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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과 임산부석 본문

중국의 강한 성장은 인구수(노동력)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던 것 같다. 한국이야 과거 제조업 이후 2차 제조나 서비스업, IT, 컨텐츠 등의 산업이 발달 인구를 기반으로 한 노동이 크게 필요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다지 인구수를 강하게 끌어올릴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한다.
인구 증가가 곧 국가의 동력이라 일컬어지던 때가 있었다. 50년대 전쟁직후 베이비붐 세대가 그렇고, 70년대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가 그렇다. 물론 이후는 노동력을 염두에 둔 인구 정책들은 아니겠지만 산아제한보다는 출산장려가 종종 있었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향후 45년간 세계에서 유례없는 고령화가 진행된다고 한다. 아까 언급했던 베이비부머 세대와 70년대 생이 많기 때문이다. 땅은 좁고 한국도 예전처럼 주체 못 할 성장을 하던 때도 아니고, 금리가 제로인 상황에 (금리와 물가는 국가 성장률과 얼추 비례) 일은 많고 집은 없고, 육아에 돈도 많이 들며 세상 사람들의 마음은 팍팍하다. 덕분에 아이를 가질 생각들이 잘 없다. 개인이나 부부가 즐기기에 딱 좋은 정도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고령환지 뭔지 그래서 그런가 지하철엔 아줌마 아저씨가 너무 많아 보인다. 앞으로의 어르신들을 나라가 부양하려면 어린이들이 많아야 하는데 애는 안 낳고. 아마 지금 중학생쯤부터 80년생까지가 세금으로 독박 쓰는 연령대가 아닌가 싶다.
하튼 저출산률 때문에 아이가 귀해져서 언제부턴가 산모를 배려하는 정책이 나왔는데, 임산부 배려석이 그런 것 같다. 또한 여러가지 지원 정책, 육아휴직 등등 아직은 부족하지만 많이 개선되려는 모습들이 보인다. 자꾸 변하는 인구정책이라.. 뭐든 급격한 것은 좋지않다.
얼마 전에 계획 없던 아기가 생겼다. 아내와 나야 처음엔 좀 놀랐지만, 점점 좋은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이다. 사실 아주 기대된다. 임신 초기에는 아내가 정말 힘들어했다. 나는 남자라 육체의 변화에 대해 이해할 수 없으나, 옆에 있으면 아무리 무던한 사람도 초기 임산부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 수 있다. 겉으로 티도 안 나기 때문에 아마 가장 힘든 시기일 것이다. 임산부 배지도 받으려면 보건소까지 가야 하는데, 평일에 거기까지 가는 일도 쉽지 않다. 하던 일은 다녀야 하므로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탈 수밖에 없는데 이제 신경 쓰이는 것이 '임산부 배려석'이다. 사람이 많든 적든 그 자리가 비워져 있으면 아이를 가진 사람이 주변에 고마운 마음으로 앉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림일 것이다.
그런데 나만 안 앉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나. 비워두고 서 있는 사람들이 너무 건강하고 피곤하지 않아서 그 자리에 앉지 않는 게 아니다. 그 자리에 앉지 않는 사람들은 좋은 마음으로 임부를 배려하기 때문에 버티며 서있지만 안하무인, 무신경한 사람들이 당연한 듯 날름 앉아버리면 한숨만 나온다.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열심히 유혹을 참고 견디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러든지 말든지 마이웨이를 가는 사람들이 있다. 단체 줄넘기를 하는데 혼자 안맞추는 느낌이랄까. 단체 생활에 문제가 있나란 생각도 들고. 임산부 배려석도 마찬가진데 주로 그 자리에 앉는 건 베이비 부머시대에 태어난 폐경기를 전후로 한 아줌마 아저씨들이다. 오늘 아침에도 정확히 두 자리가 비어있었으나 문이 열리리자마자 앉은 한 명은 앉자마자 다리를 꼬고 화장을 시작, 반대쪽은 아줌마가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날름 앉아서 눈을 꼭 감는다. 다행히 산모가 타지는 않은 것 같으나 알 수 없다. 임산부가 오면 비켜준다고들 하지만 단 한 번도 임산부가 앞에 서서 배지를 은근하게 내비쳐도 일어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눈을 감고 있거나, 폰을 보느라 앞에 사람들에겐 무관심한 것이다. 그냥 임산부 배려석은 비워야하냐, 앉아도 된다 등등으로 말이 많을게 아니라 그냥 없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된다. 그 자리는 이미 그냥 배려 없는 사람들이 앉는 자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배려하는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자리.
그러면 정말 임산부들은 어떻게 하는가? 그건 기술이나 똑똑한 정책으로 해결하면 된다. 임산부 배지를 태그 하면 편히 앉을 수 있는 작은 칸을 만들던가, 국가에서 산모들에게 택시비를 지원하던가 운전면허를 따게 해 주고 차를 렌트해주는 방법도 있겠다. 산모가 부르면 오는 저렴한 가격의 카풀 등등. 내가 내는 세금이 그렇게 쓰이는게 아깝다 생각하는가, 딩크족이나 이미 아이를 낳아서 수혜를 받을 일이 없는가. 표를 따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인가! 그제서야 정말 중요한게 배려라 생각된다. 소수의 불평에 의한 불필요한 정책이 남발되지 않도록. 아니면 서서 할 수 있는 지하철 운동이나, 서 있는 것에 대한 좋은 캠페인을 하던가. 아이러니한건 불평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목소리가 크다.
포인트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둘 다 좋은 마음이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사람들은 다 같은 마음이 아니다. 다들 힘들기 때문이다.
다들 좋기만 한 마음이라면 층간 소음도, 좌석에 대한 분쟁도 없었을 것. 아, 예전 삼성 입사시험에 나왔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은?' 콘크리트를 두껍게 친다, 같은 파장을 내는 장비를 만들어 바닥에 깐다 (비행기 실내 원리) 등등. 그러나 단순하게 면접관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은 방법이 있다.
'위층 아래층이 친하게 지낸다.'
당시 나름 충격이었던 쉽고 단순한 솔루션이나 지금 생각하니 면접관들은 이 부분을 간과했다 생각된다. 그들은 사람이다. 머 노인들이 자리 비켜주는 것을 강요하는 것. 나는 ‘당요’는 옳지 않다 생각한다. 그들이라고 젊었을 때 과연 양보를 했을까. 임산부던 장애인이건 노인이건 세대와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휴머니티가 탑재되어있다면 이런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 국영수사과 위주의 입시시험이 문제인가. 도덕과 철학과 세상을 통해 대해 아이들에게 선한 가르침을 줘야 하나. 무엇으로 해결해야할까.
아쉽게도 다툼이 돈이 된다는 관점에서 이러한 것들은 쉬이 잠잠해지지 않을 것이다. 정규직, 비정규직, 강남, 강북, 서울, 지방, 보수, 진보, 남혐, 여혐.. 다들 그들만의 리그에서 싸우고 승리한다. 싸울 이유도 없는 것들이지 본인들의 주장이 맞다고 우기면서 나오는 현상들이다. 아니라는걸 알아도 아니라고 말들도 못한다. 편들과 정책이 생기고 일을 실행하기 위한 돈이 돈다.
어머니께서 20년 넘게 해 오시던 유치원을 접으면서 하시던 말이 있다. 애들이 문제가 아니라 학부모가 문제다. 난 부모 될 사람들을 코칭하겠다고, 진상은 진상을 키운다 하셨다. 아마 이 모든 해결의 정답은 부모일지도 모른다. 배려없는 사람이 부모가 되고, 그 사람들이 키운 아이들이 큰 지금 사회 자체가 문제일지도. 결국, 사람은 변하지 않으니 결국 정책으로 해결해야하나. 어렵다. 일단은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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