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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과 집중력

by BEOS 2024. 8. 28.

언젠가 당연히 잘 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내가 몰입을 하고 어느덧 시간이 많이 지나있었다. 행성으로 치면 중력이었고, 나에게 치면 몰입이자 집중력이었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한다. 덕분에 블랙홀 근처에 다녀오면 지구는 시간이 많이 지나있는 것인데 이것을 인간이라는 행성으로 치환해서 보면 인간이 집중을 할수록 나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주변은 시간이 많이 지나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하루가 길고 키가 커지면서 집중력이 떨어질 때부터 시간이 급격히 빠르게 지나는 것은 이런 차이일지도 모른다.

  몰입이라는 책에서는 밤낮으로 고민하라 한다. 트레이닝이 될수록 쉽게 몰입이 가능한데 잘 때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를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게 좋은 게 집중력이 높을수록 시간은 많이 흘러가있고 나는 젊음이 유지된 상태에서 흡수하거나 해결한 것들이 많아진다. 이쯤 되면 몰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요즘 나는 내가 무엇에 몰입해야 하는지 흐릿한 상태다. 집중할 것이 없는 흐릿한 상태. 

시대는 사람들에게 집중하지 못하게 외친다. 각종 SNS와 유튜브, 검색 플랫폼들은 미로와 같은 알고리즘 믹서기에 우리를 넣고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만드는데 큰 회사들은 인간을 연구해 어떻게 더 이 핑퐁 게임기 안에 가둘지 고민한다. 그 안에서 열심히 튕겨지는 사람들은 광고를 건드리며 기계 주인들이 돈을 벌게 해 준다. 이 핑퐁 기계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근본적인 접속을 차단하려 노력하는 것과 더 생산적인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완전히 스마트폰을 쓰지 않을 수는 없으니 정신없이 뜨는 알림은 방해금지로 막고 책과 운동 사람과 사람간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더 집중하기로 한다. 그리고 내가 집중해야 하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행복해하는가,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런 나의 욕망에 더 집중해 삶을 살기로 한다. 근데 이것도 쉽지 않은게 고민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회사 다니면서 제일 하면 안 되는 금기어 중 하나가 시간이 없다는 말인데, 이제 잠을 덜 자면 건강이 안 좋아지고 새벽에 수영을 안 가면 안 되는 상황이 되자 밤에 사색을 할 시간이 없어졌다. 

근데 뭐 밤에 안잔다고 내가 내 인생 고민을 진하게 하던 것도 아니니, 그냥 일찍 자는 게 낫겠다. 시간은 다시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