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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이반일리치의 죽음을 읽고. 이 책은 이태리로 가는 비행기와 프라토라는 동네에서 다 읽은 짧은 책이다. 내가 고전을 선택한 이유는 한참 성공 서적과 세속에 빠져있는 나에게, 커리어상의 정상과 소유한 집이 비싸지고 커짐을 꿈꾸는 나에게 질문을 하고 싶었다. '정말 이렇게 살아도 좋은가' '이다음엔 무엇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던 차였다. 아래 사진은 밀라노에서 들렸던 부잣집이다. chill하고 정말 좋았던 기억. 집앞에 이런 수영장이 있고 푸른 정원이 있는 삶을 꿈꾸는 모든이들이 불행해 질 필요는 없잖은가? 이반일리치의 삶은 가분하고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했으나, 집 인테리어 중 옆구리를 다치면서, 혹은 아무 상관없이 언젠가부터 아프기 시작고 그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짧은 이야기다. 나는 이반일리..

뭔가 정보를 받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결과물이 나온다.우리는 얼마나 생각하면서 살고 있나. 보통은 남이 한 생각을, 남의 목표를,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생각 없이 살아간다. 그건 쉽다. 어려운 일은 책을 읽고 책을 비판할 힘을 갖는 것. 강한 의견에 반박할 수 있는 것. 생각이 다름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저 반대 진영의 반대 의견이 아닌 것. 새로운 글을 쓰는 것, 창작물을 만드는 것, 디자인을 통해 세상으로 나오는 것. 무언가 나에게 들어가 나라는 필터를 통해 결과물이 나오는 모든 행위의 중심에는 '생각'이 있다. read (think) write 가 될 수도, see (think) make 가 될 수도, feel (think) design 이 될 수도 있겠다. 나는 이제 생각하는 척이 아닌 ..
이번엔 부족함을 많이 느끼는 상반기였다.전에는 누군가 만든 세계관에 몇 가지 디자인을 추가하고 컨펌 났다며 박수를 짝짝 치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조금 더 나아가 컬렉션의 기준을 정하는 모델을 만드는 시기를 한 해 정도 보냈던 것 같다. 이번에는 디자인 기획과 일의 사이즈, 시기, 컬렉션 수, 생산일정과 디테일과 작은 하나의 변수 때문에 이어지는 미팅들과 변동되는 일정들을 겪으며 내가 그 사이에서 해야 하는 것이 뭔지. 어떻게 해야 시기에 맞게 넘어갈지, 그 시기는 바꿀 수밖에 없는지, 바꾸면 다음 컬렉션일정은 어떻게 변하는지 등등의 연쇄작용이 눈에 보이며 내가 컴퓨터 앞에서 하는 이 작업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책임감을 갖게 되는 시기였다. 전에는 디자인 도면과 샘플이 오면 끝났던 나의 역할이, 콜라보팀..
모험은 개인과 사회의 역사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그렇지만 모험담은 말 잘 듣는 모범생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모험심이 강한 사람은 고상함이나 자상함과는 거리가 멀고 정해진 법을 따르지도 않을뿐더러, 그들에게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삶의 흥미를 잃기 때문이다.모험은 용기와는 다르다. 기질이 많은 양 함유되어있다.모험가의 특징은 성격과 분리될 수 없다. 모험이라는 개념 자체가 담고 있는 태생적 삐딱함,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그들의 짓궂음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모험이라는 것은 이미 정해진 길과 양립할 수 없으며, 모험가는 분질적으로 자유로운 개인주의자라서 반사회적이지는 않더라도 비사회적이다. 그렇기에 본질적으로 모험심이 결여된 성직자나 공무원 일반인의 삶을 강요당할 때마다 타고난 판단력을 가진 젊..
도둑맞은 집중력과 몰입을 읽었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지만 유사한 부분이 있다. 언젠가 당연히 잘 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내가 몰입을 하고 어느덧 시간이 많이 지나있었다. 행성으로 치면 중력이었고, 나에게 치면 몰입이자 집중력이었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한다. 덕분에 블랙홀 근처에 다녀오면 지구는 시간이 많이 지나있는 것인데 이것을 인간이라는 행성으로 치환해서 보면 인간이 집중을 할수록 나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주변은 시간이 많이 지나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하루가 길고 키가 커지면서 집중력이 떨어질 때부터 시간이 급격히 빠르게 지나는 것은 이런 차이일지도 모른다. 몰입이라는 책에서는 밤낮으로 고민하라 한다. 트레이닝이 될수록 쉽게 몰입이 가능한데..
재밌게 읽은 책. 나는 악당에게 꽂히는 부분이 있는데, 작중에서 데이비드 스타조던에게 매력을 느꼈다. 그는 파괴되지 않는 인간이었다. 그의 이론에서 결국 히틀러까지 나올 정도였으니까. 파괴되지 않는 것. 그것은 경이로운 개념이다. 왜냐하면 내가 비현실적인 목표를 향해 밀고 나아가는 것이 미친 짓인가 아닌가 하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허락해 주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면의 열정이라는 연료가 너무 피어올라 현실감각이 안개처럼 흐려진 사람들에게 있는 것인가? 절대 아니었다. 책에서 나오는 위대한 사람이자 마지막엔 최고의 악당이 되는 데이비드 스타의 에세이에서 발췌한 글이다. '사람이 계획을 세우고 창조하기 시작한 이래, 사람이 노력해서 이룬 결과가 그토록 처참하게 파괴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엄청난 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우월하고 존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며, 돈 많은 부모는 자녀를 경험을 시키고 키 크는 약을 먹인다. 여기 까지는 좋다. 그리고 선천적인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를 개조하기도 한다. 여기까지도 좋다. 그렇다면 애초에 유전자를 개조하거나 부유한 사람들은 잘생기고 똑똑한 반려자를 만나 자녀를 낳는다. 큰 문제가 없는 한 이렇게 지속 된다면 부유하면 잘생기고 똑똑한 가문이 된다. 혹은 잘생기면 부유해지거나, 똑똑해서 부유해지면 잘생긴 자식을 가질 확률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혈통을 중시하는 귀족 문화 혹은 왕족 문화를 보면 과거부터 직관적으로 알던 것일지도 모른다. 문제가 없는, 혹은 그것보다 진화한 것을 만드는 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경계까지 우리는 건드리기 시작..

블룸하우스 : 초저예산 호러 영화 제작사의 24년 생존기 2024.08.13 롱블랙 프렌즈 L 무더운 여름이면 생각나는 게 있지. 바다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공포영화!그런데 그거 알아? 유명한 공포영화 중엔 ‘초저예산’으로 만든 작품이 많다는 거.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수익률이 높은 영화도 공포물이야. 2007년 개봉한 「파라노말 액티비티Paranormal Activity」! 고작 1만5000달러(약 2000만원)로 만들어 무려 2억 달러(약 2700억원)를 벌었지. 제작비의 1만 3000배를 회수한 거야.이 어려운 걸 누가 해냈냐고? 블룸하우스Bloom House. 24년 된 미국의 영화 제작사야. 2013년 「더 퍼지The Purge」, 2017년 「겟아웃Get Out」으로 ‘저예산 공포 흥행작’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