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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마지막 날 본문
마지막 날 저녁에도 회사에서 모니터와 씨름 중이다.
올해 회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뭐가 팔렸고 앞으로 뭘 조심해야 하는지, 개인적으로 바라는 바람도 조금 적어보고 추가도 하면서 천천히 완성 해보려 한다.
새 브랜딩이 완료되었고 (결제 끝, 그러나 사장님은 안 끝남), 브랜딩 제품 사용방법에 맞는 정확한 format은 받지 못했지만 나온 로고와 컬러, 폰트 정리를 이용해서 일단은 order sheet의 새로운 format을 만들었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고전적인 편집 디자인을 한 사람들이 잘하는데.. 여튼 지금은 하루종일 새로운 제품군의 납품 공장가에 따른 도매가, 소비자가를 정리하는 중이다. 어떤 제품은 납품가 대비 더 받는 제품도 있을 것이고 적게 받는 제품도 있을 것이다. 가격 구간이란 그래서 존재한다. 여담이지만 지인이 제품 추천을 요청하면 그런 범위 내에서 가장 소비자에게 유리한, 회사에게는 마진이 적은 제품을 권유한다. 가격 대비 손이 더 간 물건이니 말이다.
소비자가가 정해져야 price tag이 완벽하게 마무리되고, 발주 할 수 있다. tag이 나와야 제품을 포장해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제품을 받고 싶은 날 보다 한 달 전에는 발주하는 게 옳다. 안경시장은 2월부터는 성수기로 들어갈 준비를 한다. 5월이 보통 선글라스나 학생들 신체검사 후 안경을 많이 맞추는 시기이기 때문인데,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선글라스를 쓰고 해외나 산 바다로 놀러 갈 일도 없었고, 학생들도 학교를 안 갔기 때문에 이 법칙이 어긋났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2019 3-6월 최대 매출보다는 동 기간 내 떨어지긴 하지만 그 외 비 시즌에는 평작보다 올라와 총액은 얼추 맞는 신기한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올해는 2018-19년 보다는 고가 위주의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했고, 팔린 총 프레임 갯수는 줄었으나 수익은 비슷해졌다. 우리 회사에서나 고가라고 부르지만 경쟁사나 외부 시장과 비교해서는 평균인 수준이었고, 새롭게 가격대를 세팅하는 브랜드는 이전 제품보다 더 높은 가격에 공장에서 들여올 예정이다. 공장에서 돈을 들여서 가능하게 만드는 고급화를 꾀할 예정이다. temple과 같은 부분에 기능을 넣는 '남성 성인용'에 고급화를 꾀하고 그간 우리 회사에서 만들기 어려웠던 고급 '마담 프레임'을 위한 가격대도 새로 만들었다.
중국에서는 2월, 한국에서는 3월 정도에 제품들이 완성될 예정이다. 사실 2월에 한국에서 다 나오도록 만들었어도 좋으나 위와같은 잔잔한 일들과 출장 일정이 많아 디자인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심심한 핑계를 대 본다. 특히 새로운 브랜드 케이스 관련해서는 지옥이었는데 그녀의 활약 덕분에 케이스 업체는 현재 나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받을 물건이 있는데 연락을 안 받는다. 이곳은 마지막으로 제품을 받고 내년부터는 새로운 케이스 업체와 관계를 시작하려 한다.
도메스틱 안경 2020 정리 <회사 기준>
작년은 하금테가 강세였고 신모델 대부분 재주문에 들어가는 쾌거를 이뤘다. 2 모델의 하금테는 넉넉하게 발주한 세 번째 재주 문량이 거의 소진되었고 이번에 1월 초에 한번 더 발주를 할 예정이다. 그와 같은 템플이지만 더 둥근 스타일의 신모델도 나온 지 한 달 만에 완판이 되었다.
클리어 프레임은 2년 전부터 유행이었으나 보수적인 회사를 뚫고 올해 여름에나 100장만 몰래 발주했으나, 쩝쩝대던 영업사원들은 생각지도 못한 컬러에서 다 팔리자 다른 제품들은 왜 클리어를 안 넣느냐고 아우성을 치는 재미있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뒤로 쏙 빠져있다가 '이거 봐 내가 이거 하자고 전부터 이야기했잖아'를 시전 한다. 그러나 이런 컬러는 첫맛이 달콤해도 조심해야 한다. 블랙이나 브라운은 나중에 유행이 지나도 살살 나가면서 재고 0을 향해 꾸역꾸역 가지만 이런 컬러들은 유행을 크게 타기 때문에 갑자기 반품이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주문 또한 언제나 고심과 조심을 한 스푼씩 섞게 된다.
내가 가장 기분이 좋았던 부분은 해당 프레임인데, 특허 기능이 있는 endpiece를 이용 판테로 제품을 만든 이 제품이다.
팁도 컬러링과 디자인, 템플도 1년간 개량을 통해 일단 판에서 커브를 주고, 단조를 해 탄성을 줬으며 사람의 해골에 긴 템플이 가볍게 감기도록 개량 또 개량했다. 프런트는 45 사이즈로 도매판에선 성인들이 쓰기 어렵지만, 클래식과 미니멀한 기능을 한데 모아보고 싶었고 다행히도 이 또한 다 팔리고 두 번째 올라올 제품을 기다리는 소매점이 많다. 처음에는 외면받는가 했는데 팔다 보니 속도가 붙는 경우다. 이런 게 좋은 게 입소문을 타서 쭉 가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마담 테인데 2019년에도 잘 팔렸으나 마담테 다음 모델이 나올 때마다 전에 팔던 제품들이 자꾸 남아버리는 현상이 있었다. 올해도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의 마담 테를 출시했으나 그 큰 맥락이 같다는 이유로 한 제품만 독식을 하게 된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마담 프레임이 큰 매출의 부분을 담당했다.
그 외로는 저가 프레임들을 새로운 제품군으로 출시. 10 모델을 만들어 초반에는 재주문을 하며 선방했으나 점점 경쟁력을 잃어 판매 속도가 떨어졌다. 아무래도 회사에 투입되는 총파이가 있어서 그런지 고급 테와 저가 테가 같이 나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고 한쪽으로 쏠리는 모양새였다. 고급 테는 공장가 대비 마진이 적었고 저가 테는 그냥저냥이었는데 소매점에서는 귀신같이 눈치를 채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는 2020년에는 결혼도 했고 감사하게도 아이도 생겼고 건강하게 아이도 낳았다. 결혼은 하되 애 양육비와 학비에 쓸 에너지와 돈을 잘 모아 아내는 요가의 성지에서 일 년. 나는 디자인 유학을 가고 유럽이나 일본의 아이웨어 디자이너가 되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꼼짝없이 한국에 둘 다 묶이게 되었다. 그러나 나의 인생에서 생각보다 다른 종류의 큰 행복도 느끼는 고마운 한 해였다.
작업실도 오픈했고, 새로운 사람들도 들어와 재미있을 것 같은 일들도 꾸미는 중이다. 몸이 몇 개라도 되면 참 좋을 거 같은데 하나인 이유는 선택과 집중을 잘하라는. 지극히 디자이너적인 삶을 살라는 이유인 것 같다. (디자이너적인 삶이란 남기고 붙히기 보다는 삭제와 소거를 잘 하라는 뜻)
내년에 바라는 것이 좀 있다.
- Kyeol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면서 다른 시장에서 내 실력의 가능성을 알고 싶은 것
- 운동과 식단을 통해 더 건강해지고 싶은 것
- 작업실에서 생각하던 그림처럼 전시를 하는 것
- 안경이나 주얼리 수강생을 받는 것
- 라치오 랩이 유의미한 성장을 하는 것
- 새로 기획하고 준비한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슬슬 자리를 잡는 것
- 계획한 대로 집값을 모으는 것, 옷 좀 사는 것
- 작업실에 새로운 능력자가 들어와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
- 좋은 사람을 더 만나는 것, 타인에게 둔감해지는 것
- 안경 얘기 좀 그만하는 것
등 이 있다. 수영장 좀 오픈했으면 좋겠다.
한 해가 지난다고 하루 만에 형편이나 분위기가 확 바뀌지는 않더라. 그럼에도 바보처럼 또 좋아질 거라 믿으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또 맞이해보자. 2020년은 누군가에게는 가장 힘든 해였겠지만, 나에게는 좋은 한 해였다. 21년에는 글을 많이 써보리라~ 영어공부는 이제 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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