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0/09 (9)
beos

주말에 을지로 대다수의 상가들은 열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 다니면서 평일에 깔짝깔짝. 그나마 멀지 않으므로 틈틈이 바렐 제작에 맞는 부속들을 구해야지 했는데 영 시간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 날은 흔치 않게 평일 조금 더 시간을 내 부속들을 구하러 갔다. 우리 젊은 친구들은 을지로는 평균율의 음악이 좋다는 둥 맥주는 만선호프 아니냐는 둥, 을지냉면의 면이 어쩌고 헛소리를 할 수 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가난한 미대생이나 공대생이 직접 설계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졸업작품'쯤 되는 것을 만들기 위해 왔다면 이내 눈물을 질질 흘리며 을지로3가와 청계천, 세운상가 등등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을게다. 나는 학창 시절 지독하게 느껴보고 이번에 바렐을 만들기 위해 던젼으러 다시 찾아왔다. 다시는 ..

전에 스캔해 둔 내 그림들을 올린다. 안그린지 너무 오래됐다. 자고로 크게 출력하고 액자에 걸어야 완성이다. 제품 만드는거 보다는 마음이 편하다. 그림이랑 사진.. 책임감이 없으니

예전에 인도네시아에 놀러 가서 그릇 편집샵을 갔었는데, 그릇보다 가장 먼저 우리를 매료시킨 건 샵의 향기였다. 전부터 나의 사적인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채우기 위해 관심 있던 것이 빛과 소리 그리고 향이기 때문에 언젠간 꼭 다루겠다 생각하고 있던 차에 이거다 싶었다. 그리고 그 동네가 항상 시원하게 환기되는 공간에 향을 잘 피웠기 때문에 냄새에 대한 나의 관심도가 많이 올라갔던 시기였다. 전부터 생각하던 이것을 최근 디퓨저나 캔들 아니면 비누 냄새로 사람들이 많이 소비하고 있다. 그러나 냄새라는게 사람들 개인의 취향을 강하게 타기 때문에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나만 아는 향을 하나 시그니처로 갖자는 생각이 있었다. 보통 발 빠른 사업가들은 향 관련 산업으로 진입해서 보편적인 냄새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최근, 일하는 컴퓨터에 하드를 하나 더 달아 내 사진들과 안경 도면들, 음악들과 글들을 모두 넣어서 정리 중이다. 쌀쌀해지는게 연말 느낌이 나서 그런갑다. 폴더 정리하다가 나온 사진인데, 저 사진은 젊은 패기로 중고차에서 한 달 반 동안 숙박하며 호주를 횡단하던 시절이다. 저 이미지 만으로 물은 어디서 떠왔는지, 뭘 먹었는지, 무슨 심적 고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난다. 당시 같이 다니던 친구들은 여유 자금이 떨어졌다며 빨리 일을 하자고 했고, 나는 거지여도 좋고, 일도 구하려 하면 금방이니 이 풍경과 여정을 즐기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저 사진을 찍은 다음 날인가 한국에 있던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았었고, 이틑날 다른 친구가 이 친구가 차에서 연탄불을 피워 스스로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왔다. 고등학교 친구..

9월 23일인 어제는 해빈이가 월급을 탔다며 저녁을 사준다길래 해피까지 셋이 만났다. 을지로 경일옥에서 퇴근 후 회동을 가졌다. 분명 며칠 전만 해도 선선했는데 이제는 쌀쌀하다고 해야겠다. 경일옥은 화덕 피잣집이었다. 먼저 아주 바쁜데 혼자 일하시는 사장님께서 불친절했지만 맛도 내 입맛엔 걍 그래서 요즘은 불친절하고 맛없는 것도 개성인가 머 이런 이야기를 했던 거 같다. 하지만 그건 한국 피자 입맛에 길들여진 내 입장이고, 이태리에서 꽤 지내다 온 해피의 말에 의하면 이 정도면 거의 오리지널에 가깝다 했다. 오리지널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런가 보다 하고 쩝쩝댔다. 가게의 불친절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물었는데, 홍대에 무슨 타코야키집이 있는데 테이블도 두 팀만 앉을 수 있고, 먹는 거도 제한되어있으며 대..

썩은 시체가 하늘에서 무더기로 떨어지는 꿈을 꾸고 결과를 본 후, 뭔가 기억에 남는 꿈을 꾸면 복권을 사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하지만 아무래도 큰돈이 필요한 시기라 아무래도 요행을 바라게 되었다. 매주 이천 원 정도에서 오천 원 쓰는 정도지만, 그 효과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언제 나에게 10억이나 20억이 생기면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겠는가? 아니면 매달 700씩 나온다면 어디에 쓸지 나름대로 노트에 끄적여본다. 나름 오천 원으로 계획도 세우게 해 주고, 한 주를 즐거운 상상으로 보내게 한다는 정도로 괜찮은 값은 한다. 10억 생기면 아파트 대출금 갚고 인테리어까지 해서 7억, 나머지는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좀 베풀고 유학과 육아를 동시에 해야겠다. 가끔 망해가는 사업체에 대표라고 하면서도..

오늘 다른 안경하는 친구랑 이야기하던 중 생각한 것들이다. 다른 친구의 회사는 보통 안경의 어떤 부분을 개발하고 개량해서 생산하는 형식의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다. 그 제품들도 공장에서 만들고 있던걸 봤는데 조금 신기한 것도 있고 (대부분은 아니지만), 그들의 제품은 포인트가 확실히 '다름, 기능, 혁신, 개발' 이런 키워드들에 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품군도 많지 않다. 다리에 기능이 하나 있으면 프론트는 약간 뻔한 형태로 8가지 정도의 모양을 구색으로 깐다. 컬러도 낭낭하게 6가지 정도. 부품 개발에 돈을 쓰고 히트를 치기 기다리는 대부분 디자이너 혹은 엔지니어에게 기대를 하는 구조의 회사다. 혁신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에서 시작된다. 사실 안경을 썼을 때 큰 변화는 소재의 변화다. 그러나 소재도..

나는 송탄 사람인데, 행정상 평택으로 합쳐진 이제는 이름이 없는 옛날 동네다. 넷플릭스 인간 수업에 나온 학교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토박이다. 20살 이후로 학교 때문에 서울로 올라왔고 군대와 외국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쭉 서울에서 살고 있다. 이번에 브랜드를 기획하면서 막상 '나는 누구인가'를 먼저 해결하자 였는데 이게 아주 어려운 것이다. 대학교 1학년 과제로 받은 적이야 있었지만 그저 과제였지 내 제품을 낸다는 생각을 하면서 맞이한 질문은 아니었지. 덕분에 나의 과거는 어땠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시간이 필요했고, 인간관계와 부모와의 관계 , 성장기의 시대적 분위기, 성장했던 공간과 지역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 사람의 행동과 머리는 무조건 과거에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시대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