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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0 인간 본문
어제는 퇴근하고 학창시절 형들과 선릉에서 만나러 가는 길에 속보가 떴다. '박원순 서울 시장 실종'
설마 하는 기분으로 한잔 하면서 가끔 기사들을 둘러보는데 성추행 관련이 얽혀서 같이 올라온다. 기자들이란 어떤 단어들을 조합해 인셉션의 팽이처럼 사람들 마음에 던져만 주면 나머지는 알아서 팽창, 세상이 변한다. 댓글들도 예상하던 것처럼 신나서 일렁인다.
인간의 욕망이 관련 된 영역이다. 일어 날 수 있고, 안되는, 민감하고 논쟁적인 이슈들과 사람의 마음이 뒤섞여 여러 배설물들과 무리가 형성된다. 이 세상에 남자 상사가 여성 부하를 성적으로 추행하고 폭행할 수 있고, 여성 부하가 남자 상사를 성적으로 유혹하고 협박할 수도 있기에 개미처럼 통찰력이 없는 나로서는 무엇이 맞다고 말할 수 없다. 혹은 이 쟁점 자체가 그의 사건을 흐리기 위한 정치적 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들 이미 무엇이 맞다고 정하고 각자의 진영에서 누군지 모르는 상대에게 총을 쏜다. 흐릿한 것들 사이에 명확한 것은 성추행과 미투라는 것이 정치 세계에서는 ‘총’으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원 샷 원 킬. 억제해야하는 인간적인 일들. 사람이라면 있을 법한 문제들. 다들 쉬쉬하는 부끄러운 일이 사실이든 아니던 같은 텍스트에 나열하면 해명을 해도 그는 사회에서 죽는다. 청렴한 이미지일수록 효과가 좋다. 요즘은 이런 일들이 너무 많은데 작전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다. 타이틀이 색누리당에서 더듬어 민주당으로 옮겨갔다. 어느 정권이든 여당에게 더 민감한 주제일지도 모른다.
나머진 조회수로 벌어먹는 기자들과 말 많은 사람들에 의해 코로나처럼 급격히 전파된다. 별 게 질병인가, 누군가의 텍스트로 전파되는 전염되는 이런 게 신종 바이러스지. '유시민이 관련되어 있다고 말만 하면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한다' 던 문장처럼 의심은 맑은 물에 한방울만 떨어뜨리면 급격하게 퍼져 사실이 되고 믿고 싶어 하는 대로 일들은 재구성된다.
그가 숨진채 발견되었다고 속보가 나온다. 세가지 가능성이 있다.
1 . 협박으로 인한 스트레스의 결과
n번방 사건을 보면서 피해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며 협박과 약점에 대해 생각해본다. 인간은 잘못, 혹은 부끄러운 모습을 덮기 위해 이성을 잃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반복한다. 가해자들은 약점을 점점 더 확보해 나가고 피해자들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둘 사이의 사실들을 거짓없이 모두 꺼내고 판단이 필요하다. 불리한 것은 안꺼내겠지만.
2. 부끄러움에 의한 스스로의 선택일 경우
사실이라면, 성추행 피해자를 더 힘들게하려는 이기적인 죽음이다. 2차 가해를 예상하지 않고 그랬을까. 아마 일부러 이런 쟁점으로 가도록 목숨을 사용 한 걸지도 모른다. 법치국가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아야했다. 이는 특히 스타 정치인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정직에 따른 댓가를 진심으로 치르는 일이란 용기있는 행동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정직이란 어찌보면 본인의 마음이 편해지는 이기적인 일이다. 일을 만들고 정직하기 보다는, 논란을 만들지 않는 정직함으로 살아야한다. 그러나 사람이란 그렇게 설계되어있지 않다. 다들 한편으로는 이성적이며 반면 비이성적이다. 각자 그 면들이 다를 뿐. 이런 상황이라면 여자 비서 피해자는 어떤 마음일까. 버티기 어렵겠지.
뭐가 어찌되었든 성추행 의혹은 확실하게 해야 시원하겠다. 먼저 가신 분께도, 남아있는 사람에게도. 2차 가해라는 둥, 고인에게 실례라는둥 말들이 많다. 그러나 예를들어 의심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사람의 사체를 부검해서 정확하게 사인을 알아내고 논리적으로 그 다음 일을 도모하는게 맞지않나 싶다. 비슷한 일들이 너무 많다.
3. 정치적 이유에 의한 사건일 경우
강북 균형발전 이슈와 미통당 의원이 있는 강남구 부동산계의 반발, 같은 진보계이지만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과 대척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작전이 들어갔는지. 그렇다면 이재명도 국회의원직을 벗기던 정 안되면 수를 쓰거나 뭔가 작전이 들어가겠지. 이미 들어가 있겠지만.. 아무튼 여기부턴 있던 사실들을 조금씩만 엮어도 누구든지 장편소설을 쓸 수 있다.
아까 먹은 고깃집에서 옆자리 남자와 오피스와이프는 한참 비비다가 어디론가 서둘러 나갔다. 그들은 사랑이라 하겠지. 3년쯤 지나 성추행이라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정말 아무런 이슈를 만들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살아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어지러운 7월이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열심히 사는것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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