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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8 MD, 디자이너, 생산자 와 작업실

beos 2020. 10. 21. 18:51

 

토요일에 결혼식이랑 미팅이 있어서 작업실에 못 갔다. 평소 작업실이 너무 더러워서 혼자라도 치워야지 맘먹고 있던 터라 점심 전에 부리나케 갔다. 세 시간쯤 치웠나 보다.

 

 

아래층에 생긴 FINORK

 

 

다 치우고 여유가 생겼다. 최근에 기획부터 생산까지 의뢰가 들어와서 견적을 어떻게 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하나?

이것도 하고요, 저것도 하고요 가 사실이긴 하나 최악의 시나리오. 전문성 없어 보임. 디자인하는데 생산 관여도 해요 라기엔 관여를 너무 많이 하고. 기획을 한다기엔 브랜드 철학 잡고 가지 쳐서 쭉쭉 나가서 타당성을 제품까지 이어가는데 까지는 부족하고. 어떻게 소개해야 온전한 지금의 나를 소개하고 몸값을 받을 수 있을까.

 

마케터, 머천다이저, 디자이너 그리고 개발자는 전달자 혹은 창조자에 속한다. 대중에게 닿아있는 제품 디자이너가 아무리 창조적이어봐야 어디서 본 것들을 본인들이 몸담고 있는 제품군에 접목하는 게 최선인 요즘이다. 누군가 순수 계열에 있는 사람은 자연물에서 나온 걸 눈을 통해 보고 소화하고 표현한다. 그걸 또 누군가 오마쥬 삼아 제품으로 만든다. 그렇기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새로운 플랫폼이나 채널로 인해 소비 접근 방향이 다르다 뿐이지 안에서 도는 이미지와 제품, 시스템은 다 어디서 봤던 것들이다.

 

 

 

점점 술잔만 많아지고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입는 옷과 제품, 즐기는 콘텐츠에도 개개의 개성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사람을 관찰하면서 우리는 그 사람의 정보를 상상하거나 짐작할 수 있다. (정신상태, 스트레스, 장애, 취향 등) 즉, 패션이란 내가 그들을 탐구하고 평가하는 척도인 동시에 그들 또한 나에게 어떤 사람으로 이미징 되고 싶은지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이것이 수많은 사람들이 패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기에 예민한 이유다. 

 

 

 

 

 

텅 빈 공간에서 예술을 만들어 내고 문화를 만들어 소비까지 이끌어 내는 비범한 창조자는 흔치 않다. 나는 창조자이기보다는 창조자에게 관심이 많은 전달자라 말한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 즉, 대부분의 소비자 곧 대중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창조자의 개성적인 아이디어와 그 작품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상호 간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채널이자 필터. 곧 전달자다. 과거에 있던 창조자들의 예술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제품에 태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그렇다면 정말 도움이 되는 창조자들을 탐구하는 것이 나의 할 일이다.

 

 

 

일요일 낮. 종이컵 재떨이

 

 

매 순간 진보하는 사회의 지나치게 방대한 합리적이며 적극적인 정보들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 소비자들은 똑똑한 동시에 무지하다. 아이러니다. 다양한 정보들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접근해야 하는지, 자신에게 적용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그들은 잘못된 선지자에게 이끌려가기 십상이다. 그리고 막상 본인들은 잘 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다. 매번 정보들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각자의 필터와 가치관, 카테고리에 맞게.

 

소비자와 가까운 MD는 올바른 소비를 이끌어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공장과 가까운 MD는 디자이너의 의도를 잘 반영한 제품을 뽑아내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충실하게 시간의 세례를 맞으면 좋은 브랜드가 되어있을 것이다.

 

 

듀란듀란

 

 

 

브랜드마다 어떤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많은 비용을 투자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그 브랜드를 소비하면서 그 브랜드의 이미지를 입기를 원한다. 고로 요즘 마케팅 기법 중 신생 브랜드가 닮고 싶은 브랜드 제품들을 같이 쓰도록 인플루언서에게 협찬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내가 딥디크 향을 즐겨 쓰는데 룩은 케일에서 나온 바람막이에 유세지 모자를 쓰고 뉴발란스 빈티지 신발을 즐겨 신는다고 가정하자. 가방은 아크테릭스. 바지는 아페쎄 밑단 두 번 접는다. 가격군과 소비자층이 예상되는 패션이다. 만약 이쯤에 위치하고 싶은 안경 브랜드를 만든다면, 이를 즐겨 활용하는 인플루언서에게 내 제품을 공급하면 된다. 그럼 그를 참고하는 층들이 자연스레 내 제품을 소비하겠지. 무심한 듯 책상 사진에 향수와 모자와 그 안경을 보일 듯 말 듯 위치시키자. 그 뻔하고 쪼들리는 수에 다들 메모지를 꺼내고 캡처하기 바쁘다.

 

 너와 나만 아는 브랜드를 만들면 된다. 그들만 '서로' 알아본다면, '나니까 알아보는 거야'라는 심리를 만들어내 브랜드의 결집력을 도모한다. 이런 건 대중을 타깃으로 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아는 친구들끼리 공유하는 주식 찌라시와 같은 것이다. 이것은 결국 대중으로 흘러갈 것이고, 너무 빨리 흘러가는 건 되래 좋지 않다. 디깅에 디깅을 거듭해서 찾아낼수록 희열이 있고, 제품에 대한 충성심도 강력할 것이다. 물론 나중에 까고 보면 별거 없을 수 있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쳐서 망할 수 있다.

 

 

 텍사스선 khruangbin 콜라보, LP 생산품질 엿같음. 걍 팬심

 

 

 

뭐 아무튼, 먼지 털고 환기하고 향 피우고 걸레질까지 마치니 늦은 낮. 마침 윤 누나가 금요일에 술 먹은 거 치우겠다며 그제야 나타났다. 어쩐지 유리 깨진 게 바닥에 깔려있고 음쓰가 부엌에 가득해서 바닥에 흐르더라니, 얼마나 그 날이 난장판이었을지 예상은 했었다. 내가 고생했으니 실내 흡연 허락받고 합법적으로 일탈을 즐겼다.

 

좋은 전달자가 되어야지. 나를 포한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조자라는 착각을 할 수 있다. 본인을 아는것이 중요한 첫 걸음이다. 디터 람스의 철학을 이어받은 조니 아이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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