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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2 본문
더 괜찮게 살 수 있을거 같다. 왜냐면 아직 갈 길이 많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은 일들이 많아서, 더 효율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웨어 디자이너로 최고도 아니다. 디자이너 자질이 아니라 사업적인 자질이 있다면 그런 사업을 하지도 못했다. 그러니까 아직 아무것도 아닌 데다가 시간이 없다는 핑계만 대 왔기에 지금부터 다 해보면 된다.
지난달부터 레이달리오의 원칙 다음으로 세이노의 가르침, 그리고 오늘부터 몰입을 읽고 있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대충 가닥이 잡혔다.
예를 들어 하고 싶은 게 많은 상황이라 치자. 하고 있는 일도 많고, 가족 이슈도 있고, 중간중간 갑자기 들어오는 이슈들 또한 무조건 생겨서 일들이 툭툭 끊기는 중.
그중 하나는 몰입을 해야 한다. 아마 본업이거나 인테리어 거나, 아무거나 찍어보자. 자기 전, 샤워, 커피타임, 식사 중, 운동 후 등등 틈 나는 대로 집중하고 몰입하고 새벽에 잠깐 깨면 생각이 밀려온다. 아닐 수도. 공부를 더 하거나, 뭔가 떠오를만한 영감의 원천을 찾던가, 같은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럴 땐 차라리 내가 모방하고 싶은 그 누가 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도 떠오르는 게 없다면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거겠지. 여튼 지금까지 살던 방식 그대로 살면서 뭔가 달라지거나 발전되길 바란다면 그건 바보다.
최근엔 왠지 모르게 디자인에 약하게 빠져있는데, 사실 이제는 미친 듯이 더 빠져들어야 한다. 이 정도 깊이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수영도 살짝 재미있는 수준에서 머물면 그다음이 없다. 습관을 고치면서 싫어하는 동작을 개선하면서, 잘하는 건 더 잘하면서 개선을 해야 아침 7시 수영에서 1번으로 수영하고 그다음엔 동네 아마추어 선수대회라도 나가봐야지. 지금까지는 그냥 아침수영에 늦지 않게 가는 것 만으로 즐거웠다면 그 단계를 넘어야 내 인생이 바뀔 게다.
적어도 내 업인 디자인만큼은 지적 무의식의 단계로 들어야 한다. 그게 자유로워진 다음에 다른 것들을 하나씩 깨야 함을 느낀다. 지금은 5월 22일. 올해 8월쯤까지 아마 내년 선글라스를 계속할 텐데 미친 듯이 푹 빠져서 다 해결하지 않으면 나 스스로도 권태에 빠지거나 허무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 그게 좋은 모습은 당연히 아닐 게다. 이번에 볼드 컬렉션 때문에 성수에 가면서 느꼈던 감정은 '허무'였다. 내가 한 것들이 어떤 소화기관을 통해 저런 형태로 바뀌고 (그리고 내가 디자인한 제품도 출시되고) 마르지엘라도 마찬가지. 내가 맘에 드는 타입에서 시작해 최종 컨펌을 받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고 어떤 일들이 있었고 결국 2 모델이 출시되었는지 나는 잘 안다. (나만 아는게 문제지만) 그것들이 결국 출시되고 뭔지 모를 그 허전과 허탈함은 뭣이었을까. 그게 직장생활인가? 내가 그냥 직장생활을 하고 있나?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럴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뭔가 다르다. 책에서 '허무란 최선을 다하지 않음에서 왔다고' 한다. 정말인가
베이스 주자인 앤써니 웰링턴은 빅터 우튼 밴드에서 세컨드 베이스였는데 또한 교육자다. 내가 감명받은 영상인데 제목은 'Anthony Wellington - 4 Levels of Awareness' 요약하자면 아래 표와 같다. 4 사분면은 사실 벽이 없고 우린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넘나들 수 있다.
Lv. 1: 무지 무의식 (Unconscious Not Knowing)
-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태, 굳이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어느 의미론 행복한 상태. 아이가 기타를 선물 받아서 그저 기쁜 그런 느낌.
내가 안경 공방에서 아세테이트라는 용어를 알고 야스리, 데스리, 노기스 란 단어들을 알면서 신나 하던 그 때겠지? 그저 안경을 깎을 수 있다는 그리고 이 판에 들어왔다는 기쁨이랄까
Lv. 2: 무지 의식 (Conscious Not Knowing)
- 이제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혹은 못하는지 알고 의식하는 단계. (불행히도) 다수의 취미가와 아마추어들이 도달하고 머무르는 단계.
빈티지하거나 너무 싸 보인다던가, 과거라던가, 국산 같다던가 란 용어들을 들어도 당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는 모르고 내 쪼대로 그리는 단계였으리라. 너무 고통스러웠다.
Lv. 3: 지적 의식 (Conscious Knowing)
-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 알고 의식하는 단계. (e.g. 현재 무슨 코드와 주법을 쓰고 있고... 등), 대부분의 좋은 음악가들이 머무르는 단계, 연주하는 동안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태.
아마 내가 이쯤에 있겠지? 뭘 해야 하는지 알고 해내려 하지만 귀신같은 느낌은 오지 않는.. 이거다 싶은 건 아니고 그저 매번 버겁게 해내는 느낌. 합주나 공연을 혹은 컬렉션과 미팅을 내가 아는 틀 안에서 어떻게든 끝내는 그런 단계 같다. 나쁘진 않지만 만족스럽진 않다. 아니 나쁠지도.
Lv. 4: 지적 무의식 (Unconscious Knowing)
- 너무나 잘 알고 체화되어 있어서 굳이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단계. 소위 '대가'들이 상주하는 단계.
내가 봤을땐 대표나 파트장의 단계다. 학창 시절 응삼형의 베이스나 악기들의 단계랄까. 하나를 잘하니 다른 것들도 굉장히 쉽게 잘하는 영역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무조건 한 영역에 대해서는 지적 무의식 단계까지 올라가야 다른 인생의 일들에 대해 몰입을 할 수 있겠다. 그럼 나에게 주어진 일 중 가장 중요한 아이웨어 디자인에 대해 '몰입'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일단 약한 몰입을 통해 2주 안에 가장 최적의 베스트 디자인을 해간다. 그리고 책은 3일 안에 다 읽고 내 현 상황에 맞춰 글을 남기도록 하겠다.
그리고 세이노의 글에서 나에게 남았던 것은, 뭘 하더라도 전문가처럼 공부할 것. 멍청한 자들은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사람을 시키고 돈을 쓰지만 저런 사람들도 자신이 직접 고민하고 공부해서 자신이 할 정도가 되어도 사람을 쓰는데. 이 사람이 언급한 구절에서 사업을 하려면 자신이 다 할 줄 아는 상태에서 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사람을 고용해야 안봐도 그 사람이 뭘 하고 있어야하고, 뭘 하겠고 가 보인다 한다. 일을 키워주길 바라기 보단 그저 내 시간을 줄여주는 쪽으로 사람을 쓰는게 앞으로도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다 알아야하니, 공부를 참 많이 해야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과거의 나는 그럴 시간이 어디있어? 라고 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효율적으로 시간을 나눠서 건강도 챙기고 가족도 챙기고 현재 공부를 해서 다 남기고 미래를 이뤄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러려면? 내 자리가 필요하겠다. 내 서재가.
근데 지금 내가 정말 몰입을 해야하는 것이 아이웨어 디자인이 맞나? 그게 내 인생을 책임지는가? 이런 의심이 드는 현 상황은 맞는 상황인가 단지 나만의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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