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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과 세계 본문
우리는 소주에 냉면을 좋아한다. 겨울철 온천이 즐겁듯, 뜨거운 소주에 배 부르지 않고 시원한 냉면을 먹는 게 좋다. 나는 냉면 종류도 잘 모르고 디테일은 잘 모르지만 그냥 내 취향에 맞게 먹는 편이라 생각한다. 을밀대도 좋았고 을지면옥도 좋고 부원 면옥도 좋아한다. 동무 밥상도 맛있었다. 대구에서 먹었던 회물비냉도 진귀했다. 고깃집 냉면도 가끔 프랜차이즈의 맛이 필요할 때 먹으면 좋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냉면을 즐기는 것이 문화처럼 번지면서 냉면에 대해 평하기 시작했다. 가격도 뛰어올랐다. 왜 곱창이나 삼겹살은 그런 디테일한 평가들이나 원조격 가게들이 있다는 것에 조용하면서 냉면은 유독 그런 문화가 자리잡았을까? 함흥이 맞네, 평양이 맞네 말들이 많다. 월남한 분 왈 '집집마다 국밥맛이 다 다른거지 그런게 어딨어 미친놈들이' 라던가 '냉면은 겨울음식 좋아하네. 얼음 비싸니까 겨울에 먹은거지 대가리에 총맞은 놈들' 이라 했다한다. 이렇듯 어찌보면 별거 아닌 것을 뭐가 맞다고 나눠야함을 깨달은 냉면 업자가 만든 판이 아닐까. 편 가르면 돈이 된다. 결국 시장은 입 큰 사람들이 만든 옳고 그름을 나누는 편가르기로 대결구도가 생성되어 파이가 커진다. 젤 신나는건 싸움구경. 사람들이 들어와 얽혀서 돈이 된다.
나눠서 돈을 긁는다는 분위기는 패션과 음악도 마찬가지다. 예를들면 클래식과 현대는 그렇게나 다른 이야기일까, 미니멀한 클래식도 있다. 명확한 한 장르를 규정해서 그것을 나의 취향이라 규정하기보다는 두루두루 융합 된 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락 음악에 댄스를 넣는 것이 아닌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어울리는 다른 것과 융합돼 새로운 것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 융합을 자연스럽게 하는 이들이 디렉터고 그들이 점점 중요해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RATM은 락에 랩을 넣었는데 얼마나 잘 어울리나. 마요네즈에 와사비가 어찌나 잘 어울리느냔 말이다.
번외) 디렉터와 작은 브랜드
어제는 outliers의 수장 허군과 냉면에 소주를 기울였다. 허군은 전통 락을 추구하는데 근래 추세는 아이돌이나 트로트, 힙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락을 좋아하는 이 친구처럼 컬러가 강하면 강력한 팬을 가질 수 있으나 트랜드를 쫒는 수많은 대중과 가까워 지는 것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이다. 한국은 쇼미나 트롯은 성공해도 밴드 음악은 실패한다. 최근 음악은 아이돌을 제외하고는 팀으로 가는 그룹사운드보다는 한 명이 추앙받는 시스템이다. 한국은 백예린이 그렇고 선우정아가 그렇고 혁오가 그랬으며 새소년이 그랬다. 안경판도 메인 디렉터가 끌고 가는 분위기가 생기는 중인가 싶다. 프레임 몬타나가 그렇고 lacitpo가 그랬으며 안경 쓴 거북이나 애쉬크로프트가 그랬다. 결국 그들이 자체가 디렉터이자 브랜드인 것이다. 작은 브랜드의 전성시대다. 그들처럼 타협을 하지 않을거라면, 본인의 컬러를 끝까지 가져가자. 나는 아직도 찾는 중인지 이미 있는데 모르는척 하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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