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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전고투 본문
기업가라면 모두 명확한 성공의 비전으로 무장하고 회사를 시작한다.
경이로운 환경을 창조하고 가장 능력 있는 직원들을 고용할 것이다.
그리하여 함께 아름다운 제품을 창출해 고객을 기쁘게 하며 작으나마 세상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분명 기막히게 멋진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어느 날, 상황이 계획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이상하게도 회사는 창업 박람회장에서 들었던 트위터의 창시자 잭 도시(Jack Dorsey)의 기조연설처럼 굴러가지 않는다. 제품은 고치기 어려운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마땅히 형성되리라 예상됐던 시장은 잘 보이질 않는다. 직원들은 자신감을 잃고 있고 일부는 이미 그만둔 상태다. 그만둔 친구들이 비교적 유능했던 직원들인지라 남아 있는 친구들마저 그냥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게 현명한 건지 아닌지 갈피를 못 잡는다. 현금은 바닥을 드러낼 기미를 보이고,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유럽발 경제위기가 곧 닥칠 상황이라 자금을 모집하는 게 힘들 것 같다고 말한다.
회사의 경쟁력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 충직한 고객도, 훌륭한 직원도 떠나고 거대한 벽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도대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왜 회사는 계획한 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일까? CEO의 능력이 모자란 것일까? 달콤한 꿈이 악몽으로 변할 때, 바로 그 순간부터 악전고투는 시작된다.
악전고투란 무엇인가
“삶은 악전고투다.”
— 칼 마르크스(Karl Marx)
악전고투는 애초에 왜 회사를 세웠는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왜 그만두지 않는지 묻는데, 당신은 그 답을 모르는 상황이다. 직원들이 당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당신 역시 직원들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다. 악전고투는 입맛을 잃는 상황이다.
악전고투는 당신 스스로 회사의 CEO로 적절한지 의심이 드는 상황이다. 당신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아는 상황이다. 모두가 당신을 바보로 생각하지만 아무도 당신을 물러나게 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악전고투는 자기의심이 자기혐오로 변하는 상황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온통 악전고투 생각뿐이라 상대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다. 그 고통이 멈추길 원하는 상황이다.
악전고투는 불행이다. 기분 전환을 위해 휴가를 떠나지만 기분이 더 엉망이 되는 상황이다.
악전고투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상황이다. 악전고투는 자비가 없다. 악전고투는 깨진 약속과 무너진 꿈의 땅이다. 악전고투는 식은땀이다. 악전고투는 속이 끓어올라 피를 토할 것 같은 상황이다.
악전고투는 실패가 아니지만 실패를 유발한다. 특히 당신이 허약할 때 그러하다. 당신이 허약할 때면 늘 그러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충분히 강인하지 못하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와 같은 위대한 기업가 역시 악전고투를 겪었으며, 그런 상황에서 그들은 실로 고군분투했다. 그러니 안심하라.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이겨내리란 보장은 없다. 이겨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게 그리 만만하면 악전고투라 하겠는가.
결국 악전고투는 위대함이 발현되는 상황이다.
벤호로위츠 <하드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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