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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beos 2022. 4. 5. 01:04

출처 @02murano
생각해보니 빈티지를 좋아한다는 것은 취향이 있다고 들렸던 거 같다. 학생 때 동묘나 광장에서 할아버지들이 살법한 코트나 헤링본 재킷, 브로바 시계, 야상, 네모난 형식의 토 구두들을 사서 신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렇게 사서 입던 옷들이 그저 낡아만 보여서 다 버리고 빈티지를 다시 사지는 않았던 거 같다. 최근 당근 마켓에서 끝까지 갖고 있던 야상을 만원에 처분하고 빈티지 라이프는 청산했다 생각했다.

이제는 빈티지를 멋지게 현대적으로 소화한 제품이 아니면 딱히 갖고 싶지도 않았는데 그런건 살만한 브랜드라면 비싸다. 지금은 내 취향에 돈을 쓰기 어려운 상태기 때문에 접어둔지 좀 된 거 같다. 빈티지는 또 구매했을 때의 리스크가 크다. 언제나 사진과는 달랐다. 가서 입어도 그 분위기에나 어울리지 집에서 보면 그냥 낡은 옷이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빈티지를 사는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것에 용기와 기대를 거는 사람은 취향이 확고하다 할 수 있다. 자신만의 빈티지를 찾는 사람은 멋지다. 그리고 꽤나 시도를 해 본 것이기 때문에 이후에는 확률이 늘어난다. 이미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출했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들여다보고 가장 미래적인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팔아야 하는 집단이다. 미래적인 건 항상 가장 개인적인 거 같다. 개인적인 건 취향이다. 고로 다양한 취향이 중요하다. 그게 회사의 방향과 맞는지 맞지 않는지는 조금 다음 문제일지도 모른다. 회사는 어느 시기만 다니지만 취향으로 시작되어 커 나갈 일들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외제차니 좋은 브랜드 옷이니 가구에 눈이 가는데, 다시 한번 차라리 취향이 확고하다면 쓸데없는 돈을 안 쓴다고 생각하는 오늘이다. 아예 비싸고 입맛에 맞는 (비싸지 않을 수도) 사고 다른 고민을 없애는 게 이롭다.

오늘은 입사 1년이 되었다. 보스가 케이크를 선물로 줘서 와인사서 집으로 갔지만 애기들이랑 아내는 이미 지쳐서 자고 있길래 혼자 싸구려 편의점 와인을 땄다. 요즘은 어쩐지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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