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os
이사 본문
약수집도 금요일이면 안녕이다.
참 좋았던 공간이였는데 나오는 이 시점에는 산란한 곳이 되어버렸다. 이유를 따지자면 무엇보다 주인집 아줌마와의 마찰.. 이겨 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갑을관계를 떠나서 사람일이라는 건 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감정적으로 나오는 아줌마에게 차분하게 논리적인 대응을 했더니 더 격한 감정을 드러낸다. 치욕적이라느니 하는 말 따위를 하면서. 상대방이 논리적으로 옳은 말을 하는데 수긍하지 않고 치욕을 느끼다니. 이해할 수 없어서 깊게 생각해 보았다. 우선 자신이 갑의 위치에 있다고 하는 우월의식이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상대는 아주 젊은 놈. 아주 젊은 을의 남자놈이 조근조근 논리적인 얘기로 자신을 옭아매니 아주 분통이 터질 노릇인가 보다.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은 대화를 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아는만큼 얘기하고 자신이 듣고 싶은 얘기를 듣고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이해한다. 그 성향은 나이가 들수록 강해진다. 세상일은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구나 깨닫게 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사항들을 조목조목 따져볼 때에는 나는 아주 이성적이고 냉철한 컴퓨터가 된다. 경제적인 손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10원 단위로 계산을 해나간다. 그러나 정작 행동할 때에는 앞서 생각한 것들은 크게 의미가 없다. 행동은 이성보다는 다른 무엇인가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듯 하다. 어쩌면 근래의 나의 경험들은 나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는 듯하다. 형식만 다르지 같은 내용의 가르침이다. 이성을 버려라.
2018-08-20 안종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