고 있어서 정신과 체력적으로 아주 힘든 시기다. 디자인은 익숙해지는가 싶었는데 다시 어려워졌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의 훌륭한 옷이 보인다고 나를 제외한 모두들 박수를 칠 때 나만 안 보여서 어리둥절한 느낌이랄까. 그 사람들은 그 옷이 보이기는 하는 걸까, 내가 바보인가. 하지만 믿고 따라가는 중이다. 그래도 말은 많이 들어서 언어적으로는 이해는 된다. 점점 그렇게 임금님의 옷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 체화되는 시간이 필요할 뿐. 아무튼 오케이라고 나오는 적이 없으니 덮고 집에 갈 수가 없다. 혹은 집에 빨리와서 집안일 조금 하다가 다시 앉는 것. 그래 봐야 선 몇 개 더 그어보고 지우..
요즘 주에 한번씩 있는 컨펌 데이에 만들 안경의 제작 난이도나 디자인이 어려워져 야근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괜히 왠지 내가 맡게 될 파트의 장르를 디테일하게 풀어서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다가도, 자잘하고 자칫 진지해 보이는 안경스로운 디테일을 계속 덜어내다보면 나름 쿨한 프레임이 나오는거 같다. 야근하니까 말인데 나는 일 없이 야근하는 사람들을 아주 줏대없고 실력이 모자른 사람이라 생각해왔다. 근데 디자인이 안끝나니 덮고 집에 갈 수가 없다. 그래봐야 선 몇개 더 그어보고 지우고 다시 그어보고 위로 올렸다가 아래로 내리는 정도의 일인데 , 그 사각 안구의 틀에 갇힌듯한 기분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보여주겠다던가, 아직 뭔가 안나와서 계속 붙잡고 있게 된다. 전에 회사는 아홉시까지 야근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