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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1.11.12

beos 2021. 11. 12. 06:56


지난달 또한 생명을 깎아가며 일했지만 마이너스란다. 아내나 나나 쓰지도 않고, 엄청 적게 버는 것도 아닌데 이런 문제가 생기데에는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생각된다. 나야 이번 라운드에서도 돈을 더 벌어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 그리고 그러기 위해 유의미한 디자인을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일에 쏟아붓는 수밖에 없다. 경제권을 쥔 아내에게 나에게 돈을 못쓰게 하든, 해야 하지만 하지 말든 알아서 조정하라고 했다. 왜냐면 내 입으로 사사건건 돈을 아끼라 말하며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마이너스보다 큰 문제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달 마이너스는 일단 내 주식을 팔아 메꿀 테니 다음 달부터는 각자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 이야기하고 파이팅하고 잤다. 그래도 이미 깔린 할부를 생각해보면 내년 2월까지는 얄짤 없을 듯하다.

2023년 컬렉션 디자인 중이다. 디자인을 이렇게 몇 달 동안 고통? 스럽게 해 본 기억이 없다. 힘든 운동을 매일 하는 기분. 너무 머리를 써서 오는 근육통 같은 게 잘 때도 있다. 그러나 매주 분위기가 바뀌며 깔리는 디자인 목업들을 보고 있자니 기대된다. 지금 이 과정들은 성장이거나 발전이겠다. 자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방으로 가 스케치해뒀는데 그대로 잠이 깨버려서 어떻게 살지 끄적이다가 아침 수영 가는 중이다. 새벽 전철은 장돌뱅이 같은 아저씨들이 두 자리씩 차지하고 봇짐 하나씩들 메고 비스듬히 앉아 허공을 보고 있다. 가끔 젊은이, 책 읽거나 공부하고 주식 차트를 보는 4-50대 직장인 아저씨들이 보인다. 고단해 보인다.

나는 내가 만들고 싶은 안경을 만드는 것은 재미있다. 회사의 아이웨어 디자인은 고통스럽지만 분명히 즐겁다. 그래서 행복한가? 편히 자고 있는 아내나 재이를 보면 그런 기분이 들지만, 즐겁지 않은 내가 그들을 보면 그런 기분은 아닐 게다. 마이너스란 소리를 듣고 굴러가는 집을 보고 있는 건 전혀 행복하지 않다. 좋은 상황을 만들고 싶다. 크고 튼튼한, 딱딱하고 검은 네모난 차 뒷좌석에 넉넉한 카시트 두 개를 달고 다니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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