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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을 계약한 지 1년 정도 되었다. 2019년 겨울. 시작을 했고 한 해가 지나 그만큼 사람이 새로 들어왔다. 애초에 계약서에 있던 초창기 멤버 한 명이 나가면서 이름은 자연스레 신상균, 이윤, 박기복을 줄여 신윤복으로 정리가 되었다. 예술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고 깔끔하다. 처음엔 쉽게 각자 '작업을 위해 공간이 필요하다'였다. 기복이도 메탈 작업과 주얼리, 유튜브 작업을, 누나는 본인의 사무실과 작업 다이가 필요했다. 다들 명확하게 할 일들이 있었고 나야 단순하게 그림도 그리고 안경을 만들자 였는데, 국내에 있던 여타 공방들처럼 아세테이트 깎고 다리도 심 박힌 거 구해와서 깎아서 넣고, 연마하는 것들에 회의감이 있었다. 아무래도 공장에서 CNC로 깎은 것처럼 정확하지 않고, 공산품처럼 수치상 0.5..

많은 실패와 스트레스 끝에 바렐을 완성했다. 바렐 영상 로그인 • Instagram www.instagram.com 원래 틀은 수치에 맞춰서 메탈로 제작하려고 했으나 그전에 거실에 있던 책상을 분해하면서 쓸만한 목재들이 나왔고 이걸로 그냥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메탈로 수치에 맞게 주문하는 것도 완전히 일이다. 큰 바렐이 돌아가는데 힘이 받도록, 체인 바퀴를 4륜차처럼 전륜 후륜이 동시에 돌아가도록 체인을 하나 더 구매하고 연결했다. 가운데를 비운 이유는 바렐이 안정적으로 올라가려면 파이프 거리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원통이 바닥 높이보다는 내려가니 바닥과의 차이를 주고 파이프 사이 거리를 뒀다. 가장 신경 쓰이던 바렐이 돌아가면서 한쪽으로 기우는 현상은 완벽하게 파이프가 평행하면 ..

작년 겨울에 시작했던 작업실은 나의 결혼과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1년 차로 접어들고 있다. 작년 겨울에 보일러를 과다하게 틀었음에도 굉장히 추웠던 기억이 있는지라 이번엔 허겁지겁 기름난로 몇 개와 전기난로를 각자 사방팔방 구했고, 지인에게 구매하기도 했다. 원래는 온풍기를 둘 예정이었으나, 구하려던 온풍기가 고장이라 연소할 때 냄새는 좀 나지만 효율은 좋은 것들 위주로 구해보았다. 아직까진 이 것들로 괜찮은 것 같다. 많이 추운 날은 기름을 많이 쓰지 뭐. 방열비만 개인적으로 달에 30 정도 예상한다. 거실 쪽은 전시나 미팅에 맞도록 약간 넉넉하게 뺐고, 컴퓨터 자리는 부엌 쪽으로 옮겼다. 처음엔 이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계속 꺼려하던 그였으나 막상 자리를 잘 배치하니 쓸만한 모양이다. 볕도 가..

안경회사 퇴사와 재입사 (2) 퇴사를 하고 일본으로 날아간 이유는 후쿠이현에 있는 일본 안경 공장에 꼭 가보고 싶었던 것과 조만간 도쿄에서 있을 ioft2018에 가서 일본 프레임들의 진수를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짧게 ioft beos.kr 위 글에 쓰인 간략한 명신이에 대한 소개다. 명신이는 내가 2015년 안경 공방에서 일을 시작할 때쯤 수제안경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찾아온 대학생이었다... .. 그 쯤 명신이도 우리와 같은 길을 가고 싶다고 공방에서 일한다길래 열심히 말렸다. 공방은 돈 내고 네 거 만들고, 일은 회사에서 하렴. 투자자 만나서 브랜드 내는 게 맞는 거 같다고.. 라치오랩의 태현이와 주말인가 평일 새벽인가 어쩌다 만나서 커피 마시면서 수다를 떨었는데, 회사에 자신을 좀 도와주면서 생..

브랜드 런칭기 1화를 쓰고 미팅은 이후 2번, 메시지와 통화는 몇 번 오고 갔다. 많은 대화를 하고 느낀 점은 업체가 이 업계를 너무 모르면 서로 어렵다 였다. 새로운 사람들이 안경 업계로 들어오면서 최저가 사이트에서 공산품 가격을 비교하듯 몇몇 안경 공장을 돌며 가장 낮은 단가를 본다. 공장에서는 본인들이 만든 샘플을 꺼내거나 브랜드를 내세우지만, 새로 시작하는 그들은 무엇이 잘 만들어진 테인지, 무엇이 싸게 만들어진 건지 모른다. 새로 접근하는 그 사람들이 아는 거라곤 요즘 인터넷에서 마케팅으로 하는 말인 '마추켈리 시트', '티타늄', '독일산 나사', '30년 장인의 피팅' 등 썩 중요하지 않으면서도 중요하게 언급해 둔 텍스트들을 나에게 열거했다. 그건 기본이기도, 기본이 아니기도 하다. 남자 고..

그녀와 함께 대구로 출장을 갔다. KTX를 예매할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아침 8시 서울역 출발, 저녁 7시 대구 출발로 잡으라신다. 세팅만 다 해놓고 가면 공장에서 그렇게 까지 시간을 쓸 일은 없는데 고생 좀 하겠구나 했다. 집에 가면 밤 10시가 넘겠구나. 만삭인 아내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출장을 간 그 날은 날이 무척 주웠다. 수능이 다가오고 있구나 란 생각을 했었고, 코로나 때문에 시험들은 어떻게 보나 까지 의식이 흘렀던 것 같다. (뒤늦게 안 거지만 12월 수능이란다.) 그녀는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는 플랫폼으로 들어가는데 바닥에 엑스가 그려진 출구로 앞장서서 걸어간다. 바닥엔 분명히 진입금지라고 쓰여 있고 방역 직원이 손님! 손님! 하며 소리를 쳐도 막무가내다. 달려가서 팔을 잡아끌고 발열..

홈트레이닝이 유행이다. 스트레칭하려고 힙으뜸 티비로 틀어놓고 오분쯤 따라 하다가 옆으로 드러누워서 그냥 구경만 한다. 잘하네.. 집사람에게 혼난다. 요즘 수영을 못 가서 몸이 뻐근하고 자꾸 아픈 거 같다. 팔굽혀펴기 집에서 하고 나가서 달리기 하면 된다지만, 난 도서관이나 독서실 파다. 집에서 못한다. 혼자 식단 짜서 체중 감량하고 시간 맞춰서 잘 뛰는 친구들 보면 무조건 인생 성공하겠다 싶다. 나는 망한 거 같다. 집사람이 헝거게임을 안 봤다길래 틀어놓고 맥주도 들고 간식도 챙겨서 앉는다. 기대된다! 내가 좋아하는 제니퍼 로렌스! 물을 떠 오란다. 냉큼 가져와서 앉자마자 알람을 맞춰야 하니 핸드폰 가져오란다. 갖다 줬더니 이내 영화는 귀로 들으면서 폰 삼매경이다. 그리고 딴 소리를 한다. 나중엔 걔 언..

무던한 날이었다. 소연이는 만삭의 몸을 이끌고 향진과 민지 약속이 있다며 선유도로 가는 길이었고, 난 뚝섬 작업실에 가려던 차였다. 임산부 혼자 가는것도 신경쓰이고 선물을 사야한다길래 내가 원두사러 갈 겸 합정까지는 같이 가기로 했다. 경모형의 아내인 민지씨는 커피를 좋아한다기에 사는 김에 하나 더 사고 소연이가 들고갔다. 이런 합정의 골목으로도 커피를 사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니. 우리 작업실인 뚝섬도 입지는 좋은 편인데, 저런 식으로 활용이 가능하지는 않을까 싶었다. 작업만 하기엔 너무 아깝다. 소연이를 바래다주고 나는 뚝섬 작업실로 왔다. 앞으로 작업실 계획 중 하나는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있지만 수강생도 받아야 우리 월세라도 뽑으므로 수강생용 테이블을 짰다. 그리고 11월 말 경에는 4미리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