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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키

beos 2022. 5. 22. 03:11

지난주에 진짜 오래간만에 후배를 만났는데, 당시 우리 동아리에서 삼성전자만 너덧명 갔던 후배 중 하나다. 두런두런 사는 얘기 돈 얘기하다 보니 하튼 상여 포함 연에 혼자 1.5-2억은 박힌다고 했던 거 같다. 서울에 집도 샀고 동탄에선 전세라나 아님 동탄 아파트를 샀는데 현금이 많다나 그런 뉘앙스였다. 대기업 다녀도 서울에 아파트를 못 산다느니 그런 건 삼성전자 앞에선 하등 무의미한 말이었다.



근래 회사 우리 디자인 파트에 이슈가 좀 있었다. 결론적으로 입사한지 1년 만에 우리 팀은 나만 빼고 다들 디자인이 아닌 다른? 걸 하기로 넘어갔는데 내가 최선을 다하는 것도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 꽤 의욕이 떨어진 느낌이기도, 그딴 거 다 씹어먹자는 의욕이 생기는 느낌이기도 하다.



후배들과 술 마시고 (동아리 현역들도 오고 하튼 사람이 많아서 술값이 좀 나왔다. 나는 왕고라 대기업 후배와 반갈이를 한다.) 새벽 을지로는 택시가 심하게 잡히지 않아 결국 근처까지 가는 심야버스 타고도 두 시간을 넘게 걸어 집으로 왔다. 네신가 도착해서 결국 조금 자고 출근했는데 숙취는 없었지만 술도 마셨겠다 컨펌과 근래 이슈 때문에 피곤하겠다 머리가 몽롱한 상태로 하루 종일 있던 거 같다.


그런 와중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더니 오늘 주말 새벽에 둘째 분유를 맥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몇 해 전에 신도림에서 오뎅탕에 소주 한잔 하려고 친구를 기다리다가 웬 박스를 훔쳐갔다고 ‘도둑년아!’를 외치며 머리끄덩이를 잡고 개조한 유모차는 옆에 세워두고 길바닥에서 싸우던 거지 할줌마들이 생각난다. 안쓰럽게 보였었는데 왠지 다른 사람들이 이 회사에서 디자인이니 컨펌이니 선이 어쨌느니 잘하니 못하니 결과니 어쩌고 대면서 고군분투하며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는 게 딱 그 꼴로 보이겠구나 싶어 어쩐지 서글퍼진다.

 




근래 의자에 너무 오래 앉아있어서 허리가 망가졌다. 가뜩이나 디스크가 있었는데 상황이 몹시 별로라 기분도 몸도 별로다. 그 와중에 근원적인 치료를 찾는 아내의 추천으로 공부 많이하는 요기니의 블로그를 보게 되었고 뭔가 ‘인생의 치트키’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살면서 아무리 봐도 쉽게 사는 애들이 있고 나는 왜 이리 팍팍하고 힘든지 알 수가 없었는데 이제 좀 알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치트키를 눈치 챘다는건 ‘머리 좋음’의 차이와 실천이었다. 누구는 쉽게 돈 버는데 나는 어려운 게 그 차이이고 머리가 좋으면 싹수없어 보일 수 있지만 자신감이 높아 누군가 보는 모습에서 신뢰를 줄 확률이 높아 일과 인생에도 연관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수준으로 올라올 수 있기 때문에 디깅이 필요한 장르에서 빛을 발한다. 호불호를 만드는 종류의 인간들. 일론 머스크가 그렇고 프레임 몬타나도 일부 그런 삶의 정수를 눈치챈 게 아닐까 싶다. 을지로 만선 호프 사장도 마찬가지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목표를 이뤄내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상대를 공감하는 척 하나 처지는 고려하지 않고 기분에 따라 날려버린다. 욕먹는 건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이 생각하는 쉬운 방법은 세뇌다. 윗사람 아랫사람 혹은 대중을 세뇌하며 쉬운 방향으로 일을 끌어낸다.

 


우리처럼 좀 웜 한 사람들은 이용만 당하는 거고 열심히 해봐야 다 뺏기는데 차가운 느낌을 주는 본인이 쿨하다 불리기를 좋아하는 금속 소재의 사람들은 말도 안되는 짓을 하거나 농땡이를 피워도 승승장구한다. 일을 해 나가는 방향이 나무 소재의 사람들은 밖을 향해 영역을 넓히는 거라면 금속 소재의 사람들은 그 안에서 그들이 넓힌 영역을 쉽게 따먹을 생각만 한다. 밖으로 커지는 건 힘든 일이요 안에서 일궈놓는 것을 훔치는 일은 쉬운 일이니 항상 누구는 지치고 누구는 동아리 다니듯 마음대로 산다. 결국 에너지를 많이 쓴 사람들만 마음의 상처를 입고 떨어져 나가고 결국 살아남은 사람들은 승리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 불이 나면 나무와 같은 사람들은 재만 남고 금속 사람들은 더 단단해진다. 나무 소재의 사람들은 실수하거나 누명을 쓰면 견디지 못하지만, 금속 소재의 사람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엠비티아이처럼 테스트 만들어도 재밌을거같다.



돈 없고 머리가 좀 나쁘다고 인생을 꼭 힘들게 살란 법은 없다! 그렇다기엔 너무 서글프지 않은가? 그건 내가 그 블로그를 쓴 요기니를 만나고 와서 방법을 서술하겠다. 해답이 왠지 거기 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정말 잘 사는지, 말만 뻔지르르한 사기꾼인지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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