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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os 2020. 9. 25. 11:18

 

호주 횡단 (2016)

 
 
최근, 일하는 컴퓨터에 하드를 하나 더 달아 내 사진들과 안경 도면들, 음악들과 글들을 모두 넣어서 정리 중이다. 쌀쌀해지는게 연말 느낌이 나서 그런갑다. 폴더 정리하다가 나온 사진인데, 저 사진은 젊은 패기로 중고차에서 한 달 반 동안 숙박하며 호주를 횡단하던 시절이다. 저 이미지 만으로  물은 어디서 떠왔는지, 뭘 먹었는지, 무슨 심적 고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난다. 당시 같이 다니던 친구들은 여유 자금이 떨어졌다며 빨리 일을 하자고 했고, 나는 거지여도 좋고, 일도 구하려 하면 금방이니 이 풍경과 여정을 즐기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저 사진을 찍은 다음 날인가 한국에 있던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았었고, 이틑날 다른 친구가 이 친구가 차에서 연탄불을 피워 스스로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왔다. 고등학교 친구로는 가장 친했기에 충격도 상당했다. 장례식장은 참담했다 한다. 그 친구가 죽기 삼 일 전에 보냈던 메시지가 바로 '인생 재밌냐'다.
 
인생 재미있는가?
 
점점 재미없다. 이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친구는 '인생은 재미없다'라고 결정을 했겠지만, 나는 지금은 노잼이지만 재미있게 만들어야한다고 말하겠다. 
 
 지난주에 사촌 여동생이 결혼했는데, 이모부께서 암 말기셔서 몸이 아주 안 좋으시다. 사실 어떻게 될지 몰라 급하게 한 이유도 있다. 나는 축의금 받느라 식을 보지 못했는데 잠깐 뵌 이모부는 육신의 모든 기운과 혼이 빠져나간채 지팡이에 의지, 인생 마지막 행사를 위해 버티고 계셨다. 이게 도대체 뭔가 싶었다. 이유도 모른 채 태어나서 다들 이렇게들 살고 있다. 삶은 너무 길다. 35세만 되어도 벌써 몸이 무겁고 너무 지루하지만 시스템을 만들지도, 업적도 딱히 이룬것도 없다.  제주도 부잣집에서 태어난 이모부의 삶은 무엇이었을까. 그 집안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제주에서 공시지가 30억짜리 땅을 두고 가면서 유서를 남기지 않아 형제들끼리 이미 아귀다툼이 일어났다 한다. 이모부는 몸이 좋지 않아 그저 알아서들 하기를 바라지만, 산 사람들의 아귀다툼에 버틸 재간이 없어 보이고 곧 과부가 될 이모는 무슨 방법이든 찾고 싶어 한다. 슬픈 일이다.
 
지루한 인생을 즐겁게 지속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어린 아기들이 세상 다 잃은듯 울고, 천사처럼 웃는 것은 모든 것이 그의 첫 경험이고, 지속력이 짧은 기억 속에 마지막 불행이기 때문이겠지. 뇌의 기억력이 길어질수록 시시한 일들이 되는 것. 그래서들 여건이 되는 자들은 자극적인 경험을 하기 위해 불법의 세상으로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천억 분의 하나에 있는 기회 중 태어난 우리들은 삶은 누려야한다. 그러기 위해 몇 가지 이슈가 있는 것 같다.
 
돈을 멀리해야 하지만, 좋은 친구다. 사는 것을 편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운동할 때 힘을 빼라고들 한다. 처음에야 뭔지 몰라서 어디론가 힘이 들어가지만, 반년에서 일 년쯤 열심히 하면서 감을 잡으면 그게 무슨 말 뜻인지 안다. 힘을 줄 때만 주는 거지. 긴 삶을 위해 돈에 대해 공부들 많이 하고 돈에 대한 근육이 붙으면 쉽게 벌리겠지, 안달하며 너무 애쓰지 말자. 물론 운동도 익숙하다고 무리하다가 큰 사고로 이어지니 그 부분은 명심해야 할 것.
 
정반합이라는 게 있다. 추구할수록 멀어지는 법이다. 이는 영화를 볼 때도 적용된다. 기대를 안 하고 봤더니 재밌더라는. 기대를 하고 봤더니 재미가 없다. 뭐 그런 거다. 영화 자체의 물리적인 재미량은 같을 텐데 말이다. 고로 반대로 돈을 알되 멀리하면 자연스레 모일 것이다. 돈 돈 거릴수록 정작 손에 있는 돈은 없다는게 지론이다. 돈은 시간에 올려두면 알아서 커질 거다.
 
 요즘은 몸이 안 좋으니 회사를 다니며 돈을 버는 거나, 누구를 만나는 거나 만사 귀찮고 세상이 노곤하기만 할 뿐이다. 집에 도착할 쯤엔 에너지가 없으니 좋은 대화가 오가기 어렵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 고로 일단 최고로 건강하고 보자. 건강해서 미대륙과 아시아를 횡단할 수 있다면 그게 또 얼마나 행복이겠는가. 건강과 시간만 있어도 맨 몸으로 무슨 일이든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고로, 나는 내일부터 다시 수영을 다녀야겠다! 하루에 온 힘이 빠져도 되래 운동을 하고나면 기운이 나는 것도 정반합이라 할 수 있다. 돈도 있고 건강한데 외로운 것 또한 힘든 일이다. 돈과 사람은 알과 닭처럼 무엇이 먼저인지 모르겠다. 사람으로 돈이 벌릴 수도, 돈이 있어야 사람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는 근육 또한 젊은 시절부터 키워둬야 한다. 
 
여하튼 스트레스는 단기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모든 것에 거리를 두고, 힘들면 서로 돕고, 소유하려 하지 말고,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요구하지 말고 바라지 말고, 사랑을 많이 주고받고 사는 게 좋겠다. 유머를 잃지 말자고
 
 
 
 

A Day in the Life

사는 것은 의미심장해 보이지만 사실 아무 의미 없는 비틀스 음악 같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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