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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8월 말

by BEOS 2024. 8. 29.

이번엔 부족함을 많이 느끼는 상반기였다.

전에는 누군가 만든 세계관에 몇 가지 디자인을 추가하고 컨펌 났다며 박수를 짝짝 치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조금 더 나아가 컬렉션의 기준을 정하는 모델을 만드는 시기를 한 해 정도 보냈던 것 같다.

 이번에는 디자인 기획과 일의 사이즈, 시기, 컬렉션 수, 생산일정과 디테일과 작은 하나의 변수 때문에 이어지는 미팅들과 변동되는 일정들을 겪으며 내가 그 사이에서 해야 하는 것이 뭔지. 어떻게 해야 시기에 맞게 넘어갈지, 그 시기는 바꿀 수밖에 없는지, 바꾸면 다음 컬렉션일정은 어떻게 변하는지 등등의 연쇄작용이 눈에 보이며 내가 컴퓨터 앞에서 하는 이 작업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책임감을 갖게 되는 시기였다. 전에는 디자인 도면과 샘플이 오면 끝났던 나의 역할이, 콜라보팀, 마케팅부서, MD, 생산본부 및 OG, DP와 맞물려 출시 때까지 계속 이어지며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계속 따라왔다. 

 모호한 결정은 상사들에게 물어보던 (디자인이던 부서 간의 일이던) 것들도 더 생각해서 스스로 더 명쾌하게 만들기 위해 타 부서에 더 많이 물어보며 자연스레 업무의 범위가 넓어졌고 생각하는 범위가 조금 더 광범위해 짐을 느낀다. 어떤 프로젝트의 제품 기준을 세우기 위한 늘 해오던 디자인이라 생각하고 들어간 것들도 특허관련된 법률적 이슈가 있어 시작점에 있던 사람으로서 책임지고 따라가야 하는 상황도 생겼다. 유사한 디자인을 리서치하고 법무팀과 공유하며 하나하나 대조해 나가는 일은 지루하면서도 내 일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남이 해도 되는 일은 토스할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마냥 일을 떠 넘기는 것이 아닌 내가 정말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 그게 중요하다.

올해는 건강이 완전히 적신호였다.

연초부터 면역력이 떨어져 여름쯤에는 이제는 더이상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기분과 체력, 컨디션을 올리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시도해 보고 매달 굵직하게 아프고 정신도 흐릿해져 병원도 많이 다녔다. 한편으로 대박 나기 전에 징조라던데 내년에 얼마나 좋은 일이 있으려고 이런가 싶다.

요즘은 특히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나는 누군지 나의 욕망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지낸다. 요즘 돈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강남에 아파트를 사야 하고, 20억 30억이란 말들이 쉽게 들린다. 그런 세상 속에서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 정말 내가 강남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싶은가? 를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 나는 주변에 나무가 많고 앞에 호수가 있거나 수영장이 있는 스피커가 크고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넓은 집을 원한다. 그리고 여행은 누굴 따라다니면서 트립어드바이스 평점을 보고 따라다니기보다는 그냥 똑딱이 카메라로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앵글로 사진을 찍길 희망한다. 안경도 내가 쓰고 싶은 안경을 만들려고 디자인했는데, 이젠 누군가가 쓸 것만 같은 디자인만 하다 보니 안경이 좋다는 생각도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이 일과 비즈니스는 너무 좋다. 나라는 사람의 정의가 덜 되었기 때문에 내 이미지에 쓰고 싶은 안경이 흐릿한 것이라 생각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