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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beos 2020. 6. 10. 16:04

처음으로 만든 안경이 디자이너 쇼에 올랐다. 

2018.1.28 에 쓴 글

 

패션 디자이너의 쇼를 위한 안경. 

내가 호주 발리 여행을 마치고 태국에서 쉬고있을 즈음 아주 오래간만에 연락이 왔었다.

긴 통화를 했었는데 기억나는 문장은 삶에 감흥이 없다는 것. 감흥이라. 언제 있었나. 가끔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술을 마시고 들떴던 기억, 합격 통보. 다 순간이었다. 장기적 / 지속적인 것은 없다. 그나마 내가 아는 것으론 사람에게 더 길었던 '감흥' 그러니까 느낌이라는 것은 이십대에 절절하게 누군가 좋아했을 때 인 것 같다. 뭐 마지막은 통화로 밋밋하게 끝났지만. 강한 기억으로 남는다. 이십대라, 그 때의 뜨거웠던 느낌을 평생 동력으로 쓰며 살아간다.  신체에서 나오는 강력한 호르몬의 작용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이십대. 아직도 뭐라 표현하기가 버거운 그 느낌은  신비하리만치 이상 야릇했다. 그 쯤 느끼는 이상한 자신감과, 뭔지 모를 답답함, 뿜어 나오는 체력에서 비롯된 열정이 만드는 이상한 환상. 그래 환상이라 하는 것이 맞겠다. 유명 음악가, 아트, 수학이나 과학, 철학과 문학 모든 것들의 지도가 강력하게 그려지는 때. 특히 예술 분야에선 찬란하게 뻗어나오는 시기. 사실 그 모호한 지도라는 것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른채 불나방처럼 어디든 맹목적으로 뛰어든다. 그게 술이든 친구든, 여자, 학업이든 음악에든. 그 무렵에 느끼는 환상은 분명 우리를 그렇게 무엇인가에 물두해 미친듯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동력이 된다.

창의적인 사람이란 기억이 화려하게 살아있을 유아기부터 20대까지 다양하고 강렬한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절대 공무원이나 지루한 일들을 할 수 없다. 조금은 그 시기가 지나고 보니 지루함을 버틸 줄 아는 힘이 허울뿐인 창의력보다 더 강력하다 느껴진다.

2020년 정도에는 팔지는 않아도 나만의 컬렉션을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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