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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랜드 오여와 캐릭터 본문
패셔너블한 화이티스트 보이즈 얼라이브다. 화이티스트 보이즈 얼라이브는 얼렌드 오여가 있는 밴드인데, 그는 약간 심심한 듯 하지만 좋은 재료로 정성껏 토핑을 얹은 샐러드 같은 음악이다. 깔끔한데 너무 깔끔해. 이런 느낌에 약간의 혼네 같은 비트와 트렌디한 전자 소리를 얹으면 더 잘 팔리겠단 생각을 한다.
얼랜드 오여의 가로타 라는 곡인데 이는 포르투기로 '소녀'라 한다. 나중에 러블리한 아이웨어를 목업으로 제출하면 써먹어야겠다. 음악은 또 너무 러블리하진 않고 어느 정도 묵직한 느낌이 있다. 그냥 남성스러운 모델에 써도 좋을 거 같다.
https://youtube.com/watch?v=WOxE7IRizjI&ab_channel=KingsOfConvenienVEVO
십 년인가 이십 년 전에 유행했던 거 같은 킹즈 오브 컨비니언스. 내가 08년도인가 군대 다녀와서 열심히 들으면서 이걸로 영상물을 만들어서 전과하는 포트폴리오로 제출해야지 했던 게 생각나는데, 결국 입방정만 떨고 못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떤 느낌도 없고 그냥 일러, 애프터 이펙트, 포샵 쓸 줄 알아요라고 보여주려는 게 전부였을 스케치였다. 그렇다. '나 열심히 했어요 실력은 늘 거니까 정성은 봐주세요' 라 말하는 게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최근 우리 파트에 아이웨어 디자이너들을 찾고 있었는데 네 명 정도 과제까지 진행했고 과제 단계에서 결국 모두 안됐다. 면접 때 봤던 눈빛은 다들 절실한 눈빛이었는데 어떤 눈빛은 먹고살기 위해서. 누구는 동경에, 누구는.. 모르겠다. 여하튼 다 절실해서 외면하기 힘든 느낌이었다. 아무튼 그게 어찌 됐든 동일한 기간을 주고 과제로 보자 였는데 생각보다 우리가 느꼈으면 하는 기분이랄까 와우 포인트랄까 덜 나와서 아쉬웠던 채용이었다.
사실 잘 팔리는 음악들을 들으면서 너무 열심히 다듬으면 비슷해진다. 잘 팔리기야 하겠지. 근데 유행하지 않는 자신만의 장르와 콘셉트 곤조를 가지고 들이댄다면 시대가 맞아떨어짐에 따라 '선구자'라는 타이틀로 성공의 반열에 오를지도 모른다.
그라더스라는 국내 브랜드에서 나온 더비 슈즈가 요즘 없어서 못판단다. 그게 뭐 패션적으로 임펙트있고 그런거 아닌 그냥 기본템인데 왜 요즘들어 각광받겠나? 브랜드를 나름 진정성 있게 끌어오면서 있던 군 중 하난데 그냥 스퀘어토에서 앞 코 쪽 창 얇은 더비슈즈가 유행하니 아다리가 맞아 유행을 강하게 탄 거 같다. 뭔가 따라가는 것도 맞지만 변하지 않는 나만의 컬러를 분명 갖고 있어야 한다.
나는 빈티지나 클래식을 현대적으로 푸는 것 외로 조금 더 날것의 느낌을 그러니까 더 인디 한 장르를 잘 팔 수 있는 장기하 같은? 디자인을 하는 게 맞을지 상상해본다. 밴드로 시작했지만 이 힙합의 시대에, 밈의 시대에 철저히 연구하고 나와 (혹은 얻어걸린 것일 지도) 백으로 무슨 음악을 깔아도 웃기고 읊조리는 듯한 공감 가는 가사 하나가 장기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대박을 칠 수밖에 없나 보다.
자신의 캐릭터를 강하게 먼저 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때가 되었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사회, 회사 생활에서도. 나는 이걸 서른 중반이 넘어가면서 알게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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