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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os

정리할 건 많은데 쓸 시간이 없다. 전에는 안하던 디자인 프로세스때문이다. 나는 4월에 입사하고 3주 뒤에 정규직이 됐다. 빠르게 된 거라고들 하는데 요즘 나의 성과를 보면 인턴때 운이 좋아서 좋게 보인 듯 하다. 그리고 이제 일한 지 2달이 조금 넘어간다. 패션회사는 발주 마지막까지 계속 디자인을 변경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모두들 끝까지 잡고 늘어진다. 다들 대단하다. 나는 일주일간 디깅 하던 디자인이 오늘 오후에 나가리 나면서 빨리 내일 아침까지 다른 디자인을 뽑아가야 한다. 이게 긴가민가하면 빨리 디자인하고 달려가서 만들어보고 씌워봐서 아니라는 걸 알아채고 다른 디자인으로 틀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공학과는 다른 프로세스다. 공식처럼 맞는 게 없다. 맞을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 하튼 내가..
정신을 차려보니 6월이다. 재이는 태어난 지 7개월 차로 접어들면서 이가 나고 있다. 애기가 새벽에 계속 깨고 있어서 정신과 체력적으로 아주 힘든 시기다. 디자인은 익숙해지는가 싶었는데 다시 어려워졌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의 훌륭한 옷이 보인다고 나를 제외한 모두들 박수를 칠 때 나만 안 보여서 어리둥절한 느낌이랄까. 그 사람들은 그 옷이 보이기는 하는 걸까, 내가 바보인가. 하지만 믿고 따라가는 중이다. 그래도 말은 많이 들어서 언어적으로는 이해는 된다. 점점 그렇게 임금님의 옷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 체화되는 시간이 필요할 뿐. 아무튼 오케이라고 나오는 적이 없으니 덮고 집에 갈 수가 없다. 혹은 집에 빨리와서 집안일 조금 하다가 다시 앉는 것. 그래 봐야 선 몇 개 더 그어보고 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