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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os 2024. 8. 13. 15:37

블룸하우스 : 초저예산 호러 영화 제작사의 24년 생존기

 2024.08.13
 


롱블랙 프렌즈 L 

무더운 여름이면 생각나는 게 있지. 바다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공포영화!

그런데 그거 알아? 유명한 공포영화 중엔 ‘초저예산’으로 만든 작품이 많다는 거.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수익률이 높은 영화도 공포물이야. 2007년 개봉한 「파라노말 액티비티Paranormal Activity」! 고작 1만5000달러(약 2000만원)로 만들어 무려 2억 달러(약 2700억원)를 벌었지. 제작비의 1만 3000배를 회수한 거야.

이 어려운 걸 누가 해냈냐고? 블룸하우스Bloom House. 24년 된 미국의 영화 제작사야. 2013년 「더 퍼지The Purge」, 2017년 「겟아웃Get Out」으로 ‘저예산 공포 흥행작’을 연이어 터뜨렸지.

비결은 철저한 하이컨셉High Concept. 흥행을 위해서, 쉽고 간결한 내용의 영화를 기획하는 걸 이렇게 불러. 관객을 무섭게 할 ‘딱 한 가지 장치’에만 집중하는 기획법이지. 화려한 CG나 유명 배우 없이 ‘강렬한 공포’를 만드는 법, 궁금하지? 블룸하우스의 비결을 들려줄게.
*이 노트에는 영화 「겟아웃」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Chapter 1.
히치콕을 좋아한 청년

블룸하우스 영화엔 단골 배경이 있어. 바로 ‘집’이야. 주인공은 집에서 공포에 떨어. 귀신을 마주하거나, 불편한 사람과 머물거나,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식으로 말이야.

이게 바로 블룸하우스의 설립자, 제이슨 블룸Jason Blum이 추구하는 ‘순수한 공포’야. 생각해 봐. 가장 편안해야 할 곳에서 느끼는 공포. 그게 가장 무서운 법이잖아. 굳이 지하 동굴이나 폐교를 찾아갈 필요가 없단 거야.

공포에 대한 제이슨의 감각은 어린 시절부터 쌓였어. 그의 엄마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책을 읽어주시곤 했대. 핼러윈을 너무 좋아해서, 8월부터 코스튬을 입을 정도였고.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은 히치콕! 영화를 전공하던 대학 시절엔 매주 두 편씩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보기도 했대.
*19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어셔가의 몰락』이나 『검은 고양이』 같은 공포 문학으로 유명하다.

“가장 무서웠던 영화는 ‘13일의 금요일’이었는데, 집에서 혼자 봤습니다. 너무 무서웠어요. (공포영화를 보는 것은) 불장난하는 것과 같아요. 아프더라도 불 속에 손을 넣고 싶은 거죠.”
_제이슨 블룸, 2015년 나이트메어 매거진 인터뷰에서

블룸하우스 창업자 제이슨 블룸(오른쪽). 그는 어릴 적부터 핼러윈과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즐기며 공포의 매력에 빠졌다. ⓒ제이슨 블룸 X

저예산 영화의 매력에 눈을 뜬 건 첫 직장 덕분이야. 제이슨은 작은 영화 배급사 애로우필름스Arrow Films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 영화 판권 사들이는 일을 맡았지.

문제는 회사가 돈이 없었단 거야. 영화 한 편 살 돈이 5만 달러(약 6800만원)가 채 안 됐대. 자연스레 ‘가성비 흥행작’을 고르는 눈을 길렀어.

그런 제이슨의 눈에 할리우드는 너무 느리고 무거웠어. 불필요한 연출이나 컴퓨터 그래픽 작업에 매달린다고 본 거야. 자연히 제작 시간이 길어지고, 제작비도 치솟았지. 그의 생각엔 영화는 재미만 있으면 되는데 말야. 그래서 2000년에 직접 영화사를 차렸어. 그게 블룸하우스야.

처음부터 제이슨은 공포물에 도전했어. 이유는 단순해. 하고 싶은 말을 가장 ‘강렬하게’ 전하는 장르라고 생각했거든. 

“공포영화는 주류 사회의 개념을 뒤집는subversive 이야기를, 가장 강렬하게 들려줄 좋은 수단입니다. 영화계에서 이상하거나 특이한 이야기는 대부분 작은 독립 영화관으로 밀려나곤 해요. 하지만 공포를 더하면 주류들이 보게 만들 수 있죠. 그래서 공포를 좋아해요.”
_제이슨 블룸, 2023년 더너즈오브컬러 인터뷰에서

제이슨이 본 공포영화의 매력은 또 있어. 관객 반응을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단 거야. 

“드라마를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할진 몰라도, 관객이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기분을 알 수 없죠. 하지만 공포 영화는 사람들의 반응을 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관객이 얼마나 비명을 지르는지가, 영화 흥행의 기준이 되는 셈이죠.”
_제이슨 블룸, 2023년 더너즈오브컬러 인터뷰에서

공포물의 명가로 불리는 블룸하우스. 저예산 흥행작이 많은 걸로 유명하다. 대표작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수익률이 높은 영화이다. ⓒ블룸하우스

Chapter 2.
초저예산 기획 원칙 : 제약이 창의성을 높인다

블룸하우스가 만드는 공포 영화는 대부분 ‘초저예산’이야. 꼭 돈이 없어서만은 아냐. 제약을 둬야 창의성이 높아져서래. 제이슨은 이걸 ‘창의적 검소함creative frugality’이라 표현해.

“저는 제약이 사람들을 더 창의적으로 만든다고 믿어요. 제약은 예산에서부터 시작해요. 우리가 만드는 영화가 더 나은 이유는 사람들이 상자 안에서 생각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_제이슨 블룸, 2013 크레이브 인터뷰에서

얼마나 저예산이냐고? 블룸하우스의 영화 한 편당 제작비는 평균 500만 달러(약 68억원)가 안 넘어.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비교하면 3%도 안 쓰는 셈이야. 「아바타 : 물의 길」 제작비는 3억5000만 달러(4781억원)였으니까. 

그럼 어떻게 돈 안 쓰고 흥행작을 만든 걸까? 대표적으로 세 가지 전략이 있어. 


1. 꼭 필요한 대사만 넣는다

블룸하우스 영화에선 말을 하는 배우가 몇 안 돼. 대사가 있는 배우의 수를 제한하거든. 대사가 있으면 출연료가 10배로 올라가서 그렇대. 그래서 꼭 필요한 배우, 줄거리에 꼭 필요한 대사만 고르고 골라서 남기지.

"우리 영화에서는 웨이터가 말을 하지 않습니다. 단어 하나라도 말하면 800달러가 더 들기 때문이에요.”
_제이슨 블룸, 2023년 포춘 인터뷰에서 

대사가 줄면, 줄거리는 더 선명해져. 뜬금없거나 지루한 장면이 나올 틈이 없거든. 예컨대 「파라노말 액티비티」 속 인물들은 긴 대화를 하지 않아. 집에서 일어나는 초자연적 현상에 소스라치게 놀랄 뿐이지. 관객은 자연히 주인공이 아닌 ‘주변의 변화’에 집중하게 돼. 

블룸하우스는 꼭 필요한 대사만 골라서 남긴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도 대사가 많지 않은 편이다. ⓒ파라마운트 픽처스

2. 시간제한으로 군더더기를 줄인다

블룸하우스는 촬영에 ‘제한 시간’을 둬. 영화 한 편을 찍는 데 보통 6주가 안 걸리지.

시간제한이 있으면? 감독은 ‘꼭 필요한 장면’만 찍게 돼. 생각해 봐. 이 사람 저 사람 의견 물을 새도 없어. 그냥 내 감각, 내가 그리고 싶은 장면에만 집중하는 거야. 블룸하우스가 개성 있는 작품으로 유명한 이유지. 

“제가 누군가에게 공포 영화를 만들라고 3000만 달러(약 410억 원)를 줬다면, 많은 사람들이 모든 결정을 검토해 줬으면 싶을 거예요. 하지만 예산이 적다면, 감독이 좀 특이한 걸 하고 싶다고 해도 좀 내버려둬도 괜찮겠죠.”
_제이슨 블룸, 2013 인디와이어 인터뷰에서

영화도 짧아. 한 편이 두 시간을 안 넘겨.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85분, 「해피 데스데이Happy Death Day」가 96분, 「인시디어스Insidious」가 101분이야. 

“제 영화를 보고 더 길었으면 좋겠다 말하는 사람은 없어요. 저희 영화 대부분은, 심지어 극장용 영화도 크레딧을 포함해서 90분이 안 돼요. TV와 영화관에서 보는 것 중 많은 부분이 더 짧아지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매우 효율적인 사람이고, 스토리텔링도 효율적이기를 바라거든요.”
_제이슨 블룸, 2021년 포브스 인터뷰에서 

블룸하우스 영화는 러닝타임이 짧은 편이다. 「해피 데스데이」는 96분, 속편인 「해피 데스데이2유」는 100분이다. ⓒ유니버설 픽처스

3. 한 집에서만 찍는다

촬영도 여기저기서 하지 않아. 가급적 한 곳에서 끝내. 「겟아웃Get Out」부터 「23 아이덴티티23 Identity」, 「인시디어스」까지. 블룸하우스가 만드는 영화의 무대는 대부분 ‘집’이야.

예컨대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촬영지는 감독 오렌 펠리Oren Peli가 사두었던 집이었어. 미국 샌디에이고 교외의 단독주택이었지. 촬영 시간은 딱 일주일. 다섯 명의 배우가 밤낮으로 연기했어. 정교한 조명 없이, 집으로 들어오는 자연광과 형광등에만 의존했지. 덕분에 ‘사실적인 분위기’가 연출됐고.

“우린 세트를 지을 예산이 없어요. 그래서 따로 짓지 않습니다. 전 그게 좋다고 생각해요. (세트가 아닌 장소가) 배우들에게 더 몰입감을 만들고,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하니까요.”
_제이슨 블룸, 2013년 시네마블렌드 인터뷰에서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세트장이 아닌 실제 주택에서 촬영했다. 제이슨은 세트가 아닌 장소에서 배우들이 더 몰입한다고 말한다. ⓒ파라마운트 픽쳐스

Chapter 3.
배우와 감독의 ‘잠재력’ 끌어올리는 방법

예산을 줄였으면, 이젠 퀄리티를 끌어올릴 차례야. 예산이 없다고 블룸하우스가 무명 배우나 감독만 쓰는 건 아냐. 「쏘우Saw」 시리즈의 제임스 완James Wan 감독이나 에단 호크Ethan Hawke 같은 유명 배우도 함께하지. 

돈이 없는데, 어떻게 이들을 설득했을까? 


1. 돈 대신 건넨 자율권

블룸하우스는 자율권을 내세워 감독들을 섭외해. 최종 편집 권한을 보장하는 거야. 

“비싼 영화를 만들면서, 결과를 걱정하지 않는 건 어렵죠. 일반적인 결정을 하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채 결말을 생각하면, 창의성을 제대로 펼치기 어려워요. 우리는 저예산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새로운 걸 시도하고 창의적인 위험을 감수해 보라고 적극 권해요.”
_제이슨 블룸, 2015 나이트메어 매거진 인터뷰에서 

자율권이 생기면 감독들이 마음대로 할 것 같지? 아니래. 오히려 제작사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인대. 꼭 따라야 하는 지시가 아니라 조언이잖아. 

“감독에게 통제권을 주는 순간, 그들은 미친 듯이 우리에게 의견을 구하기 시작해요.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논쟁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_제이슨 블룸, 2017 아일랜드 타임스 인터뷰에서 

인시디어스 스틸컷. 인시디어스는 「쏘우」 시리즈의 제임스 완 감독의 작품이다. 블룸하우스는 감독에게 거액의 선금 대신 자율권을 주며 섭외한다. ⓒ필름디스트릭트

2. 인센티브는 자기 능력에 베팅하는 것

블룸하우스는 배우에게 정말 적은 출연료를 줘. 대신 인센티브가 있어. 영화 수익금의 일정 비율을 주는 거지. 돈을 벌고 싶다면,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도록 만든 거야. 

할리우드 배우들의 출연료 수준 알지? 어벤져스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한 편에 2000만 달러(약 273억원)야. 공포영화 「컨저링 」의 배우들도 시리즈 한 편당 100만~200만 달러(약 13~27억원)를 받았지. 블룸하우스 영화배우들은? 주연이 6만 5000달러(약 8800만원)를 받아. 에단 호크도 마찬가지였다고 해.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자신에게 베팅하세요. 만약 일이 잘되면, 당신은 한 편의 영화로 지금까지 받아본 적 없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고, 안 되면 못 벌 거예요’라고. (...)

마치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것과 같아요. 재정적 파트너로 동맹을 맺는 거죠. 모든 사람에게 엄청난 돈을 미리 지불하고 나서 영화가 잘 될지 안 될지 기다려야 할 때, 그것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상황을 만들어요.”
_제이슨 블룸, 2020년 덴오브긱 인터뷰에서 

블룸하우스는 배우에게 적은 출연료를 주는 대신, 수익금의 일정 비율을 제공하며 최선을 다해 연기하도록 한다. 유명 배우인 에단 호크도 적은 출연료로 「블랙폰」에 출연했다. ⓒ유니버설 픽처스

3. 후속작도 함께, 제작진 충성도를 높이다 

감독과 배우를 섭외했다면, 남은 건 스텝이지. 블룸하우스는 후속작을 만들 때, 본편 팀을 그대로 섭외해. 감독부터 스텝까지 말야. 세계관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래. 그 세계를 창조한 사람만큼 더 잘 아는 사람이 없잖아. 

“(후속작을 만들 땐) 첫째, 비용을 더 많이 씁니다. 둘째, 엄격한 스토리텔링 문법을 따라야 합니다. 볼 가치가 있을 만큼 독창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첫 번째 영화를 반복하는 것 같지 않아야 하니까요. 또 첫 번째 영화와 잘 연결돼 있어야 속편으로서 의미가 있죠. 그래서 우리의 속편은 거의 항상 같은 작가, 감독과 함께 작업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 자부심이 있어요.”
_제이슨 블룸, 2017 필름메이커 인터뷰에서 

흔들리지 않는 세계관으로, 블룸하우스는 공포영화를 프랜차이즈화하는 데 성공했어.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7편, 「인시디어스」와 더 퍼지는 각각 5편이 나왔지. 「미션 임파서블」이 8편까지 나온 걸 생각하면, 작지 않은 성과지. 

블룸하우스의 작품은 후속작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감독부터 스태프를 전편과 동일하게 섭외해, 공포영화의 프랜차이즈화에 성공했다. 「더 퍼지」 시리즈는 5편까지 제작되었다. ⓒ유니버설 픽처스

Chapter 4.
보이지 않는 공포가 더 자극적이다

블룸하우스의 공포 영화엔 귀신이나 괴물이 대놓고 나오지 않아. 무턱대고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스케어jump scare*는 ‘게으른 방법’이란 거야. 보이는 공포보다 ‘보이지 않는 공포’를 연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지.
*관객을 갑작스레 놀래켜 무섭게 만드는 영화 및 게임 연출 방법.

“공포에만 초점을 둔다면, 공포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겁니다. 영화를 성공시키려면, 우선 스토리텔링을 앞세워 관객을 자리에 앉혀야 해요.”
_제이슨 블룸, 2017년 필름메이커 매거진 인터뷰에서

사회적 맥락context을 연결하기. 블룸하우스식 ‘공포 만드는 법’이야. 현실을 살면서 느낄 법한 ‘무서운 기분’을 영화로 표현하지. 

「겟 아웃」이 대표적이야. 백인 애인의 가족을 처음 만나는 흑인 남성 크리스를 등장시키지. 크리스는 자신을 환영하는 가족에게서 묘한 위화감을 느껴. 알고 보니, 가족은 ‘흑인 경매사’였던 거야. 건강한 흑인을 납치하고, 노쇠한 백인의 영혼을 흑인의 몸에 이식하는 집단이었지. 

생존을 위한 크리스의 사투는, 당시 관객에게 ‘인종적 공포’를 떠올리게 했어. 작품이 개봉한 2017년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년차. 후보 때부터 흑인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로 논란이 있었지. 당시 미국의 흑인들에게 진짜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닌 ‘내 나라’였던 거야.

“공포는 두 가지 일을 하기 좋은 매체입니다.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하는 동시에, 동시대를 조명할 ‘흥미롭고 진지한 이야기’를 들려주죠.”
_제이슨 블룸, 2017년 아일랜드 타임즈 인터뷰에서

그래서 블룸하우스의 영화 기획은 늘 ‘스토리’부터 시작해. 무서운 소재나 장면은 ‘긴장감 있는 스토리’ 없인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

“전 영화 제작자에게 항상 말합니다. 장르적 재미를 빼고, 영화 자체가 ‘훌륭한 드라마’로 독립할 수 있냐고요. 적어도 제가 만드는 영화는 모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_제이슨 블룸, 2017년 필름메이커 인터뷰에서

블룸하우스는 사회적 맥락을 연결해 공포를 만든다. 「겟 아웃」에서는 인종차별이라는 주제로 공포를 연출했다. ⓒ유니버설 픽처스

Chapter 5.
잘 만든 내러티브는 ‘비즈니스 자원’이 된다

스토리텔링이 탄탄한 공포 영화는, 그 자체로 콘텐츠 IP가 돼. 블룸하우스가 영화를 넘어 ‘체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야. 

시작은 공포의 집인 블룸하우스오브호러Blumhouse of Horrors. 2012년 LA 도심에 공포 영화 속 장면을 ‘체험하는 시설’을 열었어. 살인이 허용되는 「더 퍼지」 속 무법지대를 표현했지. 

영화에서 못 담은 이야기를 책으로 내기도 해. 제이슨 블룸이 공포 소설 출판사 블룸하우스북스Blumhouse Books를 차린 이유야. 공포 영화 속 세계관을 더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지. 블룸하우스 출판사와 수차례 협업한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해. 

“영화 시나리오를 소설로 바꾸면, 100페이지 분량 글을 300페이지로 늘릴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해석하고, 자세히 설명할 여지가 많죠. 캐릭터를 깊이 탐구할 공간이 많다는 뜻이고요.”
_브라이언 에반슨 작가, 2018년 폴리곤 인터뷰에서

2023년엔 게임에, 2024년엔 팟캐스트에 발뻗었어. 팟캐스트에선 오직 사운드로 공포를 체험하게 해. ‘너무 무서워 청취자가 헤드셋을 벗어던지게’ 하는 게 목표야. 작업엔 블룸하우스의 공포 영화 작가와 감독이 투입되기도 해. 

이것저것 다 하는 문어발 비즈니스 아니냐고? 블룸하우스는 그만큼 자신 있는 거야. 이미 ‘탄탄한 내러티브’를 만들어뒀으니, 어느 분야든 개척할 수 있다고. 여름철에 잠깐 뜨고 지는 공포 영화 사이에서 ‘믿고 보는 공포 제작사’로 인정받는 이유지.

“무서운 이야기를 전할 방법이 고갈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 적어도 우리에겐 탄탄한 내러티브가 있고, 이를 연출해 본 제작자와 연출가, 작가가 있으니까요.”
_잭 우드 블룸하우스게임즈 사장, 2024년 게임인더스트리비즈 인터뷰에서

블룸하우스는 공포영화와 소설, 게임까지 장르를 넓히며 ‘공포계의 디즈니’로 성장하고 있다. ⓒ블룸하우스북스


롱블랙 프렌즈 L 

일할 때 시간도 돈도 넘쳐나면 얼마나 좋겠어. 하지만 보통은 그렇지 못하지.

그럴 땐 블룸하우스의 전략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내가 가진 제약이, 내 창의성을 더 높여줄 거라 믿어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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