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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렐 제작 2번째 본문
주말에 을지로 대다수의 상가들은 열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 다니면서 평일에 깔짝깔짝. 그나마 멀지 않으므로 틈틈이 바렐 제작에 맞는 부속들을 구해야지 했는데 영 시간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 날은 흔치 않게 평일 조금 더 시간을 내 부속들을 구하러 갔다.
우리 젊은 친구들은 을지로는 평균율의 음악이 좋다는 둥 맥주는 만선호프 아니냐는 둥, 을지냉면의 면이 어쩌고 헛소리를 할 수 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가난한 미대생이나 공대생이 직접 설계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졸업작품'쯤 되는 것을 만들기 위해 왔다면 이내 눈물을 질질 흘리며 을지로3가와 청계천, 세운상가 등등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을게다. 나는 학창 시절 지독하게 느껴보고 이번에 바렐을 만들기 위해 던젼으러 다시 찾아왔다.
다시는 오기 싫은 곳이었다. 아저씨들은 거칠면서도 도와주려 하고, 어리숙해 보이면 뒤통수 치고 눈도 안마주치면서 딴데로 가라고하며 질문에 대답도 안하는 둥 뉴비들은 불쾌한 경험들을 하기 쉽다.
암튼 간만에 그런 기분들을 느끼면서 기복이는 딮빡도 몇 번 오고.. 아무튼 바렐 드럼은 예전에 제작했으나 이를 돌려줄 구동부를 만들어야 한다. 이 부분은 내가 담당이다. 애초에 끝냈어야 하는데, 서술했듯 평일에는 시간이 전혀 나지 않는다. 나의 동업자는 그냥 돈 주고 시키라며, 본인은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의사를 명확히 했으나, 이 정도는 껌이라며 억지로 끌고 다닌 결과 그는 막판에 슬슬 터지기 일보직전까지 올라왔었다.
저 멀리서 기복이 다가온다. 그는 종로에서 주얼리에 필요한 재료들을 조금 산 모양이었다.
예전에 중국제 모터를 사뒀었다. 파워가 괜찮았는데 기어박스가 저속으로 달려있어 이거를 그대로 쓰면서 제품을 쓰기 어려웠다. 기어박스가 풀리지도 않았다. 위의 개략도에 있듯, 해당 모터에 맞게 기어들의 톱니수와 파이프의 직경을 맞춰서 계산! 바렐이 3초에 1바퀴 정도 돌도록 설계해서 찾아갔으나 기어박스만 새로 맞추면 일이 참 쉬워질 터였다.
중국제 모터에 맞게 모든 설계를 맞춰 기어와 체인을 계산하기 직전, 애초에 모터는 어떻게 달 것이며 기어풀리의 비율이 빡빡하기 때문에 장시간 안정적으로 돌리면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이런저런 심란한 이야기를 하고, 결국은 가격이 조금 더 되는 국산 모터를 사러 기어집을 잠시 나오게 된다,
을지로의 신영 모터에 찾아갔다. 보통 모터 값 보다 기어박스 가격이 더 나간다. 나는 2cm의 샤프트가 빠르게 돌아 10kg 정도의 지름 35cm의 바렐을 3초에 1바퀴 돌리도록 계산을 해 350 rpm정도 되는 모터를 사야지 생각했는데, 기어 집 아저씨는 틀렸다 하고 모터집 아저씨는 그게 맞다고 했다, 여기서 시간을 꽤 빼앗겼다. 결국 내가 사는거니 내 계산대로 진행했다. 기복은 처음부터 업체에 맞기자고 했으나 나의 고집으로 이것들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꽤 있었다. 반드시 나의 계산이 맞아서 하드웨어까지 나와야 했다. 회사로도 돌아가야하고 꽤 쫄리는 을지로 탐방이다.
나는 적당히 설명하고 가져가려고 했는데, 기어집 아저씨는 이해가 안 되면 물건을 넘기지 않는 스타일이셨다. 나는 그림을 보여주면서 공식을 설명하고 기어와 체인을 구매할 수 있었다.
기어 풀리는 샀으나 모터 샹크에 맞춰야 하고, 다른 기어 풀리도 1.92파이 두께의 파이프에 맞춰 가공을 해야 했기 때문에 미리 알아둔 가공 집으로 찾아갔다. 먼저는 서울 공업사라는 곳으로 찾아갔다.
바쁘니 꺼지라는 서울 공업사. 어디로 가라는데 못 알아 들어서 알아서 다른 데로 갔다.
여기 공업사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비추다. 원래 정밀가공하는데 개당 5000원 혹은 조금 더 받을 수 있는데 여긴 일 먼저 해두고 개당 만원을 내놓으라며 엄포를 놓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밀 가공하는데 한두 번으로 맞추는 것도 아니고 정말 여러 번을 깎아댔다. 후문이지만 무두 볼트까지 내니 기어 풀리 내측이 어그러져 모터헤드에 잘 맞지 않아 때려 넣었다. 아무튼 단가 빤히 알면서 왔다고 깎아달라 하니 눈을 안 맞추며 만 오천 원만 달라한다. 줬다.
모터와 기어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는 것 같다. 이제 파이프와 베어링을 구매하면 될 것! 다행히 기어 풀리를 파이프에 그대로 결합할 예정이었는데 파이프 집이 바로 옆에 있었다. 물건을 실제로 갖고 있어야 정밀집에서 그에 맞게 내준다. 생각보다 0.1mm만 안맞아도 덜렁거려서 빠지거나, 안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내 파이프와 모터의 외경에 맞게 기어를 정밀가공했다.
파이프 외경에 맞게 베어링도 구매했다 베어링 아저씨는 어디서 점심을 드시는지 한참을 나타나지 않았다. 베어링도 마찬가지다. 파이프를 들고 가야 베어링을 줬다. 뭐 이리 빡빡할까 생각했지만, 생각이랑 달라서 안맞고 기스내서 환불해달라며 들고오는 사례가 비일비재 하다더라. 아래는 기복이 진심 화난 볼트 집이다.
기어에 들어갈 무두 볼트 좀 구매하려니 아저씨가 아예 다른 데를 보면서 을지로 뉴비들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고수를 인정하고 하수는 한없이 깔보는 을지로 아저씨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참 뺑뺑이 시키면서 대꾸도 안함. 나중에 기어 풀 리를 직접 들고 가서 8mm 무두 볼트를 낼 거니 내놓으라 하고, 전에 아크릴에 쓸 볼트 너트도 구매했다. 시키는대로 열심히 하자, 아재도 마음이 누그러지면서 자신이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설계를 하는데 볼트 구멍 사이즈와 정확한 위치는 왜 빼놓느냐며 설교를 하셨다. 맞는 말이라 인정. 이제 앵글만 구성하고 모터 전기 배선만 맞춘다면 어느 정도 일들은 순조롭게 해결될 것 같다.
아래는 작업자들의 박기복이 조명을 만들어 작업실 오디오 위에 둔 이미지다. 잘 만들었다.
윤 누나와 은서도 추석 전 주말을 즐겼다. 나는 요즘 약을 먹느라 술을 먹지 않아서 윤 누나가 뭐라고 했던 거 같다. 바렐에 별다른 이슈가 없이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바렐 제작 첫 번째 글
샘플링 4 + 바렐 제작
코받침과 리벳, 장석을 새로 만들었다. 기존에 있는 보통 안경에서 쓰는 기본적인 형태의 부속들도 튼튼하고 좋지만, 아무래도 모든 부속을 새로 만들다 보니 약간 비효율적이어도 해보고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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