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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os 2021. 9. 1. 20:11

멋진 릭오웬스 아재. 그만의 오리진

 


내 관심사는 주로 아이웨어랑 음악인데, 이거나 그거나 그 산업을 풀어가는 방법이 비슷한거같아 살짝 정리하려 한다.


아이웨어 디자인의 사고방식 중 ‘잘 팔리는 거 만들자’ 혹은 ‘멋진 거 만들자’, ‘진짜 센 거 한번 해보자’에 따라 접근 방식과 리서치, 생각을 다르게 하고 들어가는 것 같다.(아닐수도) 나는 이전엔 잘 팔리는 제품에는 음악처럼 어느 정도 공식이란 게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또 막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최근 알게 됐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영화나 음악이 히트를 치는 것 처럼. 나는 어렵긴 하지만 그런 걸 진짜 멋지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말이 샜는데, 그래도 베스트가 되기 위해 믿고 가는 공식이란 게 음악이나 아이웨어나 약간은 있긴한 거 같다. 근데 그 공식은 브랜드나 판매하고자 하는 타겟마다 다르기 때문에 내가 아는 공식은 여기서 맞지 않아, 아예 전에 공식은 잊고 접근하려고 노력중이다.



작곡, 작사하고 프로듀싱도 하는 친구가 음원을 출시하면서 겪은 일들과 작은 작곡가 그룹인지 소속사에 들어갔던 일을 들려줬었는데, 그 시대에 가장 핫한 아티스트가 있고 빌보드 차트라는게 있어서 상위 플레이 리스트를 쫙 듣고 빠르게 비슷한 느낌이지만 ‘새로운’ 느낌으로 곡을 만드는 게 키 포인트라 했다. 왜 음악에도 ‘머니 코드’라 불리며 누구든 돈을 벌기 위해 쓰는 코드 진행이 있지 않은가. 아소토유니온, 버스커 버스커나 십센치, 마룬파이브에서 많이 들어봤고 요즘은 죠지 음악에서도 들리고 아무튼 그 전이나 후에 끝도 없니 나오는 그런 코드 진행 말이다. 같은 코드 진행이지만 일반 청자들에게는 다 다른 음악처럼 들리는 그 새로움과 차이는 무엇인고?

패션도 어느 정도는 저런 사고의 과정을 거쳐서 나오는 것 같다. 각자 다르게 가는 제품 라인도 있지만, 시즌마다 본 거 같지만 디테일과 느낌이 다른 신제품들을 내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잘 팔리는 바운더리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지만 새로움은 줘야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들 유행을 쫓아갈 때 그 다음 혹은 다른 제안을 자신 있게 던지는 브랜드도 멋지다. 완벽한 수익성을 고려한다면 웬만큼 자신 있지 않는 이상 하기 어려운 플레이이기 때문이다. 젠몬은 그런걸 잘 하는거 같다.



익숙한 것에 새로움을 섞는다는 것. 음악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내는 방법이 있는데 이는 보컬에서 크게 온다. 혁오나 검정치마를 들어보면 머 어찌보면 비슷하게 깔릴 수 있는 음악인데 처음 들어보는 혹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의 목소리와 발음, 딕션이 흘러나왔는데 오? 하는 느낌만 준다면 이는 웬만한 대중에게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물론 깔리는 음악도 어느 정도의 차별은 필요하다. 그리고 음악도 좋아서 애들이 어떻게 생겼나 찾아봤는데 패셔너블하다면 상업적인 요인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이다. 혁오가 그랬고 황소윤이 그랬다 비틀즈도. 요즘은 힙합이 대세고 그 엇비슷한 리듬과 비트에서 새로움을 찾고 만들어 내기 위해 다들 열심이다. 최근에는 블랙핑크와 BTS가 왜 떴는지 궁금해서 열심히 들어보고 있다. 리스너들은 그들의 어떤 부분에 빠졌을까. 음악에서 어떤 부분에 매력을 으꼈을까 음악만 듣고 끝난 과정은 아닌 거 같은데, 그럼 작곡 혹은 디자이너만의 재량은 아니기도 하겠다.


요즘의 나는. 국내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석원이 형이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서 히트곡 뽑아야하는 상황이다. 힙한 음악 만드는 곳에서 자꾸 그때 그 시절의 냄새가 나는 그런 기분의 음악만 자꾸 만들어 오는 것 같달까. 이건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음악의 한 장르나 요소도 분명 이 씬에서 먹힐만하다고 착각하면서 밤새 만들어 가지만 거기선 앞에 5초만 듣고 절대 아니라고 하는것과 같다. 음악과 다르게 디자인은 시각적인 일이라 일초 만에 도면으로 판가름이 난다. 도면을 넘어 샘플보고 결정하는건 나름 나쁘지 않은 상황. 이건 아마도 세션껴서 녹음 들어보고 결정하자와 같지 않을까.. 하튼 험난한 과정과 경쟁, 상황에 맞춰 대체, 업그레이드 되면서 출시까지 간다. 대부분은 샘플이 나오고 수정까지 들어가도 그 과정에서 사라진다.

힘들다하여 인디시장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고 롤러코스터의 드러머 지누가 히치하이커라는 인물로 변모하여 SM의 큰 작곡가로 남듯 나도 변하고 싶다.


새로움은 과거에서 오는 수도 있다. 과거를 세련되게 뽑는 방법인데 음악으로는 존 레논이 환생했다는 평을 듣는 tame impala의 케빈 파커가 있다고 생각한다. 패션에도 구찌나 셀린 처럼 클래식을 기반으로 세련되게 뽑는 브랜드들이 종종 있다. 그런 컨버팅 능력이 나에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한다. 자이언티는 마이클 잭슨을 오마주 했지만 멋진 자이언티가 되었으나 그 누군가는 마이클 잭슨을 오마쥬해 그냥 카피캣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테다. 디자이너나 아티스트 다들 이 한 끗 차에 그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기 위해 각자 무한한 시간을 투입한다. 그리고 그런 건 보통 어릴 때 다 완성되어 있는 듯하다. 보컬의 목소리 같은거지. 이미 만들어져 버리는 것. 어린 시절의 시간이 죽어도 안 가는 이유는 꽤 무한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아무튼 새로움이란 원래 팔리는 것들에 추가시키면서 계속 팔리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며, 누구는 한 끗 차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쉽게 도달하기 어려운 멀고 먼 것이 아닐까. 이것은 오랜 시간 쌓은 사람이 시대를 맞이했거나 운이 엄청나게 좋은 초심자에게 있는 것이다. 혹은 그 초심자도 살아오는 동안 진주처럼 알맹이를 키워오고 있었거나.

각자만의 음악과 제품에 새로움과 차이를 주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야한다. 과한 새로움이 안 팔릴 것 같지만 그것이 시그니처가 되어 시간이 지나는 게 차라리 좋을 수 있다. 이셰이 미야키의 커튼 패턴처럼, 메종 마르지엘라의 타비처럼.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새로움이란 철저히 개인적인 것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봉 감독이 이렇게 말했던 거 같다.
'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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